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체제 인사 둥광핑, 韓 거쳐 캐나다 도착 가족과 재회

기사등록 2026/06/28 03:27:29 최종수정 2026/06/28 05:18:24

10년 탈출 시도 끝 한국에 온 뒤 꿈 이뤄

당초 목적지는 日…항해 중 한국으로 방향 틀어

둥씨 석방 법적 절차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아

[서울=뉴시스] 중국 반체제 인사 둥광핑씨가 26일(현지 시각) 한국에서 에어캐나다편으로 캐다나에 도착한 뒤 밝게 웃고 있다.(출처: 셩쉐 X) 2026.06.28.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서해를 통해 배를 타고 한국으로 탈출했던 중국 반체제 인사 둥광핑(董廣平·68)씨가 자신의 희망대로 캐나다에 도착해 현지에 정착한 아내와 딸을 만났다.

둥 씨는 27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위험천만한 10년간의 자유를 향한 여정을 끝내고 토론토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 10년 탈출 시도 끝 한국에 온 뒤 꿈 이뤄 

그는 중국에서 한국까지 바다를 건너 온 자세한 이야기도 처음으로 공개했다고 NYT는 전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태안 앞바다에서 어선에 발견돼 억류된 뒤 가족이 있는 캐나다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낸 바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산둥성 웨이하이를 출발해 엔진이 덜컹거리는 고무보트에서 36시간 동안 표류하며 얼굴 피부가 벗겨지고 휴대전화 배터리가 거의 다 된 채로 한국에 도착했다.

중국 공산당을 비판해 온 둥씨는 10년 넘게 중국 탈출을 시도하다 여러 차례 투옥되었고, 경찰의 감시를 받았으며, 출국 금지 조치까지 받았다.

그는 과거 태국과 베트남으로 갔다가 추방당한 뒤 대만으로 헤엄쳐 가려다 중국 본토 어부들에게 구조돼 탈출에 실패하기도 했다.

둥 씨의 친구들은 그가 서해를 건너 한국으로 탈출한 것이 다른 결과로 이어지기를 바랐고 그의 희망은 이뤄졌다.

[서울=뉴시스] 중국 반체제 인사 둥광핑씨가 26일(현지 시각) 한국에서 에어캐나다편으로 캐다나에 도착한 뒤 자신의 탈출을 도왔던 솅쉐(필명) 씨와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다. (출처: 셩쉐 X) 2026.06.28.   *재판매 및 DB 금지

◆ ‘10년 7개월 30일’ 만의 탈출

그의 탈출을 도왔던 중국인 활동가 장시훙(필명 셩쉐)은 소셜미디어 X에 몇 차례 무산된 둥 씨의 10여년 간의 탈출 과정을 소개했다.

둥씨는 2015년 9월 18일 중국을 탈출해 태국으로 갔으나 당국에 체포된 뒤 중국으로 송환됐다.

2019년 12월 9일 푸젠성 석사에서 바다를 거쳐 대만 금문도로 헤엄쳐 갔다. 하지만 10시간 후 중국 어민에게 구출되어 중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2020년 1월 5일 국경을 넘어 베트남으로 숨어들어갔으나 체포돼 역시 중국으로 송환됐다.

[서울=뉴시스] 중국 반체제 인사 둥광핑씨가 26일(현지 시각) 한국에서 에어캐나다편으로 캐다나에 도착한 뒤 모처에서 태블릿으로 자료를 보고 있다. (출처: 셩쉐 X) 2026.06.28.  *재판매 및 DB 금지

◆ 처음 목적지는 한반도 우회한 일본

그의 여정은 지난달 24일 해가 뜨기 전 웨이하이에서 회색 고무보트를 타고 출발하면서 시작됐다.

3년 전에도 또 다른 중국 반체제 인사가 제트스키를 타고 한국으로 탈출한 뒤 수개월간의 구금과 법적 공백기를 거친 후 결국 출국이 허용됐다.

그 여정은 둥씨에게 영감을 주었지만 그는 자신이 더 잘 아는 일본을 향해 배를 몰았다고 말했다.

그의 최종 계획은 아내와 딸이 살고 있는 캐나다로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이었다.

