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투표용지 부족' 사태…유권자들, 국가배상 등 법적 대응 가능

기사등록 2026/06/04 14:19:46 최종수정 2026/06/04 14:23:23

유권자 법적 대응 가능성…헌법소원·국가배상 거론

무효 소송 가능성은 시들…"당락 영향 입증이 쟁점"

독일은 일부 재선거…美는 유권자 소송·합의 사례도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두고 선거무효 소송과 헌법소원, 국가배상 청구 가능성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법조계에선 실제 소송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지 않고, 법적 판단에서는 이번 사태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4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겪은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서 시민들이 '선거관리위원회 해체, 부정선거, 재선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06.04.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연우 김정현 이승주 이윤석 기자 =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후폭풍으로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들의 법적 대응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4일 법조계에서 유권자들의 헌법소원 및 국가배상 청구 등이 가능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전날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됐던 선거무효 소송이 실제 제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3일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등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장시간 대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일부 유권자는 기다리다 투표를 포기하고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일부 유권자들은 개표 중단과 재선거를 요구하며 투표함 반출을 저지하는 등 항의를 이어갔다.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이와 관련해 공직선거법상 선거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단 입장을 밝히며 선을 그었다.

법조계에선 유권자들이 집단 소송에 나설 가능성을 점친다. 투표용지 부족을 이유로 발길을 돌린 유권자가 '투표할 권리 침해'를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권자 개인 실익 측면에서는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보다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정신적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권자 개인이 헌법소원을 낼 수 있지만, 자신의 선거권이 침해됐다는 점을 확인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며 "선거 쟁송은 대법원과 고등법원 관할"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선거권을 침해 당했다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개개인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방법으로 국가배상 청구 소송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방안이 선관위를 상대로 이 사태를 유발한 데 따른 책임을 느끼게 하는 방안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김의택 법무법인 으뜸 변호사는 "유권자 개인이 투표용지 부족으로 장시간 대기하다 투표하지 못했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국가기관의 선거 관리 부실로 개인의 헌법상 가치가 침해된 만큼,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그 액수는 통상의 위자료 액수보다 훨씬 높게 책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4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겪은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서 시민들이 '선거관리위원회 해체, 부정선거, 재선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06.04. yesphoto@newsis.com

다만 국민의힘 등에서 전날 언급했던 선거무효 소송 제기 가능성은 점차 사그라드는 모양새다.

공직선거법 제224조는 선거 관련 규정 위반이 존재하고, 그 위반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선거무효를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역시 단순한 절차상 하자나 선거관리상 과실만으로는 부족하고, 해당 위법이 없었다면 당락 결과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인정돼야 한다는 판단을 유지해왔다.

김 변호사는 "만약 선거무효 소송이 진행된다면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선거구에 한해 실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따져 일부 무효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 수가 실제 당락에 영향을 미쳤는지가 핵심 쟁점"이라며 "부족했던 표가 모두 2위 후보에게 갔다고 가정해도 결과가 뒤집히지 않는다면 선거무효 판단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선거 무효소송으로 이어지려면 공직선거법상 선관위에 대한 '선거효력 소청' 절차를 먼저 거쳐야 한다. 선거인·정당·후보자는 선거일 후 14일 이내 소청을 제기할 수 있으며, 이후 선관위 결정에 불복할 경우 소송을 낼 수 있다.

서초동의 또 다른 변호사 역시 "투표용지 부족 자체는 초유의 사태지만, 실제 소송에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받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양측이 결과에 승복했는데 굳이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할 필요가 있겠나"라고 내다봤다.

[보은=뉴시스] 연종영 기자 = 4일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장이 설치된 충북 보은군 보은읍 보은국민체육센터에 투표소에서 개표요원이 계수기로 투표용지를 세고 있다. 개표 작업은 3일 오후 7시께 시작했다. 2026.06.04. jyy@newsis.com

해외에서도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진 사례가 있다.

앞서 2021년 독일 베를린에서는 총선과 지방선거, 주민투표가 동시에 치러지는 과정에서 선관위 준비 부족으로 투표용지가 부족해 일부 유권자들이 투표하지 못하는 혼란이 발생했다. 당시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 종료 전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되기도 했다.

이후 독일 헌법재판소는 2023년 "선거 준비와 시행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며 455개 투표구에 대해 재선거를 실시하라고 판결했다. 독일 헌재는 특히 일부 투표소 운영 중단이 '공개 선거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미국에서도 2022년 펜실베이니아주 루체른 카운티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고갈돼 투표가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법원은 투표 마감 시간을 2시간 연장하는 긴급 조치를 내렸고, 이후 일부 유권자들은 행정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카운티 정부는 유권자들에게 합의금을 지급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다만 수사 당국은 범죄 행위나 고의적 투표 방해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공감언론 뉴시스 hong15@newsis.com, ddobagi@newsis.com, heyjude@newsis.com, leeys@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