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값도 내부거래"…상표권 사용료가 부당지원 통로?

기사등록 2026/06/25 11:02:23

2024년 유상거래 2.15조…5년 새 8000억↑

높은 사용료 낼 경우 보유 회사로 부 이전

무상·저가 사용도 문제…과징금 부과 사례

셀트리온·SPC서도 상표권 무상사용 문제돼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2019.09.05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그룹의 상표권 부당 내부거래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대기업집단의 상표권 사용료 문제가 다시 감시 대상에 올랐다.

상표권 사용료는 계열사가 그룹 명칭이나 로고를 사용하는 대가로 상표권 보유회사에 지급하는 돈이다. 지주회사나 그룹 브랜드 관리 회사가 계열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받는 것 자체는 정상적인 거래다.

문제는 상표권이 정확한 가치를 측정하기 어려운 무형자산이라는 점이다. 가격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계열사 이익을 특정 회사로 옮기는 통로가 될 수 있다.

25일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한화에 조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공정위는 한화그룹 계열사가 한화 상표를 쓰는 과정에서 적정 사용료가 책정됐는지 여부를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상표권 거래를 주시하는 것은 관련 거래 규모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정위가 지난해 공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에 따르면 상표권 사용계약을 체결하고 대가를 지급하는 유상사용 집단은 2020년 46곳에서 2024년 72곳으로 늘었다. 거래 규모도 같은 기간 1조3500억원에서 2조1500억원으로 증가했다.

연간 1000억원 이상 사용료가 발생하는 집단은 LG, SK, 한화, CJ, 포스코, 롯데, GS 등 7곳이다. 이들의 거래금액 합계는 1조3433억원으로 전체 공시집단 유상거래 금액의 62.4%를 차지했다.

상표권 사용료 수취회사 113곳 중 36곳은 지주회사였다. 매출액 대비 상표권 사용료 수취액 비중이 10%를 넘는 회사 18곳은 모두 지주회사로 나타났다.

총수일가와의 연결성도 짚어볼 만하다.

총수가 있는 집단의 상표권 유상거래 비율은 80.2%로 총수가 없는 집단 63.6%보다 높았다.

총수가 있는 집단 소속 수취회사 중 총수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회사는 55.8%였고, 이들이 수취한 상표권 사용료는 총수가 있는 집단 전체 수취액의 81.8%에 달했다.

상표권 사용료가 부당지원과 연결될 수 있는 첫 번째 방식은 과다 수취다.

계열사들이 브랜드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높은 사용료를 내면 영업회사 이익이 상표권 보유회사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회사가 지주회사이거나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회사라면 계열사들이 벌어들인 돈이 총수일가 이해관계가 큰 회사에 쌓이는 구조가 된다.

특히 그룹 브랜드 가치는 제조·판매 계열사의 영업활동, 광고비, 품질관리, 소비자 신뢰가 누적돼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를 키운 주체와 사용료를 가져가는 주체가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상표권 사용료 산정 방식, 계약 대상, 수취회사 지분 구조, 실제 브랜드 관리 기능 수행 여부 등을 함께 살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상표권을 무상 또는 낮은 대가로 사용하게 하는 것도 문제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상표권 보유회사가 사용회사에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볼 여지가 생긴다.

사용회사가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회사이거나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회사라면 비용 절감 효과가 사익편취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실제 공정위는 2024년 셀트리온 사건에서 상표권 무상 사용을 부당지원·사익편취 행위의 한 축으로 봤다.

셀트리온은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서정진 회장이 지분 88%를 보유한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의약품 보관용역을 무상 제공하고, 자신이 개발·등록해 보유한 상표권도 무상으로 쓰게 했다.

2016년부터는 서 회장이 지분 69.7%를 보유한 셀트리온스킨큐어에도 상표권을 무상 사용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헬스케어와 스킨큐어가 영업이익 적자 누적과 현금흐름 부족 상황에서 지원을 받아 재무구조가 개선됐다고 보고,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스킨큐어에 과징금 4억35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들 회사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약 12억1000만원의 부당이익을 제공받았다고 판단했다.

SPC 사례에서도 상표권은 내부거래를 통한 이익 이전 구조 중 하나로 거론됐다.

공정위는 2020년 SPC그룹이 제빵 계열사와 생산 계열사 거래 중간에 SPC삼립을 끼워 넣어 통행세 거래를 하고, 판매망 저가 양도와 상표권 무상 제공 거래 등을 통해 SPC삼립을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공정위는 총 6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총수와 경영진, 법인을 고발했다.

다만 이후 법원은 과징금 산정 방식이 잘못됐다고 보고 과징금 취소 판결을 내렸다.

공정위는 브랜드 같은 무형자산은 정확한 가치를 측정하기 어려운 만큼, 사용료 산정 근거와 이익 귀속 구조가 불투명할 경우 감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확인해드리기 어렵다"면서도 "위법이 확인되면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전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2019.09.05 ppkj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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