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금기간 연장·입국금지 강화·사법구제 축소
의회·회원국 승인 거쳐 내달 발효 전망
이민자 기본권 침해 우려…"제노포비아 정책"
유로뉴스와 폴리티코에 따르면 EU 회원국과 유럽의회는 1일(현지 시간) 불법 이민자 추방을 가속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논란의 이민법에 합의했다.
법안의 핵심은 EU 회원국이 제3국과 협정을 맺어, EU 외부에 '송환 허브'라는 추방 센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기존에는 이민자를 본국이나 연고가 확인된 국가로만 송환할 수 있었으나, 새 제도에서는 이 조건이 삭제된다. 아동을 동반한 가족도 송환 대상에 포함되며, 보호자가 없는 미성년자만 대상에서 제외된다.
마그누스 브루너 EU 내무 담당 집행위원은 "이번 합의는 EU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 즉 누가 들어오고 누가 떠나야 하는지를 우리가 통제하고 있음을 확실히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진전"이라고 자평했다.
시설이 어느 국가에 설치될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시설은 단순 경유지가 될 수도, 일정 기간 체류하는 시설이 될 수도 있다.
일부 회원국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독일·네덜란드·오스트리아·덴마크·그리스는 지난 3월 이 프로그램 이행을 위한 공조 체제를 구축했다. 이탈리아는 이미 알바니아에 센터 2개를 건립해 미등록 이민자를 수용하는 유사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당국에 미등록 이민자의 '주거지 및 관련 시설'을 수색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를 두고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악명 높은 단속 방식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탈리아 법률전문가협회의 엘레오노라 첼로리아는 유로뉴스에 "해당 조항은 회원국들이 광범위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작성됐다"며 "이민자를 돕는 단체나 의료 시설까지 단속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 이민법은 구금 기간 연장, 입국 금지 강화, 사법 구제 축소 등 처벌과 통제 수위도 대폭 높였다.
송환 대기 중인 미등록 이민자의 법적 최대 구금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2년으로 늘렸고 추가로 6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안보 위험 인물로 분류되면 무기한 구금될 수도 있다.
입국 금지 기간도 기존 5년에서 대부분 10년으로 늘어나며, 안보 위험 인물은 평생 입국이 금지될 수 있다.
사법 구제 조치는 축소됐다. 기존에는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추방 명령이 자동 정지됐으나, 앞으로는 법원이 사안별로 판단해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
회원국 간 송환 결정을 상호 인정하기 위한 '유럽 송환 명령' 제도도 도입되지만, 적용은 자율에 맡긴다.
협상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은 시행 시기였다. 최종 절충안에 따라 일부 조항은 발효 12개월 후 시행되지만, 역외 송환 허브 설치 조항 등은 즉시 적용된다. 당초 EU 이사회는 2년 유예를 요구했으나 기간이 단축됐다.
인권단체와 좌파 성향 유럽의회 의원들은 이번 법안이 이민자의 생명을 위협하고 기본권을 침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녹색당·유럽자유동맹(Greens/EFA) 소속 멜리사 카마라 의원은 "오늘 확정된 문안은 부끄러운 합의의 결과"라며 "'제노포비아(Xenophobia·외국인 혐오증)' 이념에 봉사하는 법적 무기가 완성됐다"고 맹비난했다.
불법체류 이민자 지원 단체 네트워크 '피쿰'은 "최대 30개월 구금, 가족 해체, 연고 없는 국가로의 추방 등을 가능하게 하는 가혹한 구금·추방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제구조위원회(IRC)의 EU 정책 책임자인 마르타 벨란데르 역시 "EU의 난민·이민 정책에서 우려스러운 새 장을 여는 조치"라며 "정부에 훨씬 광범위한 구금·추방 권한을 부여하고 사실상 법적 공백지대인 EU 외부 시설 수용을 정상화할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
이번 법안은 유럽의회와 EU 회원국의 공식 승인을 거쳐 이르면 다음 달 발효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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