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에 원가 폭등…식품·패션업계 수익성 '비상'[고환율이 바꾼 소비①]

기사등록 2026/06/13 06:00:00 최종수정 2026/06/13 06:10:25

원·달러 환율 연일 1500원 대 기록…강달러 국면 지속

원재료 수입 비중 높은 식품기업 고환율 영향 직격탄

패션업계도 원단·부자재 가격↑…포장재 비용까지 껑충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코스피가 전 거래일(8801.49)보다 162.08포인트(1.84%) 내린 8639.41,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516.4)보다 13.3원 오른 1529.7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한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서 마감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2026.06.04.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이혜원 권민지 기자 = 원·달러 환율이 연일 1500원대를 기록하며 강달러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식품·패션업계가 원가 부담에 허덕이는 모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서울 외환시장 야간 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1561.5원을 기록하며 17년 만에 장중 달러당 1560원선을 돌파했다.

구체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6일 이후 17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중순 이후 연일 1500원대를 웃돌며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식품·패션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특히 밀, 옥수수, 대두, 설탕, 커피, 카카오 등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의 경우 환율 변화를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다

한 제과업계 관계자는 "달러로 거래되는 원재료 특성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원화 기준 비용이 부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수급 조절을 하고 있지만, 국제 원재료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체감상 고환율이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원가 부담이 누적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지만 정부의 물가 관리 기조를 역행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제품 퀄리티를 낮출 순 없고, 마케팅 비용 절감 등 자구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서울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2026.04.23. jhope@newsis.com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FIS)에 따르면 지난달 말레이시아선물거래소 팜유 평균 거래가격은 톤 당 1002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7.3% 올랐다. 팜유는 라면, 스낵 제조 핵심 원료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누적된 원가 상승 부담은 곧 소비자 가격 인상 압력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외식업계에서는 제품 가격을 올리거나, 제품 용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인 메가MGC커피는 이달 19일부터 할메가커피, 왕할메가커피, 할메가미숫커피 등 3종의 가격을 각각 200원 인상한다.

이에 따라 할메가커피는 2100원에서 2300원, 왕할메가커피는 3200원에서 3400원, 할메가미숫커피는 2900원에서 3100원이 된다.

이에 앞서 더벤티는 지난달 29일 아메리카노를 제외한 일부 메뉴 가격을 최대 500원 인상했다.

더벤티는 "불안정한 국제 정세로 인해 원가 부담이 지속적으로 높아져 매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돼 부득이하게 일부 메뉴의 판매가격을 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커피빈은 지난 1일부터 바닐라라떼 스틱커피 가격을 최대 8.1% 인상했고, 이디야커피 역시 지난달 초부터 점포 내 스틱커피 가격을 4.3%에서 최대 15.2%까지 올렸다.

더본코리아는 지난 9일부터 전체 25개 외식 브랜드 중 11개 브랜드의 일부 메뉴 가격을 조정, 평균 11%를 인상했다.

써브웨이는 지난달 7일부터 15㎝ 샌드위치 단품 가격을 약 2.8% 상향 조정했고, 롯데리아 역시 지난달 28일부터 단품 버거류 22종 등의 판매가격을 최소 100원에서 최대 300원, 평균 2.9% 상향 조정했다.
[서울=뉴시스] 아이스 아메리카노. *재판매 및 DB 금지

패션 업계도 원가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의류 생산에 필요한 원단과 부자재 가격이 오른 데다 포장재 비용까지 뛰면서 비용 부담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합성섬유 가격 상승 부담이 크다. 전 세계 섬유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는 합성섬유는 석유화학 제품에서 출발한다. 대표 소재인 폴리에스터, 나일론, 아크릴 등 3대 합성섬유의 원료는 나프타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나프타 가격은 중동전쟁 발발 전인 1월 1메트릭톤당 557달러 수준이었다. 이후 3월 마지막 주 1242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지난달부터 서서히 하락해 이달 9일 기준 739달러까지 내려왔지만 연초 대비 여전히 37% 이상 높은 수준이다.

원단뿐 아니라 부자재와 포장재 비용 상승도 부담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원부자재를 수급하는 중소기업 41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71.9%는 올해 2월 말 대비 주요 원부자재 평균 매입단가가 20% 이상 상승했다고 답했다.

중동 정세 이후 원가 부담을 경험했다는 기업은 94.6%에 달했고, 80.7%는 원부자재 물량 부족을 겪었다고 응답하며 원가 상승과 공급 불안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포장재·필름·종이 사용 기업군의 경우 원부자재 가격이 80% 이상 폭등했다는 응답이 31.4%로 전체 평균(15.1%)의 두 배를 웃돌며 가장 큰 원가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류 원가는 원단과 생산 인건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온라인 판매 비중이 확대되면서 배송 과정에서 사용하는 폴리백, 박스, 라벨, 완충재 등 부자재 역시 필수 비용으로 자리 잡았다. 포장재 가격 상승이 곧 원가 상승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중동 사태 여파로 플라스틱과 비닐 등 포장재 원료인 나프타 수급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15일 서울 중구 방산시장에 포장재 제품이 진열돼 있다. 2026.04.15. xconfind@newsis.com

다만 패션 업계에서 가격 인상은 '최후의 보루'로 여겨져 왔다.

의류는 식품과 달리 필수 소비재 성격이 낮아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다. 불황기에 가격 인상까지 겹칠 경우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온전히 반영하기 어렵다.

대형 패션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원단 물량을 확보하거나 협력사와의 가격 협상 등을 통해 원가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패션 시장의 주요 성장축으로 떠오른 디자이너 브랜드 등 중소 업체다. 상대적으로 구매 물량이 적은 중소 브랜드는 원단·부자재 업체와의 협상력이 약해 원가 상승 충격을 그대로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 브랜드의 경우 구체적인 가격 조정 협의 없이 공급가 인상을 통보받는 사례도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고환율과 원부자재 가격 상승 흐름이 장기화될 경우,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며 버텨온 패션업계의 부담도 한계에 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션 업계 구조상 원단과 부자재 등 자원은 한두시즌 전에 공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당장의 상황보다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대비중이다"라면서도 "소비자 경험 측면에서 현재 판매하고 있는 제품의 가격을 올리지는 않을테지만, 새로 생산이 들어가는 다음 시즌 상품에서는 가격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맛살류 제품이 진열돼 있다. 2026.05.31. yes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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