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희생사건…법원 "국가의 불법행위"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6·25 전쟁 당시 우리나라 군·경이 주민들을 집단 살해한 '김포지역 민간인 희생사건'의 유족들에게 국가가 총 29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정하정)는 최근 A씨 등 유족 7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유족들이 청구한 49억1400만여원 중 29억2900만여원을 배상액으로 인용하고, 국가가 이를 지급할 것을 명했다.
위자료는 희생자들 본인은 1억원, 배우자에 대해서는 500만원, 자녀 각 1000만원, 형제자매에 대해 각 500만원으로 산정했다.
6·25전쟁 당시 경기 김포 지역은 인민군에 의해 점령됐다가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 실시 이후 수복된 곳이다.
수복 후 우리나라 군·경은 치안대를 조직해 부역자들을 색출했는데, 김포경찰서 경찰과 치안대는 일부 주민들을 부역 혐의가 있거나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적법한 절차 없이 집단 살해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23년 8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는 내용의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이번 소송에 나선 A씨 등은 이 사건으로 희생된 민간인들의 유족이다.
재판부는 "희생자들은 진실규명 결정 내용과 같이 정부 국가 군·경 등에 의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희생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미 오랜 세월 지나면서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고, 유족들이 가해자 특정하거나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진화위의 진실규명 결정 등을 유력한 증거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국가 소속 군경 등이 정당한 사유 없이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희생자들을 사망하게 해 국민의 기본권인 생명권, 재판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 이상 공무원 직무상 불법행위"라며 "유족들은 갑자기 가족을 잃게 된 상실감, 사회적 편견 등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과 불이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국가 소속 공무원들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해 희생자들과 유족이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으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eyjud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