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레버리지…극한 증시 변동성 주범으로
환율 안정 효과 사실상 전무…당국 책임론 확산
투자자 보호 조치 나섰지만…'사후약방문' 비판도
[서울=뉴시스]이지민 기자 =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이후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외환 시장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 아래 제도 개선부터 상품 상장까지 속도감 있게 추진됐지만, 자금 쏠림과 증시 변동성 확대가 심화되며 정책 판단을 둘러싼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추가적인 투자자 보호 조치 마련에 나섰지만, 이미 상장된 상품에 대한 투자 수요를 조절하기 쉽지 않은 만큼 '사후약방문'이란 비판이 적지 않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인버스 ETF 총 16종이 지난달 27일 동시 상장했다.
앞서 금융당국이 국내 우량주식 기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허용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에는 ETF가 10개 이상 종목에 분산 투자하고, 종목별 편입 비중도 최대 30%를 넘지 않도록 제한한 바 있다.
제도 개선의 배경에는 고환율 대응이 있었다.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홍콩 등에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규제 정합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해외로 유출되는 자금을 국내 시장으로 유인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반도체 업종 초호황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 쏠림이 이미 심화된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여기에 레버리지 ETF까지 등장하며 국내 증시 유동성을 집어삼키고 이에 따른 부작용이 커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내 증시는 최근 극심한 변동성 공포에 휩싸여 있다. 지난주 코스피는 사상 처음으로 일주일 동안 두 차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는 지수가 8% 이상 급락할 경우 모든 종목의 거래를 20분간 일시 중단하는 조치로, 이번까지 포함해 코스피에서 발동된 사례는 총 11차례에 불과하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심화시킨 개인 투자자의 대형주 수급 쏠림은 두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코스피 지수 변동성 확대를 야기한다"며 "현 상황이 유지된다면 급등락은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안 그래도 삼성전자, 하이닉스로 수급이 몰리는데 단일종목 레버리지까지 두 상품만 내게 되면 수급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업계 우려가 상품 출시 전부터 있었다"며 "여기에 16개 상품이 동시에 상장하면서 투자 수요가 단기간에 몰리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책의 명분이었던 환율 안정 효과는 사실상 제한적이란 평가다. 원·달러 환율이 다시 1550원선을 위협할 정도로 치솟았다. 중동 전쟁과 고유가, 미국 국채금리 상승 등 대외 변수가 환율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외국인 주식 매도세까지 더해지면서다.
이에 이찬진 금감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홍콩에 있는 레버리지 ETF 관련 내국인 투자자를 데려오는 방안으로 생각했던 것 같은데 효과는 별로 많지 않고 부작용은 너무 커지고 있다"며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 반성하고 있다"며 사실상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금융당국은 해외 상장 상품으로의 자금 유출을 줄이는 데에는 일정 부분 성과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홍콩 증시에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3종을 지난해 10월16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약 5000만 달러(770억원) 순매수했다.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출시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4일까지는 홍콩 상품을 약 1억4000만 달러(약 2157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를 근거로 "국내 상장이 없었을 경우 해외상장 상품에 대한 직접 투자가 지속 확대됐을 가능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당국은 논란이 확산하자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 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문하고, 추가적인 투자자 보호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요 증권사들을 소집하고 시장 변동성에 대응해 선제적인 신용융자·미수거래 리스크 관리 등을 주문했다.
투자자 보호 조치로는 기본예탁금(현재 1000만원) 상향, 사전 교육 강화 등 투자 문턱을 높이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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