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14조원 규모' 유가 담합 의혹 수사 발표
정유사 "최고가격제로 손해"…손실 보장 요구
檢 "정유사 손해 주장은 허구…혈세 낭비 막아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6일 SK에너지·HD현대오일뱅크·GS칼텍스·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사 4사의 유가 담합 사건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은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가 지난 3월 전쟁 발발 후 먼저 가격을 끌어올리자고 담합했으며, 나머지 두 회사가 이를 추종하는 의식적 병행 행위로써 유가를 대폭 상승시켰다고 판단했다.
동시에 석유 최고가격제로 정유사가 대규모 손실을 안게 됐다는 주장도 실상 없었다고 봤다.
올해 3월 13일 시행된 최고가격제는 국제 유가가 급등해 국내 기름값이 치솟은 경우, 정부가 물가 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휘발유·경유·등유 등의 판매 가격 상한선을 정해 그 이상으로 팔지 못하게 막는 것을 골자로 한다. 1973년 석유사업법에 제도가 도입된 이래 첫 가동 사례다.
그간 정유사는 최고가격제로 인해 국내 기름값이 국제 원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상한선에 묶여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싱가포르 국제제품가격(MOPS)에 운송 프리미엄, 관세, 수입부과금 등을 더한 '국제가 기반 원가'를 기준으로 삼을 시 손해가 3조~5조원에 이른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었다.
정부는 현행법상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손실 보상을 해야 한다는 조항에 따라 4조2000억원 상당의 예비비를 편성한 상태다.
나 부장검사는 "MOPS 가격이 20원 이상 큰 폭으로 하락했을 때도 (국내) 가격을 동결하거나 인상한 사례가 더 많다"며 "MOPS 가격에 따라서 기계적으로 연동해 국내 판매가를 정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GS칼텍스가 작성한 가격 시뮬레이션 자료를 확보, 정유사가 모순을 인지한 정황에도 주목했다. 이들은 "국제가 기준을 기반으로 한 가상의 원가 기준보다 최고 가격대가 높아서 이익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러면) 보상받지 못 할 수도 있다"고 내부 평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토대로 검찰은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이 MOPS 가격이 아닌 국내에서 경쟁하는 정유사의 가격을 주된 '바로미터'로 설정했다고 결론 내렸다. 즉 국제 원가와 상관없이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가 가격을 급등시키면 그 흐름을 따라갔다는 셈이다.
특히 GS칼텍스 및 에쓰오일 가격 결정 부서는 "우리가 독자적으로 줏대 있게 한다면서요"라고 하자 "줏대 없어요"라거나 "전쟁으로 먹고사는 회사. 트럼프 만세"라고 하는 등 국제 원가와 무관하게 이득을 취한 정황의 메시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손실 보상을 노린 정유사의 잔꾀를 "허구의 주장"이라고 지적한 검찰은 유관 기관과 공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나 부장검사는 "국민 혈세 4조2000억원이 낭비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자료를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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