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시작은 '축구협회장 선거 제도' 변경 주장 나와
투표 여건·제3자 개입 주의 등 현실적인 문제 있어
"직선제 대안이지만…협회 분위기 바꾸는 게 우선"
[서울=뉴시스] 김진엽 기자 = 홍명보 감독이 지휘했던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하면서 단순한 감독 교체를 넘어 한국 축구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개혁의 시작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제도 변경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 2013년 처음 축구협회 수장에 오른 이후 2025년 제55대 회장 선거까지 당선되며 4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정 회장 체제를 유지해 온 탓에 축구협회는 변화와 혁신을 멀리한 채 소위 고인물, '카르텔'이 형성됐다는 평가가 따른다.
이에 현행 선거 구조로는 개혁을 기대하기 어려워, 간선제가 아닌 직선제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체육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최근 대한축구협회 선거 제도 개선을 위해 회원종목단체 규정을 개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북중미 월드컵에서의 부진한 성적 여파로 축구협회 신임 회장 선거를 향해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회원종목단체 규정 개정을 앞당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 회장은 북중미 월드컵 출전을 앞둔 홍명보호가 사전 캠프를 진행 중이던 5월29일 성명을 통해 사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송영주 해설위원은 뉴시스를 통해 "바꾸는 게 맞다. 축구협회는 안일하게 생각했다. 지금 협회에 있는 사람들은 처음 왔을 때는 변화와 개혁의 의지가 있었을 거다"며 "그러나 그 사람들이 고여있는 물이 되면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결국 시스템이 퇴보했다는 이야기를 든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의 축구협회는 마침표가 없었다. 어떤 일을 마무리했으면, 그 결과에 대해 복기하고 더 발전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마침표가 있어야 했는데, 협회는 그렇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또 송 위원은 "지난 55대 축구협회장 선거 때 마침표를 찍었어야 했는데 그 기회를 놓쳤다. 지금 선거 구조로는 절대 안 바뀐다"며 "새 회장을 뽑고, 새 사령탑을 선임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지루하고 지지부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제대로) 했을 때 오히려 일처리나 사후처리가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 직선제로 안 바꾸면 (정 회장의) 라인이 그대로 살아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정 회장과 55대 축구협회장 선거에서 후보로 경쟁했던 허정무 전 축구 대표팀 감독은 "'엉터리 선거'를 하면 또 그대로 갈 것이다. 단 5~6개월이라도 시간을 갖고 잘못돼 온 것들과 앞으로 해야 할 것들을 세심하게 따지면서 정리해야 된다"며 "모든 것을 제도화하고, 그 시스템 안에서 발전적인 방향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순서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거 방식만 문제가 아니다. 지금 축구협회 내부를 들여다보면 문제점이 상당히 많다"며 "지금은 문제점을 고칠 기관, 단체, 개인이 없다. 그래서 문체부 같은 곳에서 제대로 나서서 정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오는 20일 폐막하는 북중미 월드컵 이후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축구협회 정관에 따라 임기가 2029년까지인 정 회장이 사퇴하는 만큼, 60일 이내에 회장을 새로 선출하는 보궐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를 넘어야 한다.
직선제로 전환했을 시 대폭 늘어나는 다수의 유권자를 지금처럼 한 장소에 모아 투표하는 방식은 쉽지 않다.
FIFA와 아시아축구연맹(AFC)이 비밀선거, 직접선거 원칙을 중요하게 보고 있는 거로 전해져, 온라인 투표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 FIFA가 정부 등 제3자의 선거 개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 모든 과정과 결정이 신중해야 한다는 부분도 있다.
투표 방식 변경도 중요하지만, 축구협회가 가고자 하는 옳은 방향을 정하고 그걸 추진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후보군을 추리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 역시 나왔다.
박찬하 해설위원은 "당시에는 최선의 선택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한국 축구의 발전만을 위한 선택과 결정이 아닌 게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직선제로 바뀌면 투표인단의 범주도 넓어지니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러나 직선제가 대안이 될 수는 있지만, 정답이라고도 볼 수는 없다. (현실적인 문제들과 별개로) 지금까지 계속해서 개혁이 어려웠던 건 축구협회 다수의 구성원이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런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간선제든 직선제든 협회장 투표 방식은 (축구협회 개혁과) 관련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박 위원은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이번에 구성원이 바뀌어도 또 다른 집단이 형성될 뿐이지 한국 축구가 바뀌는 건 어렵다"며 "(방법에 집중하기보다는) 일을 하고 싶은 사람, 잘 하는 인물, 한국 축구가 발전되기를 바라는 사람들로 구성원이 이뤄져야 한다. 축구협회의 전체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회장이든, 감독이든 지금의 한국 축구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밑그림부터 새로 그려야 한다. 감독 후보군이 언급되는 시기는 아닌 것 같다. (제대로 된 회장이 선출돼) 축구협회가 원하는 방향이 뭔지, 우리 대표팀이 어떤 축구를 추구하는지를 설정하는 게 먼저"라며 "그걸 정한 후에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감독을 데려오는 게 순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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