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렉카' 잡겠다는 7.7법…'묻지마 소송전'에 갇힐지도

기사등록 2026/07/11 10:00:00 최종수정 2026/07/11 10:07:57

방미통위 "정부가 직접 판단 안 해…최종 판단은 법원" 선 그어

'구독자 10만·수익형' 모호한 기준…유튜버 공익 고발 위축 우려

권력층 '묻지마 소송' 악용 가능성…"숨은 렉카는 못 잡고" 규제의 역설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이른바 '가짜뉴스 근절법(7·7법)'으로 불리는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지난 7일 전격 시행된 가운데, 정부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조회수와 광고·후원 수익만을 노리고 허위 정보를 양산하는 '사이버 렉카'를 정조준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표현의 자유 위축 논란을 의식해 "행정기관이 직접 허위 여부를 재단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지만, 현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모호한 처벌 기준과 최대 5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권력층과 자본의 비판 여론을 막기 위한 '전략적 봉쇄 소송'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판단 배제하고 법원에 위임"…판례 쌓이기 전까진 '안갯속'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는 최근 브리핑을 통해 정부 주도의 검열 우려에 대해 강하게 선을 그었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허위조작정보에 대해서는 정부기관이나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의 판단조차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입법 취지"라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행정기관이 아닌 법원의 최종 판단에 맡기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네이버·카카오·구글(유튜브), 페이스북·엑스(X) 등 대형 플랫폼이 이용자 신고를 받으면 자체 자율 운영정책에 따라 게시물 삭제나 노출 제한 등을 1차 판단한다. 이에 불복할 경우 방미심위 분쟁조정이나 법원 소송으로 다투게 되며, 최대 5배 가중 손해배상이나 10억원의 과징금 역시 법원의 '허위조작정보' 확정판결이 내려진 후에야 집행된다.

문제는 기준이 될 '법원 판례'가 축적되기 전까지 공백기 동안 현장의 불확실성이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무엇이 가짜뉴스(허위조작정보)이고 무엇이 정당한 비판인지 명확한 잣대가 없는 상황에서, 플랫폼과 창작자 모두 사법부의 처분만 바라보며 방어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구독자 10만·수익형' 기준도 혼선 우려

정부가 제시한 가중 손해배상 대상인 '수익형 게재자'의 기준도 모호하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불법정보·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할 당시 직전 3개월 동안 총 3개 이상 정보를 게재해 광고·후원 등 수익을 얻고, 이 가운데 ▲구독자 수가 10만 명 이상이거나 ▲직전 3개월 동안 게시한 정보의 월별 합산 조회수의 평균이 10만 회 이상인 경우가 대상이다.

이는 영향력과 사익 추구를 동시에 하는 사이버 렉카를 겨냥한 장치다. 그러나 유튜브 생태계 특성상 취미나 공익적 논평 콘텐츠를 올리더라도 조회수에 따라 자동으로 광고 수익이 붙거나 시청자의 자발적 소액 후원(슈퍼챗)이 발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익의 규모나 성격을 엄밀히 가려내지 못한다면, 정당한 의혹을 제기하는 1인 미디어나 시사 유튜버들까지 '징벌적 손배 대상'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

방미통위는 유통 당시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거나 공익 목적의 정보는 배상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지만, 풍자와 패러디조차 '일정 요건을 갖추면 허위조작정보에 포함될 수 있다'는 모호한 예외를 남겨두어 혼란을 키웠다.
[과천=뉴시스] 김금보 기자 = 신영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방송통신이용자정책국장이 8일 오후 경기 과천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서 7일 개정 시행된 '불법·허위조작정보 유통 방지를 위한 정보통신망법' 가이드라인에 대해 언론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07.08. kgb@newsis.com

◆진짜 '렉카'는 비웃고, '봉쇄 소송' 남발 우려

미디어 법조계와 학계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정치인, 대기업, 권력기관 등 비판의 대상이 되는 이들이 이 법을 악용해 무차별적인 '묻지마 소송전'을 벌일 가능성이다. 단순한 사실관계 해석 차이나 주관적인 비판 의견조차 '허위조작정보'로 몰아세우며 최대 5배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식이다.

방미통위는 정당한 감시 활동을 막기 위한 '악의적 봉쇄 소송'에 대해 피고(게재자)가 중간판결을 신청해 소를 각하할 수 있는 특칙을 마련했다고 해명했다. 공인에 대해 소 각하 판결시 공표 의무도 지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면책을 받거나 소가 각하되더라도, 대형 로펌을 앞세운 권력층과의 지루한 소송 과정 자체가 개인 창작자나 소규모 언론매체에는 감당하기 힘든 심리적·경제적 압박을 받을 수 있다. 거액의 소송 예고 자체만으로도 공적 사안에 대한 비판과 감시 기능이 완전히 마비되는 '냉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가짜뉴스의 진원지인 악성 사이버 렉카들은 해외 서버나 가명을 활용해 유유히 법망을 우회하는 반면, 얼굴을 걸고 정당한 공익 고발에 나선 1인 미디어만 소송 폭탄의 독박을 쓰는 '규제의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

악성 유포자를 잡겠다는 법안이 온라인 공론장을 사법 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 '사법 사막화'를 막기 위해서는 가중 손배 청구 남용을 방지할 엄격한 스크리닝 제도와 구체적인 면책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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