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K반도체 'AI 인프라 전략 파트너'로 지목
SK하이닉스 "최대 메모리 파트너"에서 "로드맵 공유 동맹"으로
삼성전자, 차세대 HBM 공급·파운드리 논의…중장기 협력 가시화
"엔비디아 핵심 파트너로…슈퍼을 지위 공고화" 평가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이번 방한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은 단순한 '부품 공급처'를 넘어,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생태계를 함께 그리는 '전략적 공동 설계자'로 격상됐음을 명확히 보여줬다.
방한 내내 "더 많은(More) HBM"을 거듭 주문한 황 CEO는 엔비디아가 그리는 'AI 팩토리'와 '피지컬 AI' 등 AI 생태계 현실화를 위해 국내 반도체 업체와의 동맹 강화가 필수적임을 재확인했다.
실제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와 차세대 메모리 및 파운드리 로드맵을 설계 단계부터 공유하기로 했고, 삼성전자와도 7·8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및 파운드리 협력을 구체화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황 CEO의 이번 방한을 계기로 엔비디아와 메모리 협력을 넘어 AI 팩토리 구축까지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과의 협력이 한층 강화되며 이들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국내 기업 간 협력이 단순 구매 계약을 넘어 엔비디아의 AI 생태계 로드맵 설계부터 국내 반도체 제조사가 참여하는 '기술 동맹' 체제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SK그룹, '공급 관계'에서 '공동 개발 동맹'으로
극적인 변화는 SK그룹과의 관계에서 나타났다.
황 CEO는 지난 8일 SK서린빌딩을 방문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회동하고, AI 팩토리 등 인프라 로드맵을 아우르는 차세대 메모리 공동 개발 체제를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인프라 로드맵에 개발 초기부터 참여하고, 베라루빈과 베라 CPU, RTX 스파크 PC, 젯슨 토르 로보틱 컴퓨팅 플랫폼용 메모리를 공동 설계·개발하기로 했다.
황 CEO는 이 자리에서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최대 메모리 파트너였고, 앞으로도 최대 메모리 파트너로 남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단순히 물량을 공급하는 관계를 넘어,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생태계 구현을 위해 SK하이닉스와 AI 인프라 전략과 로드맵을 공유하고 설계 단계부터 호흡을 맞추겠다는 선언이다.
최 회장 역시 이에 화답해 그룹 차원에서 협력을 격상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기가와트(GW)급 AI 팩토리 구축에 나서고,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메모리를 공동 개발·양산하는 구조다.
특히 황 CEO는 최 회장이 밝힌 '메모리 생산능력 2배 확대' 계획에 대해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더 많은 HBM을 요구했다.
이는 젠슨 황 그리는 AI 생태계 비전 구현을 위해서는 AI 인프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HBM·파운드리 '중장기 로드맵' 협력 공식화
삼성전자와는 현재 6세대 HBM4 공급을 넘어 차세대 7·8세대 HBM(HBM4E·HBM5) 공급을 중심으로 인프라 로드맵을 공유하는 장기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지난 8일 황 CEO와 회동 후 "단기적으로 올해 HBM4와 소캠 공급을 충분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년 HBM4E, HBM5 등 장기적 협력도 많이 논의했다"고 밝혔다.
파운드리 분야에 대해서도 "현재 4나노·8나노 공정에서 자율주행 칩과 엔비디아의 액셀러레이터 칩인 '그록 칩' 등을 협력하고 있으며, 그다음 세대 협력도 논의 중"이라며 중장기 협력을 공식화했다,
차세대 HBM 공급 등 장기적 협력 방안이 깊이 있게 논의했다는 점에서 신뢰 관계를 한층 더 공고히 했다는 평가다.
전 부회장은 또 황 CEO가 SK하이닉스를 향해 보낸 파격적인 찬사에 대해 "저희는 저희 일을 열심히 할 것"이라며 "나중에 결과로서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엔비디아와의 AI 인프라 협력에서 삼성전자가 독자적인 기술 경쟁력을 입증하겠다는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베라 루빈'에 업계 최고 수준 속도를 구현한 HBM4를 공급 중이기도 하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부 교수는 "젠슨 황의 이번 방한은 엔비디아가 미래 AI 생태계를 주도하기 위해 한국 반도체 기업이 반드시 필요한 존재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로서 '슈퍼 을(乙)'의 지위를 한층 더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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