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셋값 주·월간 상승률 13년來 최고…연간 5% 전망도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전세가격 상승 압력이 쉽게 꺾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신규 입주 물량 감소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와 다주택자 매물 감소가 맞물리면서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이 구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주택종합(아파트·연립주택·단독주택) 평균 전세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91% 올랐다.
지난해 12월 0.53%를 찍고 올해 1월(0.46%)과 2월(0.35%) 두 달 연속 둔화하다 3월(0.46%)에 다시 확대된 후 4월(0.66%)에 이어 석달 연속 오름세를 키운 것이다.
상승률 자체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입주 물량이 급감해 전세 대란이 일었던 2013년 10월(1.04%) 이후 12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아파트만 따로 떼어 산출한 전세가격지수로는 1.15% 올라 상승률은 더 높아진다. 이 수치는 2015년 4월(1.25%) 이후 11년 1개월 만에 최대폭이다.
건설산업을 연구하는 민간 기관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전셋값이 연간 5.0%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 여파로 신규 전세 매물이 잠기면서 전셋값이 폭등했던 2021년의 상승률(5.1%)과 유사한 수준이다.
주택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 속에 다주택자 규제 강화 흐름이 전셋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2020~2024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고금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건설공사비 급등 등으로 인한 착공 물량 감소가 시차를 두고 신규 입주물량(준공) 부족으로 이어진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서울 아파트 착공 물량은 4564가구로 2011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같은 기간 기준 최저치다.
정부가 지난해 9·7 대책과 올해 1·29 대책으로 공급 계획을 제시했지만 속도를 높여도 일러야 내년 이후 착공이 가능해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올해 다주택자들이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전 보유 주택을 매도하고 재개발·재건축 이주 수요 발생 등이 겹치면서 임대 매물 품귀 현상이 심화하고 전셋값이 더 오르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2022~2024년 이 3년 동안 공급이 확 줄었다"며 "전세 물량이 부족해서 폭등했다는 건 그런 상황을 원하는 사람들이 만든 논리다. 정상화 과정 중의 일부"라고 말했다.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유도한 결과 자연스레 전세 매물이 줄었고, 무주택자가 매입해 전입했으므로 전세 수요도 같이 감소한 것이며 투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공급을 늘리는 것이 해법이라는 의견도 보탰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전월세 문제를 대체할 수 있는 비아파트 공급에 좀 더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 교수는 "매물 부족으로 전월세 시장 불안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공급 확대 정책이 실질적인 주거 안정으로 이어지려면 가격과 임대차 시장을 동시에 관리하는 정교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서울 전세난 대응책으로 수도권 비(非)아파트 공급 확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급 부족이 구조적으로 누적된 상황에서 비아파트 공급 확대 정책이 얼마나 신속하게 효과를 낼 수 있을지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비아파트 공급 확대 대책을 발표했다. 내년까지 수도권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주도하는 매입임대주택 9만호를 공급하고, 이 중 6만6000호를 서울과 경기 등 규제지역에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민간 공급 확대를 위해 도시형생활주택(도생) 규제 완화도 추진한다. 정부는 내년까지 4만1000호, 2030년까지 총 11만호 공급을 목표로 제시했으며, 한시적으로 세대수와 층수 기준을 완화하고 주차장 설치 기준도 낮추기로 했다.
도시형생활주택은 도시지역에 전용면적 85㎡ 이하, 300세대 미만 규모로 지어지는 연립·다세대 형태의 주택이다.
또 도심 내 공실 상가와 오피스는 원룸이나 오피스텔로 용도 전환해 2030년까지 3만3000호 이상을 공급할 계획이다. 지식산업센터 역시 한시적으로 오피스텔 전환을 허용하는 등 비주택 리모델링도 병행한다.
비아파트는 빌라(연립·다세대),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을 포함하며 통상 6개월~1년 내 건설이 가능해, 착공부터 입주까지 3~5년이 걸리는 아파트보다 단기간 공급 확대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따라 비아파트 공급 확대는 시장에 공급 신호를 제공해 최근 심화되고 있는 전세가격 상승세를 완화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지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비아파트는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등 주거 취약계층이 도심 내 직주근접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한다"며 "비아파트 시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전세 사기 우려를 공공 매입임대 사업이 해결함으로써, 수요자들에게 보다 안전한 주거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아파트 선호와 비아파트 소유 기피 현상을 넘어설 수 있도록 주거 여건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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