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빅뱅①]구조전환 후폭풍…교수들 떠난다

기사등록 2026/06/20 13:01:00

상급종합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사직률 15%

지방은 19.1%가 사직…지역의료 공백 우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2025.09.01. ks@newsis.com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들이 병원을 떠나 개원가로 향하고 있다. 정부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을 추진하면서정형외과가 비필수 의료로 저평가 되고, 수술방 배정 등 우선 순위에도 밀려나는 등 진료환경이 악화된 영향이다.

대학병원에 정형외과 의사 수가 줄어들면서 중증 정형외과 수술 공백이 현실화 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학병원 인력 이탈에 따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의료계와 대한정형외과학회 등에 따르면 2024~2025년 상급종합병원 정형외과 지도전문의 873명 가운데 133명이 사직해 사직률이 15.2%에 달했고, 지방의 경우 19.1%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역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학선 대한정형외과학회 회장은 "교수 사직률 15.2%라는 수치는 단순한 인사 이동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신호"라며 "초고령사회에서 중증 근골격계 질환 치료 접근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공의들 역시 대학병원을 선호하지 않고 있다. 전공의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장기적으로 대학교수를 희망하는 비율은 27%에 그쳤으며, 외상·골절 전공 희망자는 5%, 소아·종양 분야는 2%에 불과했다.

응급 수술 분야 기피의 주요 원인으로는 낮은 수가, 의료소송 위험, 고난도 수술 대비 보상 부족 등 때문이다.

소아 정형외과 분야의 상황도 심각하다. 소아 골절 및 성장판 손상은 전문적 치료가 필요하지만, 소아 정형외과 전담 교수가 부족해 수술을 수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감소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가와 높은 응급 대응 부담으로 인해 해당 분야 인력 유입이 어려운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의료계는 이러한 배경으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과 연계된 중증도 산정 구조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현재 상급종합병원은 전문진료질병군 비중을 최대 70%까지 높여야 하는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환자 중심으로 구조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정형외과 수술의 중증도 점수가 낮게 책정돼 수술방 배정 등이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학선 회장은 "이 과정에서 다수의 암 수술은 전문진료질병군에 해당되는 반면, 정형외과의 고난도·고위험 수술 상당수는 이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그 결과 상급종합병원이 구조전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전문진료질병군 중심으로 수술 구조를 재편하면서, 전문진료질병군에 포함되지 않는 정형외과 영역의 수술방은 상대적으로 축소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정형외과학회는 고관절 주위 골절 및 악성 연부조직 종양과 같이 실제로는 고위험·고난도 수술임에도 행정적 분류상 일반진료질병군으로 포함되는 사례에 대해 제도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형규 대한정형외과의사회 수석부회장은 "전국 정형외과 대학교수의 사직률이 20%에 육박한데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으로 인해 정형외과 질환이 중증도 점수가 낮아 수술방 배정에서 밀리거, 입지가 좁아진 교수들이 결국 병원을 떠나 개원가로 내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생명과 직결된 고령 환자의 고관절 골절 수술마저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적기를 놓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정책과 연동된 중증도 산정 체계로 인해 고령 고관절 골절 환자가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정형외과 수술 상당수가 일반진료질병군으로 묶여 있는 등 불합리한 중증도 산정 체계로 인해 병원들이 고관절 골절 환자 등 응급 중증 환자의 수술을 거절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관절 골절은 24~48시간 이내에 수술을 해야 하는 응급질환으로 조기 수술과 집중 치료가 예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고관절 골절 후 1년 내 사망률은 약 20% 수준이며,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할 경우 사망률은 70%까지 올라간다.

기저질환이 많은 고위험 고령 환자의 경우, 중환자 관리와 다학제 협진이 가능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일부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정형외과 전문 인력 부족 및 수술실 배정 축소로 인해 즉시 수술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대한정형외과학회는 ▲실제 수술 난이도와 위험도를 반영한 중증도 산정 및 평가 체계의 정교화 ▲정형외과 고위험·고난도 수술이 필수의료 체계 내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정책적 기준 마련 ▲상급종합병원이 고난도 정형외과 수술 인프라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합리적 보상 체계와 제도적 보호 장치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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