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 달구는 1인극…팬덤 문화 커져 '배우'보고 작품 선택
여성 1인극 '플리백' 한국 초연…1인 35역 '나는 나의 아내다'
"배우의 온전한 기량 보여주는 장르…배우에게도 엄청난 도전"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무대에는 배우 한 명뿐이다. 하지만 그 한 사람이 수십 명의 인물을 오가고, 때로는 도시의 풍경과 시대의 공기까지 만들어낸다.
최근 공연계에서 배우 한 명이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모노드라마와 1인 뮤지컬이 잇따라 무대에 오르고 있다. 화려한 무대장치나 대규모 출연진 대신 배우의 연기력과 상상력에 집중하는 작품들이다.
관객 역시 이야기보다 배우의 해석과 존재감에 주목하며 1인극을 찾고 있다.단 한 명의 배우가 무대에 오르지만, 이야기는 풍성하다.
19일부터 9월 6일까지 두산아트센터에서 한국 초연하는 '플리백'은 현대인의 고독과 자기파괴적 욕망을 블랙코미디로 풀어낸 여성 1인극이다.
작품은 런던의 한 골목에서 기니피그 카페를 운영하며 살아가는 주인공 플리백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겉으로는 자유롭고 무심해 보이는 그 안에는 친구의 죽음과 가족과의 단절, 관계 속의 공허함이 쌓여 있다. 배우는 몸짓과 목소리만으로 다양한 인물과 런던 풍경을 구현하며, 관객을 주인공의 내면으로 끌어들인다.
배우 김히어라와 김주연, 김규남이 캐스팅 돼 플리백을 연기한다.
오는 24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나는 나의 아내다'는 배우 한 명이 35명의 인물을 연기하는 모노드라마다.
독일의 실존 인물 샤로테 폰 말스도르프의 삶을 다룬 작품으로, 나치 시대와 동독 사회주의 체제를 거치며 살아남은 그의 삶을 따라간다.
생물학적 남성이었지만 여성 정체성을 가진 트랜스젠더였던 샤로테의 복합적인 모습을 통해 정체성과 존재의 경계, 타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기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지현준과 백석광이 더블 캐스팅돼 무대를 책임진다.
지난 3월 개막했던 '지킬앤하이드'와 '더 라스트맨'은 최근 나란히 새로운 배우들을 투입해 2차 공연에 돌입했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고전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1인극 형식으로 재해석한 '지킬앤하이드'는 지킬의 친구이자 변호사인 어터슨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번 2차 공연에서는 신의정과 최연우, 전성민, 장보람 등 여성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다.
'더 라스트맨'은 좀비 아포칼립스 속 방공호에 고립된 생존자의 심리를 치밀하게 그려낸 1인 록 뮤지컬이다. 출연 배우마다 대사와 소품, 일부 설정이 달라지는 독창적인 구조로 캐스팅마다 전혀 다른 생존자를 보여주는 게 특징이다. 정민, 주민진, 김려원, 홍나현이 2차 공연에서 서로 다른 생존자를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1인극은 배우 한 명이 무대를 이끌어가지만, 멀티 캐스팅을 통해 같은 작품 안에서도 전혀 다른 분위기와 감정선으로 관객에 다양한 재미를 선사한다.
박병성 평론가는 "1인극은 배우의 온전한 기량을 보여주는 장르"라며 "최근 작품 자체보다 배우를 보고 공연을 선택하는 경향이 많고, 팬덤 문화도 커지면서 1인극이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우에게도 1인극은 특별한 도전이다. 박 평론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무대를 책임지며 관객과도 '밀당'하듯 극을 끌고 나가야 한다"며 "배우에게 어마어마한 도전이지만 호흡이 잘 맞아떨어졌을 때는 엄청난 희열이 있는 장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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