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전셋값 동반 상승·전월세난 가중…임대 수요 매매 수요로 전환
노도강·금관구 등 서울 외곽지역 매수 활발…1주택자 12만명 증가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지금 아니면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질 것 같았습니다."
최근 경기 부천의 한 구축 아파트를 매입한 회사원 김모(38)씨는 "지금 아니면 평생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불안이 컸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주택 상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입지와 가격을 고려해 결정했다"며 "집값이 추가로 더 오르면 매수 자체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했고, 가능한 자금을 최대한 끌어모아 매수에 나섰다"고 전했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에도 집값·전셋값 상승과 주택 공급 부족 우려가 겹치면서 2030 젊은층의 기존 주택 매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높은 분양가와 청약 경쟁 부담으로 신축 아파트 진입 문턱이 높아지면서 젊은층의 내 집 마련 수요가 기존 주택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전세 매물 감소와 전셋값 상승 등 주택 임대시장의 불안이 커지면서 임대 재계약 대신 매수로 돌아서는 흐름이 뚜렷하다. 젊은층의 매수세 확대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서울 외곽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올해 서울 집합건물(아파트·연립·오피스텔 등) 매수자 10명 중 4명 이상이 생애최초 매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다. 지난해 '10·15 대책'으로 대출 규제가 대폭 강화된 가운데 정부가 무주택자에 한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전세 낀 주택 매수를 허용하면서 생애최초 매수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 집합건물 매매 등기 7만2025건 가운데 생애최초 매수자는 3만2843건으로 45.6%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36.5%)과 비교하면 9%p 이상 상승했다.
생애최초 매수 비중은 2024년 평균 35.8%에서 지난해 38.0%로 확대된 데 이어 올해 들어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6·27 대출 규제와 10·15 규제지역 확대 등으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완화된 조건의 정책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생애최초 구입자의 매수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2억~6억원으로 축소된 지난해 10~12월 생애최초 매수 비중은 38.6%였지만, 올해 1월 42.1%로 올라선 뒤 2월 43.8%, 3월 45.1%, 4월 48.7%까지 확대됐다.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종료된 5월에도 48.5%를 기록하며 50%에 근접했다.
지난달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정부가 서울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매물 잠김을 완화하기 위해 무주택자에 한해 전세를 낀 주택 매수를 허용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에 따르면 다주택자가 매도한 서울 아파트 가운데 무주택자 매수 비중은 73%(4월 22일 기준)로 지난해 56.1% 대비 크게 증가했다.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들의 매수세는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비강남권에 집중됐다. 노원구의 생애최초 매수 비중이 60.6%로 가장 높았고, 성북구(59.8%), 강북구(57.2%), 서대문구(55.2%), 관악구(52.7%) 등이 뒤를 이었다. 강서·금천·구로구도 절반을 웃돌았다. 반면 강남구는 31.6%로 가장 낮았고 서초구(32.7%), 용산구(33.4%) 순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30대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생애최초 매수자 가운데 30대 비중은 지난해 평균 49.8%에서 올해 1~5월 56.1%로 확대되며 처음으로 과반을 넘어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강북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처음으로 11억원을 돌파했다. KB부동산 월간 통계에 따르면 서울 한강 이북 14개 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 3월 11억1831만원으로 상승하며 11억원 선을 처음 넘어섰다.
일부 단지에서는 신고가도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9단지래미안(전용 84㎡)은 지난달 12일 14억6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1년 전 11억원대 중후반 대비 크게 오른 수준이다. 또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길음센터피스(전용 84㎡)는 지난 4월 22일 18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집값·전셋값 동반 상승과 전세난,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 등이 맞물리면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이 서울 외곽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주택 공급 부족 우려까지 겹치면서 내 집 마련 수요 확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의 올해 입주 물량은 2만9161가구로 지난해(4만2611가구)보다 31.6% 감소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주택 임대시장 불안과 공급 부족 우려가 맞물리면서 당분간 중저가 주택 중심의 매수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진단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젊은층의 주택 매수세 확대는 집값과 전셋값 동시 상승, 전·월세난, 공급 부족 우려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며 "전셋값 상승과 매물 부족이 임차 수요의 매매 전환을 자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신축 아파트의 가격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젊은층의 내 집 마련 수요가 서울 외곽과 일부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당분간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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