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9시 기준 개표소 일대 1만1000여명
시위대 반발에 체육회 관계자 출입 막혀
'대진연 의혹' 갈등…30대 폭행 혐의 입건
2030 청년에서 중장년으로 주축 세력 변화
[서울=뉴시스]이태성 신유림 기자 =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송파 개표소 봉쇄 시위가 닷새째 이어지는 가운데, 개표소 내 사무 공간을 둔 체육 단체로 불똥이 튀었다. 이날 오후 체육 단체들은 업무에 필요한 물건들을 회수하러 개표소에 진입을 시도했지만, 시위 참가자들이 막아섰다.
9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6시께 봉쇄 시위가 진행되는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2-4 출입구에 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집회 참가자 30여명이 출입구 앞에 돗자리를 깔아놓고 앉아 지키고 있어 진입이 어려웠다. 인근 일대에도 20여명이 모여 출입구를 바라보고 구호를 외쳤다.
이에 체육회 관계자들은 출입구 인근에서 동태를 살폈다. 그러다 오후 6시15분께 시위대 중 일부가 체육회 관계자와 경찰이 모여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한 남성은 이날 법원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법원이 증거 보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는 기사를 자신의 휴대전화로 보여주며 "왜 체육회가 분란을 일으키느냐. 증거 보전이 확정됐다. 들어갈 수 없다"고 소리쳤다.
함께 있던 경찰이 충돌을 우려해 중재했고, 다른 시위 참가자도 "평화 시위를 해야 한다. 이러면 폭력 시위가 된다"며 해당 남성을 말렸다. 약 5분간 이어진 대치는 체육회 관계자들이 멀찍이 물러서면서 일단락됐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내일(10일)이 경기 지도자, 심판 등 직원들 월급날이라 회계 처리를 위해 들어가려 했던 것"이라며 "오늘은 진입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 철수했다.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세팍타크로협회와 대한수중핀수영협회, 대한민국댄스스포츠연맹 등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에도 경기장 내 사무실에 진입하려 했으나, 경찰과 협의 끝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펜싱과 수영 등 일부 종목 관계자들은 세계대회 준비에도 차질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서울동부지법은 개혁신당 서울시장 후보였던 김정철 최고위원이 신청한 증거보전 사건에 대해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10일 오후에는 잠실7동 제2투표소 내외부에 대한 검증을 진행하기로도 했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시위 참가자들 사이 "법원도 증거를 보전해야 된다고 판단했으니, 이곳은 이제 아무도 못 들어간다"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위가 진행된지 닷새째지만 시위 참가자들의 기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이날 오후 9시 기준 약 1만10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핸드볼경기장 일대에 모여있다. 일몰 무렵부터는 공원 곳곳에 원을 만들고 모여 함께 애국가와 찬송가를 부르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들은 이날 역시 밤을 새며 개표소 안 투표지를 지킨다는 계획이다.
한편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시위 참가자 간 분열도 감지된다. 시위 현장에서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관계자로 의심받은 여성을 둘러싼 실랑이가 폭행으로 번졌다.
이날 오후 2시20분께 1-4번 게이트 인근에서 한 중년 여성이 "중국에서 내려온 암호문이 발견됐다"고 주장하며 중국어가 적힌 A4 용지를 꺼내 보였다.
문서를 본 참가자들은 "챗GPT로 해석해봐라", "암호문 아니냐", "간첩은 물러가라" 등을 외치며 술렁이기 시작했다.
잠시 뒤 이번에는 30대 여성을 향해 "대진연(한국대학생진보연합)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수십명이 여성 주변으로 몰려 들어 "대진연 물러가라", "신분증 보여달라"고 외쳤다.
시위대는 해당 여성이 대진연 관계자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날에도 현장을 찾았다가 참가자들에게 얼굴이 알려졌고 이날 다시 나타난 것을 누군가 알아본 것"이라고 말했다.
실랑이가 이어지던 중 해당 여성은 자신을 둘러싸고 항의하던 참가자들을 향해 발길질과 주먹질을 하는 등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3명이 폭행 피해를 입었다. 이 중 남성 1명은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혔고, 또 다른 피해자 50대 남성 1명은 처벌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관련자들의 인적사항과 진술을 확보한 뒤 여성을 귀가시켰다. 경찰은 이 여성을 폭행 혐의로 입건했다.
시위 참가자 구성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주말까지는 20~30대 청년층이 주축을 이뤘다면 전날부터는 중장년층과 노년층 참가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구호 또한 이전의 '재선거' 요구에서 '부정선거 재선거'로 바뀐 상태다.
현장 곳곳에서는 강경 보수파가 주로 사용하는 구호인 'MAGA WITH ROK(대한민국과 함께하는 MAGA)', 'Stop the Steal(표 도둑질을 멈추라)', '이재명 재판 속개하라', '힘내라 윤석열' 등이 적힌 손팻말도 눈에 띄었다.
이날 오전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와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도 현장을 찾았다. 황 대표는 출입구 인근을 돌며 밤샘 농성 중인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눴고, 전씨는 '재선거' 문구를 직접 적은 흰색 티셔츠를 입고 태극기와 손팻말을 든 채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전날 발생한 핸드볼 여자 주니어 국가대표 선수단의 소지품 검사 소동 등 경기장 출입은 더욱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경찰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기동대 350여명을 투입해 돌발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victory@newsis.com, spic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