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부터 못 쓰는데"…키오스크 확산, 고령 상인엔 다른 세상

기사등록 2026/07/11 08:00:00 최종수정 2026/07/11 08:08:26

고령 상인·고령 손님 많은 시장선 무인화 '손사래'

설치비·관리 부담에 매장은 좁고…"나도 쓸 줄 몰라"

최저임금 인상에 무인화 확산…"노포는 디지털 장벽"

[서울=뉴시스]김가영 인턴기자=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아현시장에 위치한 한 노포. 2026.07.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 김가영·김범준 인턴기자 = "맥주집에서 키오스크로 소시지를 잘못 눌렀는데 취소를 못해서 그냥 먹었어요. 제가 이런데 손님이 기계를 못 쓰면 어떻게 도와주겠어요."

서울 마포구에서 30년 넘게 부침개집을 운영한 박정환(68)씨는 무인주문 시스템 이야기가 나오자 손사래부터 쳤다. 그는 "어쩌다 한 번 써봤는데도 어렵더라"며 "배워도 안 쓰면 금방 잊어버린다. 시장 상인들도 대부분 나이가 많아 이런 기계를 다루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키오스크와 테이블오더 등 무인화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 6일 서울 마포구·서대문구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서 만난 고령 상인들에게 무인화 기기는 '그림의 떡'이었다.

이날 만난 고령의 상인들은 키오스크 설치에 대해 "우리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노년층 단골손님이 많은 상권 특성에다 초기 설치비, 유지·관리 비용, 기기 활용 부담까지 겹치면서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서울 공덕시장에서 마포한방 원조족발을 운영하는 이재겸(68)씨는 "주 고객이 노년층이라 키오스크를 들여놔도 손님들이 더 불편해할 것"이라며 "재래시장은 중장년 손님이 대부분이라 지금처럼 직접 주문 받는 방식이 낫다"고 했다.

아현시장에서 15년째 시장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60대 상인도 "하루 손님이 많지 않은데 키오스크를 설치해도 남는 게 없다"며 "오히려 손님들이 사용법을 몰라 더 불편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포 상인들에게 주문은 단순히 음식을 받는 절차가 아니다. 손님과 안부를 묻고 단골을 알아보는 일상적인 소통의 과정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주문을 기계에 맡기는 방식이 가게 분위기나 영업 방식과 맞지 않는다는 인식도 적지 않았다.

20년째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김도연(65)씨도 "손님들도 사장이 직접 주문을 받아주는 걸 더 좋아한다. 20년 동안 손에 익은 방식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백반집을 운영하는 70대 상인은 "사람도 없는데 무슨 키오스크냐"며 "사람이 북적이는 상권이라면 몰라도 여기서는 둘이서 장사하는 게 훨씬 낫다. 나도 쓸 줄 모르고 손님들도 대부분 연세가 있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김가영 인턴기자=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아현시장 소재의 노포들. 2026.07.10 photo@newsis.com

이러한 상황 때문에 인력난과 인건비 부담에도 무인화 기기 설치는 어려운 상황이다. 주문량이 많지 않은 데다 기기 관리와 고장 대응까지 모두 사장이 떠안아야 하는 현실에서 키오스크 활용 역시 또 다른 업무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공덕동의 한 김치찌개 전문점 사장은 "원래 직원을 썼지만 올해부터는 인건비 부담 때문에 혼자 운영하고 있다"며 "키오스크 회사에서 설치하라는 연락은 자주 오지만 내가 사용할 줄도 모르고 손님들도 대부분 단골이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17년째 돼지국밥집을 운영하는 50대 자영업자는 "10년 전에는 직원을 4명까지 썼지만 지금은 가족끼리만 장사한다"며 "어머니도 70대라 기계를 다루기 어렵고, 시장에 오는 손님들도 대부분 40~60대 이상이라 키오스크를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키오스크가 고장 나면 결국 사장이 해결해야 하는데 그걸 할 줄 모르면 장사 자체가 멈춘다"며 "시장 노포를 찾는 손님들은 사람 냄새 나는 분위기를 기대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인상과 구인난이 맞물리면서 무인화는 더욱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영세 노포는 변화의 혜택보다 부담을 먼저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장은 "무인화는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과 투자 여력이 있어야 가능한데 소규모 노포는 초기 투자비를 회수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령 손님이 많으면 결국 직원이 키오스크 사용을 도와줘야 해 인건비 절감 효과도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에서는 공간이 좁아 기기를 설치하기 어렵거나 설치하더라도 고령층 손님이 주문을 어려워해 다시 직원이 나서는 상황이 적지 않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키오스크는 설치비뿐 아니라 매달 유지·관리 비용도 발생한다"며 "소비자가 사용하는 것과 사장이 직접 관리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여서 고령 사장들에게는 기기 관리 자체가 큰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령층에게 키오스크는 여전히 높은 디지털 장벽"이라며 "무인화를 도입한 업장과 그렇지 못한 업장 간 영업 환경과 수익성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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