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 찬란했던 석탄시대' 순회전
6m 길이 '태백갱내도' 최초 공개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싸이랭 들려온다, 일터로 가자."
새벽 울려 퍼지던 사이렌 소리에 광부들은 안전모를 챙기고 전기안전등을 점검한 뒤 검은 갱도로 향했다. 지하 수백 m 아래, 햇빛 한 줄기 들지 않는 공간에 그들이 캔 석탄은 가정의 연탄이, 공장의 동력이, 산업화 시기 대한민국 경제를 움직이는 에너지가 됐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태백석탄박물관과 오는 19일 개막하는 지역상생 순회전 '태백, 찬란했던 석탄시대'는 바로 그들의 삶을 조명한다.
올해는 태백 지역에서 채탄을 시작한 지 90년이 되는 해이자, 태백의 마지막 불꽃이었던 장성광업소가 문을 닫은 지(2024년 6월 폐광) 2년째 되는 해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여겨볼 유물은 1980년대 함태광업소 내부 구조를 실측해 작성한 약 6m 길이의 '태백갱내도'로 이번 전시를 통해 대중에게 최초로 공개된다.
이외에도 광부들이 입갱 전 준비를 하던 공간을 재현하여 그들이 사용했던 '전기안전등 충전대', '사물함', 함태광업소의 '재해사례 차트' 및 '무재해 사고 보고함', 류제원 작가의 탄광 현장 사진 등 총 80여 점의 유물과 사진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전시장에서 관람객이 먼저 마주하는 영상 '태백, 긍지의 시간'은 태백이 석탄산업 중심지로 성장하고, 수많은 광부와 가족들이 모여들어 탄광도시를 이루기까지 이야기를 펼쳐낸다.
전시 1부 '석탄 증산으로 경제부흥 이룩하자'는 산업화의 토대를 만든 석탄산업과 광부들의 헌신을 조명한다.
당시 광부들에게 탄광은 국가 경제를 일으키는 최전선이었다. 1955년 제작된 대한석탄공사 재건용역 보고서와 각종 기록물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석탄산업이 어떻게 재건됐는지를 보여준다.
이 전시에 처음 공개되는 '태백갱내도'는 1980년대 함태광업소 갱도 내부를 실측해 제작한 도면으로 미로처럼 얽힌 지하 세계를 한눈에 보여준다. 이 지도는 광부들이 다른 광산의 갱도를 침범하지 않도록 좌표를 제공하고, 채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제작됐다. 광부들이 매일 오르내렸던 길, 석탄을 찾아 뚫어 나간 수많은 갱도가 혈관처럼 보인다.
2부 '싸이랭 들려온다 일터로 가자'에서는 실제 탄광을 재현한 공간이 관람객을 맞는다. 광부들이 사용했던 사물함, 전기안전등 충전대, 각종 작업 도구가 전시돼 있다.
철제 '사물함'은 광부들이 지상의 옷을 벗고 막장으로 들어가기 전 개인 보호장비와 물품을 보관하던 사적 공간이었다. 그 옆에는 광부들에게 칠흑 같은 막장에서 앞을 비춰주는 안전등을 꽂는 '전기안전등 충전대'가 있다.
특히 광산 현장을 오랫동안 기록해 온 류제원 작가의 사진은 좁은 막장에서 석탄을 캐는 광부, 무거운 석탄을 등에 지고 운반하는 모습, 선탄장에서 경석과 석탄을 골라내는 노동자들 모습 등 산업화의 이면을 보여준다. 사진 속에는 불빛에 의지한 채 캔 석탄을 운반하는 광부들과 선탄장에서 석탄과 쓸모없는 돌을 골라내던 선탄부 어머니들의 거친 손길이 보인다.
전시 3부 '아빠! 오늘도 무사히'는 광부 가족들의 간절한 바람을 담은 자료들을 보여준다. 1986년 제작된 '재해사례 차트'에는 실제 광산 사고의 전후 상황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또 무재해 사고 보고함은 안전이 얼마나 절박한 과제였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전시 후반부에 마련된 영상 공간 '탄광촌의 하루, 어둠 속에서 피어난 빛'은 광부들의 노동뿐 아니라 가족과 이웃이 함께 만들어낸 공동체의 풍경이 담겼다.
한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 "이번 전시에서는 국가 경제의 기반을 닦기 위해 치열하고 위험한 삶을 살았던 태백 광부들의 삶 자체에 주목했다"며,*"에너지 전환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이 석탄산업 유산과 과거의 기억을 어떻게 보존하고 미래로 이어 나갈지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8월 30일까지다. 관람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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