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일 신고 규정 넘겨 뒤늦게 공시…전직 윤리당국자 "전례 없는 일"
백악관·트럼프 가문 "독립적 자산운용사가 대리 수행…이해충돌 없다"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투자 계좌가 지난해 '해방의 날' 관세 유예 조치를 발표하기 하루 전 수백 건의 주식을 매수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2일(현지 시간) NBC뉴스에 따르면 정부윤리국(OGE)에 제출된 트럼프 대통령의 연례 재산공개 보고서에는 트럼프 대통령 소유 투자 계좌가 2025년 4월 8일 총 327건의 주식 매수 거래를 진행한 것으로 기록됐다.
거래가 이뤄진 바로 다음 날인 4월 9일,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예고했던 고율의 국가별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고율 관세 정책으로 무역전쟁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증시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관세 유예 발표 이후 시장은 급반등했다. 이날 S&P 500 지수는 9.5% 상승하며 역사상 여덟 번째로 높은 일일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계좌는 4월 8일 10만~25만 달러 규모의 애플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애플은 당시 관세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기업 가운데 하나였다. 실제 관세 유예 발표 다음 날 주가는 15% 이상 급등해 1998년 이후 최고의 하루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외에도 브린커 인터내셔널·크라토스 디펜스·콘 페리·아조스·매디슨 스퀘어 가든 스포츠 등의 주식이 매수 명단에 포함됐다.
현행 연방 윤리 규정에 따르면 대통령을 포함한 행정부 고위 공직자는 일정 규모 이상의 증권 거래가 발생하면 45일 이내에 정기 거래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해당 거래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14개월이 지난 뒤 900쪽이 넘는 연례 재산공개 보고서를 통해 거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보고서 첫 페이지에는 "이전에 신고하지 않은 278-T 거래와 관련해 지연 신고 수수료를 납부했다"는 각주가 포함됐다.
정부윤리국 전 국장 대행 겸 법률고문인 돈 폭스는 정책 발표 직전에 이뤄진 대규모 주식 거래와 이를 뒤늦게 공개한 점에 대해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논란이 커지자 백악관과 트럼프 측은 이해충돌 의혹을 부인했다.
에릭 트럼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 트럼프 오가니제이션은 특정 투자 종목을 선택하거나 지시, 승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며 "거래 내용을 사전에 통보받지 않으며 독립적인 제3자 자산운용사의 투자 결정에도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구조는 이해충돌 우려를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애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도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은 이해충돌 행위에 관여한 적도, 앞으로 관여할 일도 없다"며 "행정부의 모든 정책 결정은 미국 국민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오가니제이션은 "약 1000쪽에 달하는 이번 보고서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포괄적인 재산공개 보고서 중 하나이며 높은 수준의 재정 투명성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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