영화 '호프'서 동네청년 '성기' 맡아 열연
서커스 가까운 초고난도 액션 연기 선봬
"이것 이상의 액션은 아마 없을 것 같다"
한 발로 말타는 연기 "내가 할 게 아닌데"
"나홍진 현장의 터프함 바로 그걸 원해"
올해 가장 중요한 영화 3편 모두 출연해
"도망갈 수 없다, 받아들여야 할 뿐이다"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더이상은…"
배우 조인성(45)에게 새 영화 '호프'(7월15일 공개)에서 보여준 액션 강도를 다른 영화와 비교해달라고 했다. 그는 전작 '휴민트'(2026)와 '밀수'(2023)에서 모두 강도 높은 액션 연기를 보여준 적 있다. '안시성'(2018) '비열한 거리'(2006) 같은 작품에서도 그는 만만치 않은 액션 시퀀스를 소화했다. 이 질문에 조인성은 잠시 생각하더니 "더이상은…더이상 뭐가 있을까 싶다"고 답하며 웃었다.
한국영화에서 승마 액션이라고 한다면 많은 관객이 배우 정우성을 떠올릴 것이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에서 그는 말을 타고 질주하며 장총을 쏘고 총을 돌려 장전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다. 한국영화 액션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고, 정우성의 필모그래피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든다면 반드시 들어갈 신(scene)이기도 하다. 조인성은 '호프'에서 이 장면과 비견될 만한 혹은 뛰어넘을 만한 승마 액션을 선보인다.
"무술팀한테 물어봤어요. '너희는 이런 거 해본 적 있냐'고요. 해본 적 없대요. 또 물어봤죠. '너희 이거 할 수 있겠냐'고요. 못 한대요. 그래서 제가 말했죠. '난 이걸 왜 해야 되는 거냐'고요.(웃음)"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인접한 가상 도시 호포항 출장소장인 경찰 '범석'이 동네청년 '성기'에게 호랑이가 나타난 것 같다는 제보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조인성이 연기한 인물이 바로 성기. 정말 호랑이가 산에서 내려왔다면 주민 피해가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범석은 읍내로 향하고, 성기는 동네에서 어울리는 무리를 데리고 숲으로 간다. 호랑이든 뭐든 무언가가 나타난 건 확실하고 그걸 사냥한다면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제 성기 무리는 바로 그 숲에서 상상도 못한 것을 마주하고, 살아남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싸우기 시작한다.
'호프'의 하이라이트는 도로에서 말과 경찰차와 크리쳐가 뒤엉키는 마지막 액션 시퀀스다. 조인성이 "난 이걸 왜 해야 하는 거냐"고 물었던 액션이 바로 여기서 나온다. 조인성은 달리는 말 위에서 달리는 차로 옮겨타는 서커스에 가까운 연기를 직접 했다. 조인성은 등자(鐙子)를 한 발로 짚은 채 한 쪽 다리는 차에 올린 채 달린다.
"처음엔 감독님께 이건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안전장치를 준비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했죠.(웃음) 그런데 그걸 해본 사람도 할 수 있는 사람도 아무도 없더라고요. 어쩌겠어요. 제가 해야죠. 이 장면을 촬영을 하면서 그 말을 제일 많이 들었어요. '조인성 선배가 살아돌아왔다!' 정말 이 이상의 액션은 없지 않겠습니까. 있다면 다른 배우가 했으면 좋겠어요."
조인성은 액션도 액션이지만 그것 못지 않게 공들여 찍은 게 성기 무리가 숲에 들어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명체 존재를 조사하는 장면이라고 했다. '호프'는 후반부 성기가 중심이 되는 액션 시퀀스를 폭발시키기 위해 서스펜스를 쌓고 또 쌓는다. 조인성은 "숲을 걷는 장면을 정말 오래 그리고 많이 찍었다"고 말했다.
"루마니아에서 찍었어요. 최고의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서 일주일 간 시차 적응 기간을 거쳤고, 일주일 간 루마니아 숲에서 찍어야 할 모든 장면을 리허설 했습니다. 감독님과 가장 많이 얘기했던 게 바로 긴장감이었어요. 긴장감, 긴장감, 긴장감을 계속 요구하셨죠. 그냥 걷고 그냥 숨쉬는 게 아니라 최고조의 긴장감을 느끼며 걷길 원했거든요. 극도의 긴장감이 성기 무리를 감싸는 그 무드를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영화를 보면 액션을 하든 하지 않든 고된 촬영이었을 거란 걸 짐작할 수 있다. 나홍진 감독이 얼마나 집요한 연출가인지 업계엔 모르는 사람이 없기도 하다. 조인성은 촬영 전 무릎 수술을 받기도 했다. 그는 "그래서 감독님과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감독님이 현장에서 보여주는 그 터프함이 감독님 영화의 힘이다. 그 터프함이 화면을 뚫고 나온다"며 "촬영이 쉽지 않을 거란 것은 디폴트값이었다"고 했다.
"어떤 장면이든 100번 찍을 각오로 현장에 갔습니다. 100번 찍을 걸 한 30번만에 끝내면 좋더라고요. 정해진 촬영 시간보다 10분만 일찍 끝나도 빨리 끝났다고 기뻐했습니다. 그게 제 마인드셋이었어요. 쉽게 끝날 거란 생각을 아예 안 하는 거죠. 그리고 '아무리 추워도 봄은 온다'고 생각하는 거죠.(웃음) 만약 감독님이 타협을 하는 것 같다거나 뭔가 빨리 끝내는 것 같다면 그거야말로 이 영화의 불안요소가 됐을 겁니다."
조인성은 설 연휴 때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에 나왔고, 이번 여름방학 성수기엔 '호프'에서 주연을 맡았다. 하반기엔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으로 관객을 다시 만난다. 올해 조인성만큼 중요한 영화를 중요한 시기에 그것도 3편이나 선보이는 배우는 없다. 지난 2월 '휴민트'로 조인성을 만났을 때 그는 "도망가고 싶다"고 말했다. "도망가고 싶다고 했지만 도망갈 수가 있나요. 제가 아무리 의미 부여를 하지 않으려고 해도 제게 부여된 책임이 있습니다. 받아들여야죠. 아휴.(웃음) 올해를 정말 잘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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