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반LGBTQ+ 오르반 총리 퇴진 후 대규모 성소수자 행사 진행

기사등록 2026/06/28 01:11:22

섭씨 38도 폭염속 제31회 부다페스트 프라이드 행사에 수 만명 참가

지난해 집회 금지에도 역대 최고 35만 명 참가…정부 위신에 타격

[부다페스트=AP/뉴시스] 27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31회 프라이드 행사 참가자들이 엘리바베스 자리를 건너고 있다. 2026.06.28.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헝가리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4월 선거로 물러난 뒤 처음으로 열린 부다페스트 ‘프라이드 행진’에 27일 수만 명이 참가했다.

이날 유럽 대부분 지역을 강타한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기온이 최소 섭씨 38도까지 치솟는 가운데 제31회 부다페스트 프라이드 행사 행진이 시작됐다.

주최측은 참가자들에게 물병을 나눠주었고 시 정부는 행진 경로를 따라 설치된 식수대를 가동했다.

참가자들은 부다페스트의 상징적인 오페라 하우스에서 출발해 도심을 가로지른 후 다뉴브 강을 가로지르는 에르제베트 다리를 건넜다.

헝가리 LGBTQ+ 커뮤니티 구성원들과 수많은 지지자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무지개 깃발을 흔들었다.

이날 세 번째로 프라이드 행사에 참여했다는 루카 우이는 16년간 집권하며 수많은 반LGBTQ+ 정책을 시행했던 오르반 정부가 물러난 뒤 행진 분위기가 훨씬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

오르반 정부는 지난해 이 행사를 불법화하는 법안과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유럽연합(EU) 전역의 인권 단체와 정치인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정부의 금지령을 공공연히 무시하고 지난해에도 프라이드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주최 측은 참가자 수를 35만 명 이상으로 추산하며 헝가리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정부 불허 방침에도 행진에 엄청난 인파가 몰리자 오르반 총리는 위신에 큰 타격을 입었다.

오르반 총리는 4월 총선에서 중도우파 후보인 페테르 마자르 총리와 티서당에게 완패했다.

새 정부는 오르반 정부 시절 제정된 프라이드 행사 금지법을 폐지하지는 않았지만 올해 행사를 허가하고 행진 경로를 따라 보안을 강화했다.

오르반 정부는 LGBTQ+의 평등권 투쟁을 기념하는 프라이드 행사가 아동의 도덕적, 정신적 발달에 대한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했지만 인권단체와 많은 전문가들은 이를 반박했다.

4월 EU 최고법원은 오르반 정부 시절인 2021년 제정된 미성년자의 LGBTQ+ 콘텐츠 접근을 금지하는 법률이 EU법을 위반하고 인권과 평등을 보장하는 기본 조약을 어긴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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