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7만원인데 31만원에…중고거래 '0' 빼먹은 판매자, 법원 판단은[법대로]

기사등록 2026/06/27 09:00:00 최종수정 2026/06/27 09:04:12

317만원 판매하려다 31만7천원으로 등록

거래 완료 뒤 "잘못 입력" 계약 취소 요구

法 "착오만으로는 계약 취소 인정 안 돼"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사진은 법원 로고. 2024.12.23. km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 = 중고거래 플랫폼에 판매 가격을 실제 희망 가격의 10분의 1로 잘못 올린 판매자가 계약 취소를 요구하며 구매자에게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A씨는 지난해 3월 중고거래 플랫폼에 자신이 사용하던 물품 2점을 각각 판매한다는 글을 게시했다. 두 물품의 판매가격은 합계 31만7000원이었다.

게시글을 본 B씨는 같은 날 두 물품을 모두 구매하겠다고 했고 A씨는 곧바로 물품을 발송했다. 이후 B씨는 플랫폼을 통해 판매대금을 결제하고 구매를 확정했고 대금은 정상적으로 A씨에게 지급됐다.

문제는 거래가 모두 끝난 뒤 발생했다. 입금된 금액을 확인한 A씨는 자신이 판매가격을 잘못 입력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실제 판매하려던 가격은 총 317만원이었는데, 실수로 희망 가격의 10%인 31만7000원을 입력했다는 것이다.

A씨는 즉시 B씨에게 연락해 물품을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B씨는 보상금으로 50만원을 지급하거나 해당 물품을 다시 구매하겠다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양측은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A씨는 "판매희망 가격을 잘못 기재했다"며 매매계약을 취소한다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소송을 통해 계약 취소와 함께 물품 반환을 청구했다.

A씨는 재판에서 판매가격을 잘못 입력한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중대한 착오'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가격을 제대로 입력했다면 애초에 해당 내용으로는 거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5단독(판사 노민식)은 지난 4월 28일 물품 판매자인 A씨가 구매자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물품인도 등 청구 소송에서 A씨의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가격을 잘못 입력한 것은 계약 내용 자체의 착오가 아니라 판매자의 '판매 의사'에 관한 착오라고 판단했다.

판매자가 원래 더 높은 가격에 팔려고 했더라도 그 의사가 거래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알려지지 않았다면 이미 성립한 계약을 취소할 수는 없다고 본 것이다.

또 판매자가 속으로 생각한 가격과 실제 게시한 가격이 달랐더라도, 그 사정을 구매자가 알 수 없었다면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착오를 주장하는 사람은 실제로 착오가 있었고, 그 착오가 의사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의 경우 이러한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물품의 판매희망 가격에 관한 착오는 동기의 착오에 불과할 뿐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판매희망 가격이 계약 내용이라는 점이 피고에게 표시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재판부는 "착오를 이유로 한 원고의 이 사건 거래 취소 주장은 이유 없다"며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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