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 후 자진 사퇴
"모든 건 감독의 책임…진심으로 죄송하다"
2024년 7월 '불공정 선임 논란' 속 지휘봉 잡았지만
2014년 브라질 이어 두 번째 도전도 '대실패'
홍명보 감독은 28일(한국 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항서 단장에 이어 취재진 앞에 나선 홍 감독은 "감독이라는 자리는 결과 앞에서 어떤 설명도 앞설 수 없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 나는 설명보다 책임을 지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기대하셨던 결과를 끝내 보여드리지 못했다. 그 책임은 모두 감독인 내게 있다"고 전했다.
이어 "나는 오늘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를 내려놓는다. 하지만 대한민국 축구를 향한 마음까지 내려놓는 것은 아니다. 우리 대표팀이 다시 국민 여러분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팀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입장문 발표를 마친 홍 감독은 별도의 질의응답 없이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애초 홍 감독의 계약 기간은 내년 1월에 있을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였다.
그러나 이번 사임으로 대한축구협회는 귀국 후 곧장 축구대표팀 차기 사령탑 선임 작업에 착수하게 됐다.
다만 이번 대회를 끝으로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물러날 예정이라 감독 선임 작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주역 중 한 명인 홍 감독이지만 팬들 반응은 싸늘했다.
첫 번째로 축구협회가 홍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피어오른 여러 가지 논란이 문제였다.
당시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가 다비드 바그너(미국)와 거스 포옛(우루과이) 등 외국인 후보자들과 달리 홍 감독은 면접과 발표 등을 진행하지 않고 뽑은 것이 알려져 '날치기 선임'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또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거둔 참담한 실패로 발목을 잡았다.
홍 감독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뒤 A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사령탑으로는 처음 2014 브라질 월드컵에 나섰으나, 1무 2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탈락한 뒤 자진해서 팀을 떠났다.
그런 홍 감독이 돌아오자 그는 물론 축구협회와 정몽규 회장까지 경기 중 붉은악마로부터 야유와 비판을 받았다.
체코(2-1 승),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이상 0-1 패)을 상대로 1승 2패(승점 3)를 거둬 A조 3위에 그친 한국은 '울며 겨자 먹기'로 각 조 3위 중 상위 8팀에 주어지는 32강 진출권을 노렸다.
9개로 추려진 경우의 수 중 3개만 맞으면 됐지만, 한국은 스웨덴, 가나, 에콰도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파라과이 등에 밀려 탈락했다.
32개국에서 48개국 체제로 확대돼 토너먼트 진출 허들 자체가 낮아졌음에도 한국 축구는 8년 만에 다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씁쓸한 성적표를 거뒀다.
팬들의 분노는 홍 감독과 축구협회로 향했다.
북중미행 확정 후 일 년간 갈고닦은 스리백 전술은 미완에 가까웠고, 한 달 가까이 이어온 고지대 적응도 무위에 그쳤다.
주장 손흥민(로스앤젤레스FC), 에이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철기둥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역대 최고의 전력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남아공전 이후 베이스캠프로 돌아온 홍 감독은 "경기 전에 수십 개의 상황을 준비하지만, 막상 시작하면 그 외에 돌발 상황이 많이 나온다"며 "대처하는 건 결국 선수들이지만, 결과는 감독의 책임"이라고 전했다.
홍 감독은 "축구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는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감독을 맡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다른 이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나에게 맡겨진 책임을 끝까지 다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2년 동안 '이 선택이 한국 축구를 위한 선택인가'라는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모든 판단이 옳았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기준은 언제나 한국 축구였다"고 덧붙였다.
홍 감독은 "끝까지 함께해 준 선수들,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 그리고 축구대표팀을 위해 묵묵히 헌신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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