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북, 북중 결속 강화로 中영향력 과시…북중러 구도 공고화 가능성도

기사등록 2026/06/05 17:40:30

시진핑 8~9일 방북…2019년6월 이후 첫 방북 이후 7년만

전문가들 "북러 밀착 나선 북한에 대한 영향력 과시 의도"

"북중 연대 강화시 한반도 문제 '코리아 패싱' 가능성도"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9월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북중 정상회담'을 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정상회담 후 소규모 다과회와 만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조선중앙TV 캡쳐) 2025.09.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유자비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7년 만의 전격 방북은 북중 관계를 강화하는 목적인 동시에 미국을 의식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또 시 주석이 북중러 연대와 반미 진영 결속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과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는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초청으로 시 주석이 오는 8~9일 북한을 국빈 방문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의 북한 방문은 2019년 6월 첫 방북 이후 7년 만이다. 또 북중 정상 간 만남은 지난해 9월 김 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한 이후 약 9개월 만에 이뤄진다.

이번 방북은 내달 중조우호협력호조조약(북중우호조약) 체결 65주년을 앞두고 성사됐다. 양국은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중시하는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을 계기로 양국 우호 관계를 재확인해왔으며, 시 주석의 지난 방북 역시 북중 수교 70주년을 계기로 이뤄진 바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북중 관계 복원 흐름과 북미 대화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로 보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러 군사·경제 협력이 강화되면서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재확인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그동안 북중 관계가 원활하지 않았는데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이어 시 주석의 방북이 성사되면서 양국 관계 정상화가 완성되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북한은 미국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비해 중국이라는 '뒷배'가 필요하고, 중국도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미국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시 주석의 올해 첫 해외 순방지가 평양이라는 점 자체가 북중러 연대와 반미 진영 결속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중국 입장에선 북미 대화에 앞서 중국의 중재 역할을 선점하고, 북러 밀착 견제 등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측면이 있다"라며 "미국의 대중 포위 전략과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안전판으로 북한의 이탈을 방지하고 북중 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라고 관측했다.

시 주석의 방북 시점을 놓고 베이징-평향 직항편 재개 등 코로나 이후 중단된 북중 경협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중국의 경제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북한의 사정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최근 관광지 개발에 공들이고 있는 가운데 관광 분야 협력 확대가 주목된다.

박 교수는 "북중 관계가 소원해진 배경에는 북한이 기대하는 만큼 경제적 지원을 중국이 제공하지 않은 점이 있다"라며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도 있기 때문에 노골적으로 제재를 위반하지 않는데 관광은 회색지대다. 중국 관광객을 보내는 방식으로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라고 예상했다.

이번 방북이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인다.

박 교수는 "북중 연대가 강화될수록 북한이 한국을 상대할 유인은 줄어들고 향후 북미 정상회담이 추진될 경우 한국이 배제되는 '코리아 패싱'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라고 예상했다.

북중러 3국 밀착이 한층 강화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는 정상회담에서 북한 두만강을 통한 동해 진출 등에 협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 구도가 더 공고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박 교수는 "그동안 북중러 협력은 상징성 부여 성격이 강했는데 이번에 두만강 개발 구상 등에 대한 발표가 나온다면 구체적인 북중러 협력으로 진전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국이 방북을 계기로 북미 대화의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미 관계가 개선될 경우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핵화 문제도 거론될 지 주목된다. 최근 미중 정상회담 뒤 미 백악관은 팩트시트를 통해 양 정상이 북한 비핵화의 공동 목표를 확인했다고 한 반면 중국은 한반도 정세 같은 국제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만 밝혀 온도차를 보인 바 있다. 

양 교수는 "북한이 자위적 핵억제력 강화를 위해 핵물질 증산, 핵무기 확대 및 배치 등 핵 문제에 있어서는 원칙을 고수하고 핵무력 강화의 정당성을 설파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했다.

정부는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중간 교류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기를 희망하며 중국이 한반도 문제 관련 건설적 역할을 해나가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시 주석의 방북이 한반도 평화공존과 나아가 동북아 평화공존을 진전시키는 데 기여하기를 희망한다"라며 "'한반도 평화공존정책'은 대화를 지지하고, 대결을 지양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abi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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