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불공정 선임 논란 끝에 부임해
2014년 브라질 대회 실패 이후 12년 만에 재도전
48개국 체제로 수월해진 조별리그서 탈락
스리백 전술·고지대 적응 모두 무용지물
끝내 자진 사퇴…"모든 책임은 감독인 내게"
지난 2024년 7월 홍명보 감독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종료 후 쫓기듯 물러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후임으로 한국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대한축구협회는 장장 5개월에 가까운 장고 끝에 홍 감독을 선임했지만 팬들 시선은 곱지 않았다.
첫 번째로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피어오른 여러 논란이 문제였다.
당시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는 다비드 바그너(미국)와 거스 포옛(우루과이) 등 외국인 사령탑들을 직접 만나 면담을 진행한 뒤 홍 감독을 최종 낙점했다.
하지만 외국인 후보자들과 달리 홍 감독은 면접과 발표 등을 진행하지 않고 선임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해당 논란은 큰 파장을 일으켰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까지 다뤄졌다.
홍 감독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축구 역사상 첫 동메달을 수확한 뒤 이듬해 A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감독으로 처음 2014 브라질 월드컵에 나섰다.
그러나 '홍명보호 1기'는 조별리그 H조에서 러시아(1-1 무), 알제리(2-4 패), 벨기에(0-1 패)에 1무 2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며 탈락했고, 홍 감독은 자진해서 팀을 떠난 바 있다.
10년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단 홍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개인적인 욕심이 아닌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도전을 결심했다"며 "비판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한국 축구가 진전하는 데 주어진 역할을 다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축구 팬들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고, 홍 감독은 물론 정몽규 회장과 축구협회에도 야유가 쏟아졌다.
축구대표팀은 팔레스타인, 오만, 요르단, 이라크, 쿠웨이트와 묶인 3차 예선에서 6승 4무를 거둬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룹 최약체로 분류됐던 팔레스타인과 두 번 연속 무승부에 그친 건 분명 아쉬웠지만, 까다로운 중동 원정을 견디며 10경기 무패를 달성한 건 고무적이었다.
이후 홍 감독은 본격적으로 월드컵 모드에 돌입했다.
축구대표팀은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부터 월드컵 본선을 대비해 스리백을 갈고닦았다.
'철기둥'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중심이 된 센터백 세 명과 양쪽 윙백 두 명을 더해 수비 상황에서 더욱 단단하게 골문을 지키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조합과 조직력 면에서 불안함을 노출했다.
특히 월드컵 전 최종 모의고사였던 코트디부아르전(0-4 패)과 오스트리아전(0-1 패)에서 균열이 극에 달했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사전캠프에서 트리니다드토바고(5-0 승)와 엘살바도르(1-0 승)를 꺾긴 했으나,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두 수 아래인 상대였기에 큰 의미는 없었다.
체코(2-1 승),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이상 0-1 패)을 상대로 1승 2패(승점 3)를 거둬 A조 3위에 그친 한국은 '울며 겨자 먹기'로 각 조 3위 중 상위 8팀에 주어지는 32강 진출권을 노렸다.
9개로 추려진 경우의 수 중 3개만 맞으면 됐지만, 한국은 스웨덴, 가나, 에콰도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파라과이 등에 밀려 탈락했다.
지난 일 년간 연마했던 스리백 전술은 공수 양면에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윙백을 활용한 공격 전개, 중원을 활용한 빌드업, 더 많은 숫자가 투입된 수비진 모두 합격점을 받기 어렵다.
유럽 플레이오프(PO)를 통해 북중미행 막차를 타 경기 하루 전에야 고지대에 입성한 체코를 상대로 힘겹게 역전승을 거둔 정도였다.
'주장' 손흥민(로스앤젤레스FC), '에이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 등 전 포지션에 걸쳐 쟁쟁한 선수들이 즐비해 역대 최고라 평가된 전력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축구 팬들 사이에선 지휘봉을 내려놓는 것으로 이번 결과를 책임지라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29일 사퇴 기자회견을 연 홍 감독은 "감독이라는 자리는 결과 앞에서 어떤 설명도 앞설 수 없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 나는 설명보다 책임을 지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기대하셨던 결과를 끝내 보여드리지 못했다. 그 책임은 모두 감독인 내게 있다"고 전했다.
이어 "나는 오늘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를 내려놓는다. 하지만 대한민국 축구를 향한 마음까지 내려놓는 것은 아니다. 우리 대표팀이 다시 국민 여러분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팀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애초 홍 감독의 계약 기간은 내년 1월에 있을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였다.
그러나 이번 사임으로 대한축구협회는 귀국 후 곧장 축구대표팀 차기 사령탑 선임 작업에 착수하게 됐다.
다만 이번 대회를 끝으로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물러날 예정이라 감독 선임 작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hatriker22@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