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손떼겠다던 트럼프도 움직였다…美, 최상위 모델 '상설 심사' 논의

기사등록 2026/07/10 11:07:31 최종수정 2026/07/10 11:46:25

자율 AI 급성장에 워싱턴·베이징 모두 규제 쪽으로 이동

액시오스 "AI 경쟁, 기업 싸움서 미중 국가안보 대결로"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양자 컴퓨팅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학 연구용 고성능 양자컴퓨터 개발과 사이버보안 대응을 앞당기는 행정명령 2건에 서명했다. 2026.06.23.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인공지능(AI) 경쟁이 기업 간 기술 개발 싸움을 넘어 미국과 중국의 국가안보 대결로 번지고 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는 8일(현지시간) 최상위 AI 모델의 성능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미국과 중국이 각각 자국 첨단 AI 모델에 대한 외국 기업·기관의 이용 제한을 검토하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도 기존의 사안별 개입을 넘어 최상위 AI 모델 공개를 상시 심사하는 체계 마련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액시오스는 최근 AI 업계에서 세 가지 흐름이 동시에 맞물리고 있다고 짚었다. 미국과 중국에서 AI 모델 성능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고, 미국 정부는 규제 틀 마련을 서두르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 모두 자국의 최상위 AI 모델을 외국 기업·기관이 쓰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액시오스는 사람의 반복 지시 없이 복잡한 작업을 이어가는 자율 AI 에이전트가 확산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규제·통제 논의를 재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경쟁이 더 이상 기업 간 경쟁에 그치지 않고, 국가안보를 둘러싼 미중 대결로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 배경에는 최상위 AI 모델의 급격한 성능 향상이 있다. 액시오스는 오픈AI의 챗GPT, 앤트로픽의 클로드, 구글 제미나이 등 대형 AI 모델의 성능 향상이 그동안은 점진적인 변화처럼 받아들여졌지만, 최근 몇 달 사이에는 사람의 감독을 덜 받고도 복잡한 작업을 처리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앤트로픽의 페이블(Fable)과 미토스(Mythos) 모델은 최상위 AI가 어디까지 일을 맡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혔다. 액시오스는 엔지니어들이 이들 모델에 수백만 줄 규모의 프로그램 코드를 맡기면, 오래된 시스템을 고치고 스스로 오류를 찾아 수정한 뒤 작동 여부를 검증하는 테스트까지 수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AP/뉴시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운데) 등 빅테크 CEO들이 4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2025.09.05.
오픈AI도 정부와 협의하느라 공개를 늦춘 뒤 새 AI 모델 솔(Sol)을 내놨다. 초기 시험 이용자들은 이 모델이 여러 보조 AI 에이전트를 동시에 동원해 작업을 나누고, 보안 취약점을 찾아내며, 기존 모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소프트웨어 코드를 다시 작성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머스크 측도 모델 규모를 키우는 방식으로 경쟁에 다시 뛰어들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AI 기업 SpaceXAI는 그록 4.5(Grok 4.5)를 공개했다. 이 모델은 이전 모델보다 규모가 세 배 크다고 소개됐으며, 머스크는 다음 달 이보다 거의 두 배 더 큰 모델도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더 정교한 훈련 방식뿐 아니라 모델 규모 자체가 여전히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오픈소스 AI 모델 경쟁에서 미국 모델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중국 스타트업 지푸AI(Z.ai)가 개발한 GLM-5.2는 무료로 공개된 모델이면서도 미국의 고성능 모델과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내는 것으로 평가됐다. 지푸AI 창업자 지에 탕은 중국이 2027년 1분기 전까지 페이블급 모델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최상위 AI 성능 경쟁이 빨라지자, 규제를 꺼리던 미국 정부의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AI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액시오스는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최상위 AI 모델 공개 전 AI 개발사들이 따라야 할 절차를 포함해 더 체계적이고 강도 높은 관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앤트로픽의 미토스5와 페이블5는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규제 필요성을 키운 사례로 꼽혔다. 두 모델은 지난달 안보 우려로 약 3주간 이용이 제한됐으며, 액시오스는 이 조치가 정부 개입 가능성을 보여준 선례라고 분석했다. 수출통제 등 안보 조치가 적용되면 AI 기업이 정부 조치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한 미국 당국자는 액시오스에 “수출통제가 앤트로픽이 행정부와 협력하도록 하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뉴칼라일=AP/뉴시스] 인공지능(AI) 열풍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경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대체투자 운용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최신 분석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사진은 2025년 10월2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있는 아마존웹서비스(AWS) AI 데이터센터에서 한 기술자가 설비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2026.06.02.
트럼프 행정부는 AI 모델의 공개 여부와 위험성을 심사할 새 기구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구에 동맹국 등 다른 국가를 참여시키는 방안도 논의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도 자국 첨단 AI 모델을 외국 기업·기관이 쓰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최근 한 달간 주요 기술기업들과 만나 자국의 최첨단 AI 모델에 대한 외국 기업·기관의 이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액시오스는 미국 역시 중국 기업과 기관이 미국 AI 모델을 쓰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초기 단계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국의 이용 제한 검토는 단순한 기업 경쟁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 문제로 번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액시오스에 “AI는 이미 미국과 중국의 정보·군사 영역에 깊숙이 통합돼 있으며, 이는 미중 경쟁과 전쟁의 방식까지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액시오스는 AI 경쟁의 중심이 기업 간 성능 경쟁에서 미중 정부의 통제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상위 모델을 누가 더 빨리 만들 것인가를 넘어, 그 모델을 어느 나라와 기업에 허용할 것인가가 새 쟁점으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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