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기준 이달 환율 1525.9원…28년만 최고
외국인 매도·연준 금리 인상 기대에 속수무책
[서울=뉴시스]김래현 기자 =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1997년 외환위기 수준으로 흔들리고 있다.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에 밀려 반짝 효과를 내는 데 그치고 있다.
2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이달 원·달러 환율은 1525.9원이다. 월별로 봤을 때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를 훌쩍 뛰어넘는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2월 1626.8원 이후 28년 만의 최고치다.
외환당국이 치솟는 환율을 잡기 위해 구두개입과 미세조정, 14년 만의 외환공동검사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꺼내 들었지만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1500원대 중반대는 소위 펀더멘털에 비해서 너무 과하다"고 한 다음날 환율은 1540원대에서 장을 마감했다. 종가가 1540원을 넘긴 거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의 일이다.
기업들이 보유한 달러라도 시장에 끌어내기 위해 정부는 주요 수출 대기업의 외환거래를 매일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대기업이 달러 매도, 환헤지 확대 등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노력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 앞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감독원은 외국인들이 지난달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49조410억원을 순매도했다고 밝혔다. 올해 누적 순매도액은 114조2260억원이다. 지난해 연간 순매도 규모인 11조7680억원의 10배 수준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행렬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코스피 등 급등한 국내 주식시장에서 비롯한다. 차익 실현과 리밸런싱을 위해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리밸런싱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장정수 한은 부총재보는 24일 '올해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주가가 급등하며 리밸런싱 필요성이 더 커졌을 수 있다"며 "언제쯤 리밸런싱이 마무리될지는 판단하거나 평가하기 어렵지 않나"고 했다.
외국인은 직전 거래일인 26일에도 4조6420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내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불거지며 달러 자체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연준은 17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지만, 앞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들과 달리 향후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연준이 2% 물가상승률이라는 목표치 달성 여부를 검토할 때 기준으로 삼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3.4%, 전월 대비 0.3% 상승하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웠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2020년 이후 원·달러 등락 패턴을 보면 최소 반년에서 최대 1년 이상 상승기를 지나고 대외 변수 충격에 급격한 하락을 반복해 왔다"고 말했다.
민 연구원은 "작년 하반기 서학개미 해외주식투자 확대, 올해 중동 전쟁과 국내증시 외국인 리밸런싱으로 환율 상승 압력은 충분히 반영됐다"며 "올해는 워시 체제 연준 금리 인상 우려 해소, 글로벌 유동성 재편에 따른 약달러가 환율 하락을 유발할 대외 변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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