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사이드 10㎝만 넘어도 부심 귀에 실시간 알림…"무효 플레이 부상 막는다"
선수 1248명 '1초 스캔' 3D아바타로 오프사이드 판독…골키퍼 시점 가상 화면도
FIFA·레노버 '풋볼 AI 프로' 48개국 동등 제공…전력분석 정보격차 해소
국제축구연맹(FIFA)이 이번 대회에서 AI와 3차원(3D) 기술을 판정 시스템 전반에 도입했다. 수십 년간 축구 팬들을 갈라놓았던 오심 논란, 그리고 뒤늦은 오프사이드 선언 탓에 이어지던 선수들의 무리한 경합과 부상 위험을 기술로 동시에 잡겠다는 시도다.
◆"마네킹 그래픽은 이제 그만"…선수 빼닮은 3D 아바타가 판정 화면에
이번 대회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AOT)'의 핵심은 'AI 3D 선수 아바타'다. FIFA에 따르면 48개국 26인 엔트리 전원, 총 1248명이 대회 전 프로필 촬영 때 전용 챔버에 들어가 약 1초 만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체 치수를 측정하는 정밀 스캔을 받았다. 선수 입장에서는 사진 한 장 찍는 시간에 자신의 '디지털 분신'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경기 중 선수의 실시간 움직임 데이터가 이 스캔 데이터와 결합되면, 판독 화면과 중계 화면에는 점과 선으로 된 딱딱한 그래픽 대신 실제 선수를 빼닮은 3D 디지털 아바타가 움직인다. 요하네스 홀츠뮐러 FIFA 혁신 디렉터는 "3D 리플레이에서 선수가 실제 선수와 똑같이 보여, 어떤 선수가 오프사이드에 관여했는지 즉시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FIFA가 이 기술을 도입한 배경에는 판정 그래픽을 둘러싼 불신이 있다.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오프사이드 판독 그래픽 속 수비수의 자세가 실제 중계 화면과 달라 보인다는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선수 실제 체형과 무관한 '마네킹' 그래픽이 판정 신뢰도를 갉아먹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FIFA가 아예 선수 한 명 한 명의 몸을 그대로 복제하는 방식으로 응수한 것이다.
◆10㎝만 넘어도 부심 귀에 "삑"…부상 위험까지 줄인다
오프사이드 판정의 정밀도와 속도도 차원이 달라졌다. 부심에게 곧바로 전달되는 자동 알림 기준은 약 10㎝ 수준으로 정교해졌다.
신호 전달 방식은 더 극적이다. 종전에는 AI의 오프사이드 신호가 비디오판독(VAR)실을 거쳐 그라운드로 전달됐다. 반면 이번 대회부터는 명백한 오프사이드가 감지되면 AI가 현장 부심의 이어폰(인이어)으로 실시간 알림음을 직접 쏜다.
이는 단순한 편의 개선이 아니다. 그동안 부심들은 오심으로 득점 기회를 날릴 것을 우려해 공격이 끝날 때까지 깃발을 들지 않고 기다렸다. 그 사이 선수들은 사실상 무효가 된 플레이에서 전력 질주와 거친 몸싸움을 이어가야 했다. FIFA는 AI의 즉각 경고로 이런 '죽은 플레이'가 사라지면 불필요한 경합에 따른 부상 위험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기능은 위치상 오프사이드에만 적용되며, 골키퍼 시야 방해 같은 주관적 판단은 여전히 심판의 몫으로 남는다.
◆경기장이 통째로 3D 공간으로…'골키퍼의 눈'까지 빌린다
경기장 자체도 하나의 거대한 3D 데이터 공간으로 재구성된다. 경기장 곳곳의 추적 카메라와 초당 500회 데이터를 전송하는 공인구 '트리온다' 내장 센서의 정보를 결합해 경기 전체를 실시간 3D로 재현하고, 이 피드를 VAR에 제공하는 '실시간 3D 재구성' 기술이 도입됐다. 홀츠뮐러 디렉터는 "오프사이드 위치의 선수가 플레이에 관여했는지 판단하는 데 특히 유용하다"고 밝혔다.
이 기술의 백미는 '가상 카메라'다. 물리적 카메라가 설치될 수 없는 공중이나 선수들 사이 등 어떤 각도에서든 화면을 만들어낼 수 있다. 양 팀 골키퍼의 시점을 그대로 재현한 가상 화면도 구현된다. 골대 앞 혼전 상황에서 "오프사이드 위치 선수가 골키퍼 시야를 가렸느냐"를 두고 반복돼 온 해묵은 논란을, 골키퍼의 눈으로 직접 들여다보며 가리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심판 몸에 부착된 카메라 영상을 AI가 실시간으로 흔들림 없이 보정해 송출하는 '레프리 뷰' 개선 버전도 적용돼, 심판이 그 순간 무엇을 봤는지가 시청자에게 그대로 공개된다.
그라운드에서 쏟아진 데이터는 전술 분석으로 이어진다. FIFA와 레노버가 공동 개발한 생성형 AI 분석 플랫폼 '풋볼 AI 프로'는 2000개 이상의 지표와 수백만 개의 데이터 포인트를 분석해 전술 시뮬레이션과 선수별 분석 내용을 제공한다. 참가 48개국 전체에 동등하게 제공되는 것이 특징이다.
홀츠뮐러 디렉터에 따르면 기존에는 FIFA가 경기당 50~60쪽 분량의 데이터 보고서를 제공해 전담 분석관의 해석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코칭스태프가 AI에게 질문하는 것만으로 전술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분석관 군단을 거느린 강팀과 그렇지 못한 약소국 사이의 정보 격차를 기술로 메우겠다는 취지다. 대회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면 승부차기를 앞두고 상대 키커와 골키퍼의 성향 분석까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그라운드 위 22명의 선수와 함께 보이지 않는 23번째 플레이어인 'AI'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도 색다른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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