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녀' 그만"…여성폭력 보도 권고기준 5대 원칙 공개(종합)

기사등록 2026/06/18 16:25:53 최종수정 2026/06/18 18:02:24

'여성폭력 사건보도' 포럼 개최…전문가 발표 및 토론

"'몰카' 용어, 장난스러운 이미지 될 수 있어…사용 자제"

단계별 체크리스트 제시…"선언적 문구 머무르면 안돼"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원민경(왼쪽 두번째)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여성폭력사건 보도 권고기준 포럼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왼쪽은 고광헌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2026.06.18.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박정영 기자 = '여성폭력 사건보도 권고기준'이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는 가운데 성평등가족부가 '권고기준 1.0' 초안을 공개했다. 초안에는 주요 5대 원칙과 함께 'OO녀', 'OO남' 등 사용 자제가 권고되는 용어의 예시들도 담겼다.

성평등부는 한국기자협회와 공동으로 18일 '더 나은 여성폭력 사건보도를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따라 시행되는 여성폭력 사건보도 권고기준을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해 12월 30일 개정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여성폭력사건 보도에 따른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권고기준을 수립하고, 언론이 이를 준수하고 협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포럼에는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 고광헌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기관 종사자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성평등부의 여성폭력 사건보도 권고기준 마련 연구를 수행한 이자연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노무사는 '여성폭력 사건보도 권고기준의 필요성과 주요 내용'을 소개했다.

이 노무사는 "여성폭력 피해자는 사건 이후 형성되는 사회적 편견과 부적절한 언론 보도로 중대한 2차 피해를 경험할 수 있다"며 "권고기준은 이러한 현실을 전제로 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희롱·성폭력 사건 보도 참고 수첩'을 언급하며 "오늘날 사건보도는 기사 한 건의 게재로 종료되지 않고 검색 및 재유통, 댓글을 통해 확산되기 때문에 참고 수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성희롱·성폭력 사건 보도 참고 수첩은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언론 보도 때 유의해야 할 사항을 담은 소책자다. 2024년 마지막으로 발간될 당시 스토킹과 교제폭력 등 신종 범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보완됐다.

하지만 이런 보완에도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이 노무사의 주장이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고광헌(왼쪽 두번째)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성평등가족부 여성폭력사건 보도 권고기준 포럼에서 축사하고 있다. 왼쪽 세번째는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 2026.06.18. chocrystal@newsis.com

◆"'OO녀', 'OO남', '꽃뱀' 사용 자제해야…범죄행위 가볍게 여길 수 있어"

이 노무사는 '여성폭력 사건보도 권고기준 1.0'의 초안을 설명하며 언론의 역할을 당부했다.

이번 초안은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따른 성폭력 사건 보도 가이드라인 및 이행확보 방안 마련을 위해 언론인, 여성폭력 현장실무자, 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작성됐다.

권고기준 전문에는 "언론은 여성 폭력 사건의 실체를 보도함에 있어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2차 피해를 예방하며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통념이 전파되는 것을 근절함으로써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해야 할 '공적 책임'을 갖고 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권고기준은 ▲인권에 기반한 책임 있는 보도 ▲피해자 보호 및 2차 피해 방지 최우선 ▲ 선정적·자극적 보도 금지 ▲정보의 정확성 확인 및 신속한 사후조치 ▲디지털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관리 책임 준수 등 5대 원칙을 주요 내용으로 하며, 원칙마다 3가지 주요 과제를 담았다.

권고안에는 잘못된 표현과 용어를 바로잡는 방안에 대한 예시도 담겼다.

'OO녀', 'OO남', '꽃뱀', '검은 손', '몹쓸 짓' 등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형성하고 범죄행위를 가볍게 여길 수 있게 하는 표현들에 대해서는 '사용자제'를 권고했다.

또한 '몰카', '음란물', '리벤지 포르노', 등에 대해서는 '불법촬영' 등과 같은 표현으로 대체할 것을 제안했으며, '성관계'와 같이 폭력성과 강제성이 희석될 우려가 있는 용어에 대한 자제를 요청했다.

특히 '몰카'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장난스러운 이미지를 씌우며 가해행위의 심각성을 희석시켜 범죄를 가볍게 여길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외에도 취재와 기사 작성, 보도 시 점검해야 하는 사항을 담은 '여성폭력 사건보도 체크리스트'도 공개됐다.

체크리스트는 ▲취재 시 점검사항 ▲기사 작성 및 편집 제작, 보도 시 점검사항 ▲보도 이후 점검사항 등 3가지로 나뉜다.

이 노무사는 "권고기준이 선언적 문구에 머물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단계별 체크리스트를 함께 구성했다"며 "취재 단계에서는 피해자의 심신 상태, 2차 피해 가능성 등을 점검하고, 기사 작성 및 편집 단계에서는 피해자 식별 가능 정보의 잔존 여부 등을 관리하며 보도 이후에는 댓글 관리, 과거 기사 점검, 잊혀질 권리 보호 여부를 살필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 '묻지마 살인' 표현 잘못돼"

두 번째 발제를 맡은 한희정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교수는 문제적 성폭력 사건보도 사례를 중심으로 여성폭력 사건보도 권고기준 마련을 위한 제언을 발표했다.

한 교수는 지난달 5일 발생한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언급하며 "'묻지마 살인' 피의자라는 표현을 기사 제목이나 내용에서 언급하는 언론이 대다수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분노 범죄'라는 용어 명시에 대해 "가해자의 심리 상태인 분노를 범행의 원인으로 치환했지만 분노의 감정은 모든 폭력 범죄에 내재된 감정일 뿐이며 개별 사건의 특수성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색동원 중증장애인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해당 사건의 가해자인 시설장은 14년에 걸쳐 여성 입소자들을 상대로 상습적 성폭력 및 학대를 저질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수는 이에 대한 언론 보도의 문제점으로 ▲선정적 표현 ▲개인정보 간접적 공개 가능성 ▲피해자 '보호와 동정의 대상'으로 고정 ▲재발 방지 방안 및 대안 제시와 신고방법 안내 부족 등을 꼽았다.

이어진 종합토론은 황정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토론에는 강희 경인일보 논설위원, 김은지 시사인 기자, 김지경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장,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 남지원 경향신문 젠더데스크 겸 플랫팀장, 이민주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반차별팀 활동가가 참여했다.

원 장관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여성폭력 사건보도는 단순히 사건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우리 사회의 성평등 의식을 높이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이번 포럼에서 제시된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언론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성폭력 사건보도 권고기준을 마련하고, 피해자 보호와 인권 존중의 보도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종현 한국기자협회장은 "언론은 여성폭력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공론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동시에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방지에 대한 책임도 함께 갖고 있다"며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보도 원칙을 고민하고,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보도문화가 확산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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