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워터게이트"…美민주당, 하원 잡으면 엡스타인 파일 캔다

기사등록 2026/07/10 15:21:21 최종수정 2026/07/10 15:54:24

민주 "하원 잡으면 트럼프 행정부 대응 들여다볼 것"…공화도 조사 장기화 인정

코머 위원장 "증언마다 새 조사 대상 나온다"…기소는 법무부 판단

【워싱턴=AP/뉴시스】미 하원의 정부개혁감독상임위원회가 20일(현지시간) 워싱턴에 있는 국회의사당에서 에릭 홀더 법무장관에 대한 의회모독죄 혐의 결의안 투표를 고려하면서 일부 수정 내용을 듣고 있다.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미국 하원 감독위원회가 진행 중인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조사가 이달 말 1년을 맞지만, 조사는 당분간 끝나지 않을 전망이라고 폴리티코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엡스타인은 성범죄 전력이 있는 미국 억만장자로,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재기소된 뒤 2019년 수감 중 사망했다. 하원 감독위는 수사기관은 아니지만, 행정부를 감시하는 권한에 따라 증인을 부르고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폴리티코는 어느 당이 다음 의회에서 하원 다수당이 되더라도 감독위가 엡스타인 사건 조사를 계속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박에 놓일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조사를 멈추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올가을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장악할 경우 엡스타인 사건을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 감독의 핵심 쟁점으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하원 감독위 민주당 소속 멜러니 스탠스버리 의원은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나는 이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워터게이트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관련 인사들을 위원회에 출석시켜 선서 증언을 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공화당도 조사를 쉽게 끝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하원 감독위원장인 제임스 코머 공화당 의원은 애초 8월 휴회 전까지 주요 증언 청취를 마무리하려 했지만, “증언을 받을 때마다 추가 조사 대상이 한두 명씩 더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의회의 엡스타인 조사는 결정적 증거를 찾으려는 목적뿐 아니라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조사를 이어갈 정치적 이유가 커졌다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감독위는 지금까지 10여 명을 조사했지만, 현재까지 형사 기소로 이어질 만한 결정적 정보가 나온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위원회가 엡스타인과 교류했던 유력 인사들을 의회 조사에 불러낸 점은 이례적이다. 조사 대상에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억만장자 투자자 리언 블랙,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 등이 포함됐다. 블랙과 게이츠는 엡스타인의 범죄 전력을 적어도 일부 알고도 그와 관계를 이어간 사실을 인정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기소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조사 과정에서 일부 새 진술도 나왔다. 엡스타인의 전 보좌관 세라 켈런은 엡스타인 사건과 관련해 헤어스타일리스트 프레데리크 페카이와 필립 러빈 전 마이애미비치 시장의 이름을 제시했다. 두 사람은 모두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법무부가 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한 과정도 쟁점이다. 전 법무장관 팸 본디는 의회가 자료 공개를 압박한 뒤 법무부가 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당시 부장관이던 토드 블랜치가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진술했다. 현재 법무부 장관 대행인 블랜치는 다음 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집중 질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감독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보이는 로버트 가르시아 의원은 위원회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선서 증언을 요구한 결정이 다른 전·현직 대통령을 소환할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도 엡스타인과의 과거 관계를 둘러싼 의문과 관련해 민주당의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은 행정부가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관계에 관한 자료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워싱턴=AP/뉴시스] 팸 본디 법무장관 11일 하원 법사위원회에서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파일의 공개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2026.02.12.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이 수감 중 사망하기 오래전 그와 관계를 끊었다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 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적이 없다.

의회 조사의 한계도 분명하다. 감독위가 특정 인물에 대한 수사를 법무부에 의뢰하거나 권고할 수는 있지만, 실제 기소 여부는 법무부가 결정한다. 의회 소환장으로 현직 대통령의 출석을 강제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폴리티코는 짚었다.

공화당 일각에서도 의회 조사가 법무부 책임을 희석하는 절차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토머스 매시 공화당 의원은 “사람들을 계속 불러들이는 것은 여전히 눈속임이자 본질을 흐리는 일”이라며 “신뢰할 만한 증거가 있다면 법무부가 기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시 의원은 지난해 로 칸나 민주당 의원과 함께 법무부가 보유한 엡스타인 관련 자료 공개 법안의 표결을 추진했다.

백악관이 반대하고 공화당 내부 부담도 컸지만 의회는 결국 법무부가 보유한 엡스타인 관련 자료를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파일 공개 과정에서는 피해자 정보가 잘못 공개되거나 과도하게 삭제됐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양당 의원들은 법무부가 자료 공개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원 감독위 소속 팀 버쳇 공화당 의원은 엡스타인 조사가 납득할 만한 결론에 이를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워싱턴은 너무 느리다. 빙하가 더 빠르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어느 쪽이 주도권을 잡든 워싱턴 시스템을 크게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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