그는 약 717km에 달하는 여정에 충분한 약 178리터의 휘발유와 익힌 소고기, 크래커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배를 한 번도 몰아본 적 없는 둥씨는 엔진이 고장 날까 봐 걱정했다고 말했다. 엔진을 보호하기 위해 시속 3마일(약 4.8km)의 느린 속도로 나아갔다.

그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한반도를 돌아 일본으로 향하는 항로를 설정했고, 맑고 무더운 날씨에 태양을 이용해 배터리 소모없이 방향을 유지했다.

저녁 해질녘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며 잠시나마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고 그는 회상했다.

[태안=뉴시스] 지난달 28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는 중국 반체제인사 둥광핑이 영장 실질 심사를 받기 위해 서산지방법원 법정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태안신문 제공) 2026.06.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항해 중 방향 잃고 엔진도 말썽…예비 계획 한국으로 틀어  

출발 다음달 날씨가 변해 하늘은 특징없는 회백색으로 변했다. 구름에 가려 해가 보이지 않자 그는 방향 감각을 잃었다.

그는 “어느 쪽이 바다이고 어느 쪽이 하늘인지 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배터리가 방전되었고, 보조 배터리도 소용이 없었다. 그는 연락이 두절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몹시 두려웠다.

배의 엔진도 그를 배신하기 시작했다. 해초와 부유물이 흡입구를 막았기 때문이다. 속도를 줄이려고 할 때마다 엔진이 자꾸 꺼졌다. 그는 36시간 동안의 고된 노력 끝에 겨우 약 200km밖에 이동하지 못했다.

그때 그는 속도를 높여 예비 계획이었던 한국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는 오직 생존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고 말했다.

저녁이 되자 그는 멀리서 불빛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안도감을 느끼며 그쪽으로 향했다.

그는 그때 건설선을 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도움을 요청했지만, 배의 프로펠러 소음 때문에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잠시 후 그는 어선을 발견하고 어부가 그물을 끌어올리는 것을 지켜보며 다시 한번 도움을 요청했다.

한 어부가 그를 배에 태워 해양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한국 해양경찰은 그를 억류하고 조사를 위해 육지로 데려왔다.

◆ 둥씨의 석방 절차와 경위, 아직 알려지지 않아

둥씨가 석방된 정확한 법적 절차는 27일까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한국에서 둥씨를 변호했던 김주광 변호사는 논평할 수 없다고 밝혔으며 둥씨 사건을 담당했던 법원 대변인에게는 즉시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둥씨는 자신의 여정에서 진정한 전환점은 바다 한가운데가 아니라 한국 해양경찰청의 한 사무실에서 관계자들이 그에게 변호사 접견을 허락해 준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이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를 캐나다로 보내줄 것이라는 것을 그때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중국, 태국, 베트남, 캐나다에서의 경험을 비교했다.

그는 “법치주의에 기반한 민주주의 국가라면 나를 중국으로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다”고 생각했다.

며칠 후 해안경비대 관계자들이 체포영장을 신청했지만 판사가 기각했다고 둥씨는 말했다. 결국 당국은 그가 출국하는 것을 허용했다.

◆ 인천 난민수용소 생활 후 출국

둥씨는 인천의 난민 수용소에 미얀마,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여러 나라 출신의 난민 신청자들과 함께 생활했다고 말했다.

그는 저녁에는 수용소에서 열리는 아마추어 축구 경기를 보거나, 나중에는 텔레비전으로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는 어느 날 변호사가 서울에 있는 한국전쟁 기념비를 방문할 수 있도록 임시 외출 허가를 받아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전쟁의 역사에 대해 궁금했고, 한국이 묘사하는 역사와 자신이 중국에서 접해온 선전 내용을 비교해 보고 싶었다고 했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 그는 토론토로 가는 비행기에 오르는 날이었다.

그는 비행기에 탑승해 통로 쪽 좌석에 앉자마자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밀려들었다.

그는 생각을 멈추기 위해 공상 과학 영화 ‘아바타’와 ‘인터스텔라’를 시청했다.

그의 탈출을 도왔던 중국인 활동가 장시훙(필명 성쉐)은 26일 저녁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서 그를 맞이한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둥씨는 1989년 베이징 톈안먼 사건에 대한 서한에 서명하면서 시작한 일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헌정 민주주의를 달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나는 이것을 남은 생애 동안 해야 할 일로 여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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