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실습·인턴 위해 상경하지만 숙소 없어
고시원·반전세·지인집 의존…주거비도 부담
전문가 "취업 기회 격차로 이어질 수 있어"
[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 김가영 인턴기자 = "합격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어디서 살지?'였어요."
청주에 살던 취업준비생 진소영(26)씨는 지난해 서울의 한 방송국 임시 파견직에 합격했지만 기쁨보다 걱정이 앞섰다. 합격 통보를 받은 다음 날부터 출근해야 했지만, 서울에는 머물 곳이 없었다. 결국 진씨는 수원에 사는 지인 집에 머물며 서울로 출퇴근했다.
지방 청년들에게 서울 취업은 일자리 경쟁 이전에 '거주지 경쟁'이 되고 있다. 인턴과 취업 프로그램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지만 정작 1~3개월 머물 수 있는 단기 주거 공간은 부족해 청년들이 고시원과 게스트하우스, 지인 집을 전전하고 있다.
24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수도권에 집중된 인턴십과 현장실습 기회를 잡기 위해 서울로 향하는 지방 청년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현행 주거 시장은 대부분 1년 이상 장기 계약을 전제로 운영돼 단기간 수도권에 체류해야 하는 청년들의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 청년들에게 서울 생활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특히 인턴과 실습은 짧게는 한 달, 길어야 수개월에 불과해 일반적인 월세 계약을 맺기도 쉽지 않다.
진씨는 "체험형 인턴은 한 달에 길어야 반년 정도인데 그 기간 만을 위해 집을 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취업 스터디나 대외활동, 취업 아카데미도 대부분 서울에 몰려 있어 결국 서울로 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지방 청년들은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감수하거나 높은 주거비를 부담해야 하고 급하게 방을 구하는 과정에서 월세 사기 위험에도 노출된다.
진씨는 "주변에 급하게 방을 구하다 월세 사기를 당한 친구도 있다"며 "만약 수도권에 사는 지인이 없었다면 서울에서 경험을 쌓을 기회 자체를 포기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면접 과정에서 주소지를 서울로 수정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진씨는 "파견업체 담당자가 '서울 주소가 아니면 합격한 사례가 거의 없다'고 말한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 현장실습을 위해 서울로 향하는 학생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북 증평에 거주하는 물리치료학과 4학년 이충환(27)씨는 지난 4월 서울 중앙대병원에서 8주간 실습을 하기 위해 노량진 고시원 생활을 시작했다. 졸업을 위해 실습은 필수 과정이지만 상급종합병원이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 있어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실습지와의 거리, 비용 등을 고려해 고시원을 선택했지만, 생활 여건은 기대보다 더 고됐다.
이씨는 "창문이 없는 방은 한 달에 35만원, 외창이 있는 방은 38만원 수준이었다"며 "고시원이라고 해서 저렴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방 원룸보다도 비싸다고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방이 너무 좁고 방음도 안 돼 전화도 제대로 하기 어려웠다"며 "화장실이 방 안에 있어 위생적으로도 만족스럽지 않았고 치안 역시 안전하다고 느끼지는 못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주거 문제가 아니라 취업 기회의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인턴이나 실습을 위해 서울에 와야 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지만 현재 주거 시장은 장기 거주를 전제로 운영되고 있다"며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청년들이 적절한 주거 공간을 구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안으로는 대학 기숙사와 공유주택, 공공기숙사 등을 활용한 단기 거주 공간 확보와 함께 주거 바우처 지원 등이 제시됐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현재 제도권 안에서 인턴·실습 목적의 단기 거주 수요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장치는 부족한 상황"이라며 "공실 상가를 활용한 청년 주거 공간 조성이나 기존 시설을 활용한 단기 거주 지원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집중과 인턴 중심 채용 구조가 맞물리면서 지방 청년들이 취업 과정에서 추가적인 부담을 떠안고 있다고 진단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좋은 일자리와 경력 형성 기회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지방에 거주하는 청년들은 이중고,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거주 지역이 청년들의 경력 형성과 취업 기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 집중 현상과 인턴 중심 채용 구조가 맞물리면서 지방 청년들이 더 큰 부담을 떠안고 있다"며 "결국 개인 역량 이전에 거주 지역이 기회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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