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에만 4.82% 상승한 서울 아파트 가격
공급 부족·증시 유동성 유입은 집값 상승 요인
하반기 예고된 금리 인상은 하방 압력으로 작용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이재명 정부가 대출 규제와 세제 강화 등 강도 높은 수요 억제책을 잇달아 내놨지만, 시장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공급 부족 우려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구조적인 공급 부족에 더해 금리 인상 기조, 증시 자금의 주택시장 유입 여부, 7월 세제 개편이 맞물리며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값은 25개 자치구 전역에서 일제히 상승하며 6월 넷째주까지 누적 4.8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3.10%)과 비교해 상승폭이 더 크다.
서울 내에서도 강북권과 외곽 지역의 상승세가 매섭다. 동북권에 속하는 성북구는 올해 아파트값이 누적 7.89% 치솟아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1.06%)을 크게 웃돌았다. 강북구(0.21%→4.64%), 도봉구(-0.05%→4.28%), 노원구(0.16%→5.57%) 등도 작년과 비교해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지난해 10.15 대책에 따라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대출 한도가 제한됐다. 이에 상대적으로 중저가 단지가 많은 비강남 지역에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인한 유통 물량 감소,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등의 영향으로 전세 매물이 잠기고 가격이 급등하자 "차라리 매수하자"는 실수요자들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전세가 상승이 매매가를 밀어올리는 형국이다.
이들 지역에 비해 서초·강남·송파·강동이 포함된 동남권의 상승률은 2.67%로 비교적 낮다. 지난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개 전 절세용 급매물이 시장에 풀리며 가격이 일시 조정받은 탓이다. 하지만 중과 재개 이후로는 매수세가 다시 살아났다. 6월 넷째주 기준 강남구의 주간 상승률(0.35%)은 서울 평균(0.30%)을 상회했다.
서울 집값 상승의 핵심 변수로는 '공급 부족'이 꼽힌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은 2만7158가구로 작년(3만7103가구)보다 26.9% 줄어든다. 지난 2022~2024년 부동산 PF 위기와 건설공사비 급등이 겹치면서 착공 물량이 급감한 것이 현재의 공급 절벽으로 이어졌다.
직방 조사에 따르면 하반기 서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1490가구로 상반기보다 늘어나지만 시장 수요를 감당하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다. 당장 7월 서울 입주 물량은 450가구에 불과하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내년부터 2029년까지 3년간 서울의 연평균 예상 입주 물량은 1만322가구에 그친다. 서울의 연간 적정 입주 물량인 4만7000가구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3~4년 뒤 입주로 이어지는 착공 물량도 올해 1~4월 4564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6848가구) 대비 33.4% 감소했다.
정부는 작년 9월 7일 수도권 135만가구 착공 계획 발표에 이어 올해 1월 29일엔 수도권 도심 6만호 공급 계획을 공개했다. 3기 신도시등 공공택지에서 공급 속도를 높이고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 공모, 주요 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추진 등을 통해 후속 조치를 이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엔 민간 비아파트 공급 부진을 보완하기 위한 대책도 내놨다.
전문가들은 이에 더해 서울 분양 물량의 80~90%를 공급하는 정비사업의 병목을 해소해줄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규제지역 내 1주택자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 다주택자는 0%를 적용받고 한도는 6억원으로 제한돼 이주비 마련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서울 정비구역 43곳 중 39곳(3만1000여가구)이 이러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그린벨트 해제와 신도시 개발이 사실상 막힌 상황에서 남은 공급 카드는 노후 시가지를 되살리는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뿐"이라며 "정비사업 물꼬를 얼마나 터주느냐에 따라 시장 기대 심리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주비는 개인 주담대가 아닌 '사업비 대출' 성격으로 접근해야 한다. 특히 사업성이 낮은 단지들을 위해 이주비를 사업비 대출 구조로 전환하고 지역 실정을 반영한 차등 한도를 허용해야 착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주식 등 금융시장에서 차익을 실현한 자금이 다시 주택시장으로 유입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에도 이미 주식으로 얻은 투자 수익이 주택 매입 자금으로 흘러 들어가는 자산 이동 현상이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4월 주택 매입에 투입된 주식·채권 매각대금은 총 3조7255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15억원 이상 주택 매매에 주식·채권 매각대금을 활용한 비중은 2020~2025년 3~4% 수준이었으나 올해 4월 13.2%까지 급증했다. 연령별로는 30대의 투입 금액이 1조259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증시에서 돈을 번 사람들이 결국 안전 자산인 부동산으로 이동하는 것은 과거부터 반복되는 전형적인 패턴"이라며 "지금도 서울에 공급이 부족한 가운데 집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전셋값도 무섭게 오르는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리면서 주식 시장의 수익이 부동산으로 귀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또다른 변수는 금리 인상이다.
최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연 7%를 넘어섰고, 한국은행도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공식화하면서 금융환경은 빠르게 긴축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와 고정형 주담대의 기준인 금융채 5년물 금리도 상승세를 보이면서 실수요자의 자금조달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통상 금리 인상은 주택시장에 가장 직접적인 변수다. 대출 이자 부담이 증가하면 실수요자의 구매력이 낮아지고 투자 수요도 위축되면서 거래 감소와 가격 조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저금리 시기에 이른바 '영끌'로 주택을 구입한 차주들도 대출 금리 재산정 시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나 매수 심리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금리가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은 56%에 달한다. 금리가 집값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가뜩이나 주택이 투자상품화되면서 통화량이나 금융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에 금리를 올리면 공급이 전부가 아닐수 있다"며 "공급이 중요한 요소인 것은 분명하지만, 시장을 판단할 때는 금리와 유동성 등 다른 변수들도 함께 고려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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