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은 장기 구조적 재정 압박 직면, 성남은 단기 유동성 위기
재정위기보다 뜨거운 정치공방, 세종과 성남 되풀이되는 논란
[세종=뉴시스]송승화 기자 = 세종시 재정 문제가 정치권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일각에서는 "2010년 경기도 성남시 모라토리엄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재정 전문가들과 행정 당국의 시각을 종합하면 현재 세종시 상황은 당시 성남시와 닮은 점보다 다른 점이 더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0년 성남시는 실제로 지급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했다. 지방채와 개발사업 관련 채무 상환 부담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당장 돈을 갚을 수 있느냐"가 핵심 쟁점이었다. 재정 건전성보다 유동성 위기가 중심에 있었던 셈이다.
반면 세종시는 현재까지 지급유예를 검토하거나 선언한 사실이 없다. 최민호 시장 역시 "재정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지급불능 상태는 아니다"라며 모라토리엄 프레임을 정면 반박했다.
그렇다고 문제가 가볍다는 뜻은 아니다. 세종시 재정난은 '돈이 없어 빚을 못 갚는 상황'보다 '현재 제도로는 도시 성장 속도를 재정이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에 가깝다.
중앙행정기관 이전에 따라 각종 공공시설 유지·관리 비용은 급증하는데 교부세 체계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총리실 산하 TF까지 구성해 세종시 행·재정 특례를 논의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 같은 재정 위기의 도화선은 취득세 급감이다. 지방세 수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취득세는 2021년 3338억원에서 2022년 2263억원으로 한 해 만에 32.2%나 줄었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공시한 지방재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세종시의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은 18.5%를 기록했다. 지방재정법상 25%를 초과하면 재정위기 주의 자치단체로 지정되는 만큼, 현재 수치는 그 경계선에 가까이 다가선 셈이다.
누적 채무액은 4315억원으로 올해 안에 5000억원을 넘어설 것이 유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재정 압박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과제로 인식되는 배경이다.
정치권의 공방은 성남시 사례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세종시장 후보들은 통합재정안정화기금, 교부세 감소, 시 재정 운용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있다. 성남시 논란이 '채무 상환 능력'의 문제였다면 세종시 논란은 '행정수도에 걸맞은 재정 시스템이 갖춰져 있느냐'의 문제라는 점이다.
성남시는 긴축재정으로 해결 가능한 성격이 강했다면, 세종시는 '교부세 제도'와 '국가 지원 체계 개편' 없이는 근본 해결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여야를 막론하고 지방교부세 개선과 재정 특례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국 현재 세종시를 '제2의 성남시 모라토리엄'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과거 성남시가 재정위기 논란을 계기로 지방재정의 민낯을 드러냈다면, 세종시는 행정수도라는 특수한 도시가 기존 지방재정 제도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ssong100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