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떼겠다던 트럼프, 최상위 AI 막았다…업계 "차라리 바이든식 규제"

기사등록 2026/06/29 11:22:17 최종수정 2026/06/29 12:16:24

오픈AI GPT-5.6 일반 공개 제한…앤트로픽 페이블5 해외 제공도 차단

업계 "일회성 허가 말고 공식 기준 필요"…백악관은 “美 AI 우위 유지”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공화당 상원 의원들과 오찬 모임을 위해 국회의사당을 방문해 이동하고 있다. 2026.06.25.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공지능(AI) 규제를 최소화하겠다던 기존 기조에서 급선회해 오픈AI와 앤트로픽의 최상위 모델 일반 공개를 제한하고 해외 제공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미국 AI업계에서는 “차라리 바이든 전 행정부처럼 기준이 정해진 규제가 낫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7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사이버 공격 악용 가능성을 이유로 오픈AI의 새 모델 GPT-5.6을 일반 공개하지 않고 일부 협력사에만 먼저 제공하도록 했고, 앤트로픽의 일부 고성능 모델도 해외에 제공하지 못하도록 막았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차단되는지 기준이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폴리티코는 새 AI 통제의 기준과 절차가 불분명하게 적용되면서 미국 AI 산업이 불확실성에 빠졌고, 그 사이 중국 AI 기업들은 새 모델을 내놓으며 격차를 좁히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출범 당시 AI 규제 완화를 예고했다. 실리콘밸리의 주요 투자자와 기업인들도 바이든 전 대통령의 AI 안전 규제가 미국의 혁신을 짓누를 것이라고 비판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초반 주정부 규제는 막으려 했지만, 연방정부가 직접 모델 출시를 통제하는 방식은 피했다.

그러나 앤트로픽과 오픈AI가 잇달아 강력한 새 AI 모델을 내놓으려 하자 백악관의 태도는 달라졌다. 해커나 적대국 등 악용 세력이 이들 모델을 활용해 사이버 공격을 벌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백악관이 모델 공개와 해외 제공을 직접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혼선은 앤트로픽 사례에서 먼저 드러났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AI기업 앤트로픽의 최신 고성능 모델 일부에 적용했던 수출 금지는 풀었지만, 또 다른 최상위 모델인 ‘페이블5’의 해외 제공은 계속 막았다. 차단 이유도 명확히 설명되지 않았다.

오픈AI도 백악관의 사이버 안보 우려를 이유로 새 모델 GPT-5.6의 일반 공개를 미루고, 정부가 승인한 일부 협력사에만 먼저 제공하기로 했다. 최상위 AI 모델을 출시하려면 사실상 백악관의 사전 판단을 거쳐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기업이 새 고성능 AI 모델 출시 전 안전성을 자율적으로 검증하도록 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하지만 이 절차가 시행되기도 전에 백악관은 앤트로픽 모델의 해외 제공을 수출통제 대상으로 묶었고, 이어 오픈AI에도 공개 범위를 제한하라고 압박했다.

[뉴칼라일=AP/뉴시스] 인공지능(AI) 열풍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경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대체투자 운용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최신 분석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사진은 2025년 10월2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있는 아마존웹서비스(AWS) AI 데이터센터에서 한 기술자가 설비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2026.06.02.
AI업계는 백악관을 우군으로 여겼지만, 이제는 행정부의 들쭉날쭉한 통제와 여야 정치권의 안전 규제 요구 사이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한 AI기업 고위 임원은 익명을 전제로 “새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정부 허락을 받아야 하는 유럽식 허가제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정보산업협회(SIIA)의 폴 레카스 글로벌 정책 책임자도 공식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델 출시가 그때그때의 판단과 일회성 허가로 결정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오픈AI의 한 임원도 업계가 행정부에 명확한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업계 인사들은 백악관에 공개적으로 답을 요구했다가 수출통제 같은 더 강한 규제로 돌아올 수 있다고 걱정한다. 한 AI 정책 자문가는 업계 분위기에 대해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AI 산업의 혁신을 촉진하려는 목표를 분명히 밝혀왔다고 반박했다. 리즈 휴스턴 백악관 대변인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등 기반시설 인허가를 빠르게 처리한 점과 주마다 다른 AI 규제가 난립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행정명령을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AI와 첨단기술 분야에서 계속 우위를 유지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반복적으로 밝혀왔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신흥기술 정책 자문을 맡았던 사이프 칸은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가 예상 가능한 안전 문제에 준비 없이 과잉 대응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위험을 가볍게 본 탓에 준비 작업도, 필요한 전문가 확보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제는 명확한 기준보다 백악관의 그때그때 판단에 따라 승인 여부가 갈리는 불투명한 체계가 됐다”고 했다.

오픈AI에서 장기 전략을 맡을 예정인 딘 볼은 백악관이 AI 위험을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봤다. 다만 그는 “완전한 자유방임이 이 기술에 적절하지 않다는 말도 맞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정당한 우려에 과잉 반응하고 있다는 말도 맞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백악관이 조만간 정식 AI 안전 검증 체계를 확정하면, 지금처럼 모델 출시를 건별로 막는 방식은 완화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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