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충격 우려에 압박 포기…제재 풀고 핵 해체 약속은 못 받아"
"'美 강함 아닌 두려움'이 만든 합의…호르무즈 봉쇄 재발 우려도"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 타결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경제적·정치적 부담을 우려해 협상에 나선 정황을 스스로 드러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거론하며 "한때 정권 교체를 원했던 이란과 왜 협상했는지를 스스로 설명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내가 이란에 충분히 강경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바보들은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유가가 급락하는 상황을 보지 못하는 질투심 많은 사람들, 나쁜 사람들 또는 멍청한 사람들"이라고 적었다.
전날 기자회견에서는 협상 없이 강경 대응을 이어갔다면 "전 세계적 대공황"이 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장이 1929년 대공황 수준으로 붕괴됐을 것"이라며 "내가 가장 되고 싶지 않은 대통령은 허버트 후버였다"고 말했다. 후버는 1929년 대공황 당시 미국 대통령으로, 경제위기 대응 실패의 상징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고유가와 증시 급락에 대한 우려 때문에 협상을 선택했음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약 4주 안에 석유 비축량이 바닥난다"며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할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WSJ은 미국이 미 해군을 동원해 해협을 개방하거나 이란의 봉쇄를 우회해 유조선 운항을 확대하는 등 다른 선택지도 갖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WSJ은 미국이 여러 선택지 대신 협상을 택한 것은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이란의 경제적 압박에 굴복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협상의 내용도 비판 대상이 됐다. WSJ은 대규모 제재 완화가 먼저 제공된 반면, 이란의 핵 프로그램 해체와 관련한 실질적 약속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합의가 핵 프로그램 폐기보다 추가 협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또 이번 합의는 사실상 '몸값을 지불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게 한 선례를 남겼다며, 향후 이란이 다시 해협 봉쇄를 위협하면서 추가적 협상과 양보를 요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이란의 새 지도부가 "자국을 사랑한다"며 "훨씬 덜 급진적"이라고 평가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올해 1월 수천 명의 시위대 학살에 관여한 인물들이다.
공화당 로저 위커 상원의원은 "이란 정권은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다"며 "정권이 확보하는 자금은 결국 그 목적을 위해 사용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이 이란 정권의 변화를 기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막연한 낙관론만으로는 이번 협상의 본질을 가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합의는 미국의 강함이 아니라 백악관의 두려움에서 출발했다"고 꼬집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onl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