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제자리 재산세…조세 형평성 문제
일괄적 '면적 기준' 과세…'꼼수' 절세 만연
"0.04㎡ 차이 수억 절세…감정평가 과세해야"
임대인 증세 시 '전월세 인상' 부작용 우려도
[서울=뉴시스]이종성 기자 = 집값 상승과 시장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주택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실거주자와 비거주자의 세 부담을 달리하는 재산세 이원화 방안이 제시됐다. 또 단 0.04㎡ 차이로 수억원의 세금을 피하는 '꼼수'가 만연해, 면적이 아닌 감정평가 기준으로 과세 체계를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한국감정평가학회는 지난 25일 '부동산정책 및 주택 세제 개편을 위한 감정평가' 포럼을 열고 현행 주택 세제의 구조적 한계와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임상빈 한국지방세연구원 박사는 "2005년도에 주택 재산세율이 들어온 이후 집값은 3배 올랐는데, 세율 구간은 하나도 안 바뀌었다"며 "세금은 물가 수준에 맞게 적정한 조정이 필요했는데 이를 내버려두다 보니 부동산 시장의 가치 상승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조세 형평성이 어긋났다"고 지적했다.
실거주자와 비거주자(임대인)의 재산세를 차등 과세하자는 '재산세 이원화' 방안도 제시됐다. 임 박사는 "거주자에 대해서는 혜택을 줘 세금을 깎아주고, 임대를 놓고 있는 비거주자들은 세율을 높이는 구조로 가야 시장 친화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거주자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반면 집을 임대하고 다른 곳에 거주하는 경우에는 주택이 사실상 사업용 자산의 성격을 갖는 만큼 세 부담을 높이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제도는 오히려 비거주자에게도 혜택을 주고 있어 역진적인 측면이 있다"며 "거주와 비거주의 차이는 분명한 만큼 주택의 보유 목적에 따라 과세 기준을 달리해야 하며, 규모가 작은 주택이라도 실제 거주자가 많다면 세 부담을 더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택의 실제 보유 목적에 따라 과세 기준을 달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소득이 부족한 고령층 1주택자 등 납세자가 세금을 감당할 수 있는지 따져보는 '인적 평가' 제도를 함께 도입해, 실거주자의 억울한 세 부담을 덜어주는 완충 장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임상빈 박사는 "평촌 60평 고가 주택에 혼자 사시는 할머니가 동사무소에 긴급 생계를 요청한 사례가 있었다"며 "집을 팔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고령층은 의사 결정이 쉽지 않아 납세자들의 납세력을 질적으로 평가하는 인적 평가가 강화돼야 한다" 전했다.
1975년 도입된 고급 주택 취득세 중과 제도의 면적 기준도 개선점으로 지적됐다. 현행법상 공동주택의 경우 245㎡ 초과 면적에 대해 일반 세율의 수배에 달하는 취득세를 물게 되면서, 시장에서는 이를 피하기 위한 기형적인 설계가 횡행했다는 것이다.
박소정 수원대 객원교수는 "청담동 'PH129'의 경우 고급 주택 기준에서 벗어나기 위해 A4용지 한 장보다 작은 0.04㎡를 작게 설계했다"며 "실제 현장에서는 이 외에도 다락방 층고나 내부 발코니 등 '면적 빼기'를 통해 과세 기준을 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실제 박소정 교수 연구에 따르면, 중과세 기준 면적을 살짝 밑도는 243~244㎡ 구간에만 약 2000가구가 밀집하는 등 의도적인 '면적 회피'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어 박소정 교수는 "단 1평 차이로 고급 주택에 들어가 수억원의 중과세를 맞게 되는 불합리한 상황"이라며 "각 나라를 봤을 때도 면적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면적이라는 기준 말고 이제는 가액이나 감정평가로 교체하는 것이 시대적 흐름과 국제적 정합성에 맞다"고 강조했다.
이후 이어진 토론 순서에서는 세제 개편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세부적 보완책이 논의됐다.
남영우 나사렛대 교수는 "세 부담을 조정하는 인적 평가 제도를 시행할 때 주로 가구원 수를 이야기하지만, 여기에 실제 거주 기간도 평가 기준에 넣으면 좋을 것"이라며 "거주와 비거주를 차등하는 이원화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징수를 하는 부분에 있어 부작용이 없는지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화 과세에 따른 조세 전가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서광채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다주택을 규제하고 비거주자에 대한 증세 정책을 펼칠 경우 임대 공급이 줄어들어 전월세 등 임대차 시장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민간 임대가 나온 본질적인 이유를 고려해 늘어난 세금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정교한 제도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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