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왜곡죄 사건 총 327건…피의자만 5805명
대법원장도 타깃…'1호 고발' 사건, 국수본 이첩
사법계, 변호사 지원·가이드 라인 마련 등 대응
국민을 사법권 남용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수사나 판결에 불복한 당사자들의 '압박용' 도구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일선 판·검사들의 심리적 위축과 사법 기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사법계도 무분별한 고소·고발에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법왜곡죄 100일간 총 327건…피의자만 5800여명
19일 법조계와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6일 기준 경찰청에 접수된 법왜곡죄 사건은 총 327건, 관련 피의자는 5805명에 달한다. 경찰청은 이 중 78건을 불송치 및 각하 결정했으며, 현재 244건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법왜곡죄로 고발 접수된 피의자를 신분별로 보면, 경찰이 1566명(27.0%)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검사 376명(6.5%), 법관 242명(4.2%), 검찰 수사관과 특별사법경찰(특사경) 157명(2.7%) 순이다.
지난 15일 기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법왜곡죄 혐의로 입건한 사건은 총 69건이다. 공수처는 이 중 10건을 다른 수사기관으로 이첩했고 10건은 불기소 결정했다. 나머지 49건에 대해서는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12일 '사법개혁 3법' 일환으로 시행된 법왜곡죄는 법관, 검사, 사법경찰관 등이 법을 왜곡해 적용하거나 증거를 인멸·조작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및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법개혁 3법' 시행 첫날 법왜곡죄 혐의로 고발되면서 '1호 고발 대상'이 됐다. 이후 지귀연 부장판사와 박상용 검사 등 법조계 인사를 대상으로 한 고소·고발이 이어졌다.
공수처법 개정이 함께 이뤄지지 않아 법왜곡죄 단독 고발 건이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 포함되는지 불명확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공수처는 법왜곡죄가 공수처 수사 대상에 포함되는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와 함께 고소·고발된 경우에는 수사를 진행하되, 법왜곡죄 단독 사건은 다른 수사기관에 이첩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웠다.
법왜곡죄 단독으로 고발됐던 조 대법원장 사건도 최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로 이첩됐다.
◆'불복성' 고소·고발 속출…사법기능 경색 우려 제기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된 법왜곡죄의 실효성을 두고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수사나 판결에 불복한 당사자들의 고발이 이어지면서, 전체 피의자 중 약 60%는 법왜곡죄 주체가 될 수 없는 공무원 신분이 아닌 '비신분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법조계 내에서는 법왜곡죄 고소·고발에 대한 우려로 직무 수행이 위축되는 분위기다. 특히 형사재판과 수사 과정에서 불만을 품은 고소인이나 피고인의 표적이 되기 쉽다는 우려 때문에 법관들의 형사부 기피 현상도 심화되는 모양새다.
수도권 소재의 한 로스쿨 교수는 "형사재판 기피 현상이 원래도 심했는데, 더 심해질 우려가 있다"면서 "법왜곡죄 '1호 사건' '2호 사건' 등으로 표면화되고 실제로 판사들이 불려 다니는 현상이 벌어지면 사법부 분위기가 경색될 가능성이 높다. 일선 법관들이 사표를 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우려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왜곡죄로 인한) 피해가 장점보다는 훨씬 더 크지 않겠냐는 우려가 있다"면서 "수사 기관과 법원의 판사들이 조심하고 언행에 유의한다는 장점은 있겠지만, 그것보다 사법부가 크게 위축되고 소극적으로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왜곡죄는 목적범에 해당해 사실상 처벌될 수 있는 상황이 매우 한정적"이라면서 "남소(濫訴)가 많이 되고 있지만, 앞으로 교통정리가 될 것이다. 사건 99.9%는 기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법·대검 법률 지원 확대…공수처, 가이드라인 연구용역 착수
무분별한 고소·고발이 가시화되자 사법계는 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한 자체 방어책 마련에 나섰다.
대법원은 최근 내규를 개정해 법왜곡죄로 고발된 법관에 대한 법률 지원 규모를 확대했다. 항고·재항고 등 절차별로 각 1000만 원 이하의 범위 내에서 변호사 선임 비용을 지원 받을 수 있으며, 정식 재판에 넘겨진 경우라면 1·2·3심 심급별로 각 최대 20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대검찰청은 지난달부터 '검찰공무원 직무 보호 TF(태스크포스)'를 가동해 고소·고발 당한 검찰 구성원을 대상으로 지원 변호사 풀 구성, 수사와 재판 경과 추적 관리 등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수사 단계에서 1000만원, 재판 단계 3000만원으로 제한된 공무원 책임보험의 한도를 높이기 위해 관계 부처와 협의도 할 방침이다.
공수처도 제도적 기준 마련에 착수했다. 공수처는 최근 '법왜곡죄 구성요건 해석 및 시행 초기 수사 실무 대응방안 연구' 용역 긴급 입찰 공고를 올렸다.
오는 10월 연구 결과를 보고받는 대로 불복성 고소·고발 남발과 과도한 확장 적용을 방지하기 위한 실무 가이드라인을 최종 수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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