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러와 연쇄살인범의 심리전
장진 "살짝 비튼 코미디, 본질 흐리지 않게 조절"
5인극을 2인극으로 압축, 취조실 팽팽한 긴장감
배우 박건형이 18일 서울 종로구 예스24스테이지에서 열린 장진 연출의 신작 연극 '댄포스가 옳았다'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에 참여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박건형은 "장진 감독의 연극은 처음인데 그의 작품은 굉장히 불편하다"며 "장 감독이 작품을 직접 썼기 때문에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 내 연기를 보여주는 게 마냥 편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연기를 하면서 불편함을 편안함으로 만드는 과정이 있었고, 장진 감독이 말했던 상상 속 친구와의 대화, 펜싱선수와의 대화 등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주입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연극 '댄포스가 옳았다'는 12명을 죽인 연쇄살인범과 그를 추적하는 프로파일러의 이야기를 그린 2인극이다. 전직 펜싱 국가대표 출신 연쇄살인범 '존 조우'와 프로파일러 '조너스 보튼'이 일곱 번의 만남을 거치며 서로의 내면을 파고든다.
예능 '크라임씬' 등을 통해 특유의 추리력과 치밀한 구성력을 선보여온 장진 감독은 작품이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된 결과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 이야기는 8~9년 전부터 희곡으로 쓰기 시작했던 작품"이라며 "중간에 서사 구조가 영화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해 희곡 집필을 멈추고 5인 구성의 영화 시나리오로 먼저 완성했다"고 말했다.
당초 시나리오에는 조너스와 존 조우 외에도 수사관 팀장, 조너스의 양아버지인 노 교수, 존을 제보한 인물 등이 등장했다. 그러나 장 연출은 지난해 작품을 2인극으로 전면 각색했다.
장 연출은 "고전적이면서도 밀도 높은 연극으로 먼저 관객을 만나고 싶었다"며 "5인 시나리오는 향후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5인극을 2인극으로 압축하면서 무대 위 두 배우의 부담도 커졌다.
조너스 보튼 역의 박건형은 "처음에는 5인극이라고 들었는데 결국 세 명의 배역이 사라지면서 그들의 대사가 모두 나에게 왔다"며 웃었다.
그는 "엄청난 대사량에서 오는 공포가 있었다"며 "인물의 복잡한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아 연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며 공백을 채워나갔다"고 말했다.
같은 역의 강승호 역시 "대사 분량에 대한 부담이 상당했다"면서도 "장진 감독과의 첫 작업이었는데 감독님의 세부적인 지시를 구현하기 위한 두 달의 과정이 배우로서 성장하는 자양분이 됐다"고 말했다.
연쇄살인범 혐의를 받는 '존 조우' 역의 배우들은 기존 범죄 스릴러 속 사이코패스의 전형성을 벗어나는 데 집중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현우는 "단순히 살인 과정에 집중하기보다 전직 펜싱 선수이자 시한부 삶을 사는 남자의 상태와 심리에 먼저 접근했다"며 "취조실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프로파일러에게 이 인물이 어떻게 보일지에 중점을 두고 캐릭터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작품은 관객에게 '나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가, 아니면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말했다.
고상호는 "처음에는 연쇄살인범이라는 이미지에 집중했지만 파고들수록 상황과 감정에 따라 또 다른 연기적 선택지가 열리는 과정이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장진 연출은 이번 작품에도 특유의 유머를 녹여냈다.
그는 "코미디라는 장르를 좋아하지만 이런 무거운 드라마 안에서 유머를 구사하는 것은 오히려 쉽다"며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아주 살짝만 비틀어도 관객들은 실소를 터뜨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극의 본질적인 흐름과 집중도를 깨뜨리지 않는 선에서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배우들과 함께 끊임없이 모니터링하며 긴장감을 유지하도록 조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극 '댄포스가 옳았다'는 오는 8월 30일까지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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