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 선정 총회서 과반 득표 업체 없어 선정 불발
송파구, 적격심사 순으로 4개 이상 재상정 행정지도
재건축 추진위, 다득표 1·2위 업체 결선투표 추진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서울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재건축사업의 설계자 선정이 무산된 가운데 후속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관할 구청이 적격심사 순위에 따라 4개 이상 업체를 재상정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렸지만, 재건축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상위 1·2위 업체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진행하기로 결정하면서다.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림픽훼밀리타운 재건축 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전날 주민총회를 열고 설계자 선정 안건을 상정했지만, 과반 득표 업체가 나오지 않아 최종 선정이 무산됐다.
이번 총회에는 입찰에 참여한 18개 설계사가 모두 상정됐으나 표가 분산되면서 과반 득표 기준을 충족한 업체가 없었다.
이 사업은 서울 송파구 문정동 150번지 일대 기존 4494가구를 철거하고 최고 26층, 6787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대형 정비사업이다. 올림픽선수기자촌, 아시아선수촌과 함께 '올림픽 3대 재건축'으로 꼽힌다.
추진위는 설계자 선정이 불발된 이후 결선투표 방식으로 후속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추진위는 다득표 상위 1·2위 업체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을 총회 안건으로 상정해 가결했다. 해당 안건은 찬성 2937표, 반대 35표, 기권·무효 76표로 통과됐다. 결선 대상은 해안건축사사무소와 나우동인건축사사무소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절차는 송파구청의 행정지도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파구는 지난 26일 공문을 통해 설계자 재상정 시 적격심사 평가점수 순위에 따라 최소 4개 이상 업체를 총회에 상정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사실상 2개 업체 간 결선 방식은 허용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서울시 공공지원 정비사업 설계자 선정 기준 역시 적격심사 순위를 기반으로 다수 후보를 상정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송파구청은 해당 공문에서 '총회 투표 결과 과반수 득표 업체가 없을 경우 결선 투표 가능 여부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다'며 '규정에 없는 최다 득표 순위 2개 업체에 대한 결선 투표 진행은 불가함을 유의해달라'고 안내했다.
또 현행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제15조 제2항)'은 총회 의결이 필요한 경우 상정 후보를 4인 이상으로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비업계에서는 추진위의 결선 방식이 행정당국의 제도 취지와 충돌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향후 법적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탈락 업체들이 행정소송이나 총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사업 일정 전반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지자체가 입찰 절차 무효 등 후속 조치를 검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자체는 추진위원회가 운영규정을 임의로 변경할 경우 법적 분쟁과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관련 변경 승인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총회 현장에서도 결선투표 방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총회에 참석한 입주민 A씨는 "구청 의견이 제시된 상황에서 내부 결의만으로 절차를 진행한 것은 다소 성급했다"며 "정비사업 인허가 권한이 자치구에 있는 만큼 관련 규정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둔촌주공 재건축과 같은 공사 중단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재건축 사업에서 절차 준수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이라며 "설계자 선정 과정에서 논란이 발생할 경우 총회 결의 자체가 무효화될 수 있어 사업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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