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에서 괴물원까지…엄미술관, 최수앙 20년 조각 세계 조망

기사등록 2026/06/19 09:23:47

극사실 인체조각 넘어 생성·얽힘의 조각으로

초기 대표작부터 신작 '괴물원'까지 48점 전시

최수앙展 'UNSEEN GROUND'별관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상처 입은 인간의 몸을 조각해온 최수앙이 이제는 몸 너머의 세계를 이야기한다.

수십 개의 손으로 이루어진 대표작 '날개'에서 인간과 동물, 식물의 경계가 뒤섞인 신작 '괴물원(The Garden of Monsters)'까지. 최수앙의 20년 조각 여정을 한자리에서 조망하는 전시가 열린다.

경기 화성 엄미술관은 24일부터 9월 15일까지 최수앙 개인전 'Unseen Ground'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초기 대표작부터 신작 '괴물원' 연작에 이르기까지 조각, 드로잉, 판화, 영상 등 48점을 통해 작가의 조형 세계를 살펴본다.

최수앙展 'UNSEEN GROUND'이층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 제목인 'Unseen Ground'는 형상 아래 숨겨진 토대와 생성의 과정을 의미한다. 관객은 극사실적 인체 조각에서 출발해 물질과 흔적, 생명의 얽힘으로 나아가는 작가의 변화를 따라가게 된다.

서울대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최수앙은 오랫동안 인간의 신체를 통해 개인과 사회의 관계, 존재의 불안과 욕망을 탐구해 왔다. 극사실과 왜곡을 동시에 품은 인체 조각들은 거대하고 획일적인 사회 속에서 인간이 겪는 무력감과 소외를 드러내며 동시대인의 자화상으로 읽혀 왔다.

대표작 '날개(The Wings)'(2009)는 수십 개의 손으로 이루어진 날개를 통해 억압받는 개인의 좌절된 비상을 상징하며 작가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그러한 익숙한 최수앙의 이미지 너머를 보여준다. 완결된 형상을 재현하는 데서 나아가 조각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물질의 생동성, 그리고 존재들이 맺는 관계에 주목한다.

2018년 '무제(Untitled)' 연작에서는 매끈한 인체 형상이 상부로 갈수록 뭉개지고 해체되며 질료가 지닌 원초적 에너지를 드러낸다. 작가는 이를 통해 조각을 완성된 결과물이 아닌 물질과 작가가 서로 반응하는 과정으로 확장해왔다.

이 같은 변화는 '언폴디드(Unfolded)'(2021) 연작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종이에 기름을 반복적으로 스며들게 하는 행위를 통해 조각이 만들어지는 시간과 흔적을 기록하며, 조각의 본질을 결과보다 과정에서 찾는다.

전시의 종착점은 올해 신작 '괴물원(The Garden of Monsters)'이다. 인간과 동물, 식물의 경계가 무너진 존재들이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처럼 얽혀 있는 설치 작업으로, 파편화된 신체와 자연의 요소들이 서로 연결되며 새로운 생명의 장을 형성한다.

엄미술관은 이번 전시에 대해 "대상으로서의 조각이 아니라 생성과 변화, 관계의 흐름으로서의 조각을 보여주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껍질 Skin 2013, 석고, 왁스, 황동, 체리목, Plaster, wax, brass, cherry, 29x17x15c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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