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산재는 살인·임금체불은 중대범죄"…엄정 대응 강조
올해 1분기 산재 사망 역대 최저…임금체불 증가세 꺾여
노란봉투법 시행 후 교섭의무·쟁의범위 두고 여전히 논란
노동법 사각지대 보호 미흡…정년연장 등 법제화도 더뎌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이했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노동정책을 이른바 '6대 핵심분야'로 꼽으며 고용노동행정 개혁을 강조해온 만큼, 산업재해 사망사고 감축과 임금체불 근절 정책이 일정 부분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노사관계 불확실성 증가나 특수고용직(특고)·플랫폼 등 법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는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2일 고용노동부와 정부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오는 4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고용노동정책 중에서도 '산업재해(산재) 감축'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해왔다.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를 두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표현하며 강도 높은 대응을 주문했다.
이에 노동부는 대형 사고 발생 사업장과 중대재해 취약 업종을 중심으로 감독 수위를 높이고, 위험성평가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여부를 집중 점검해왔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산재 사망자는 113명으로, 지난 2022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1분기 기준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137명과 비교하면 24명(17.5%) 감소한 수치다. 사고 건수 역시 129건에서 98건으로 31건(24.0%) 줄었다.
특히 사망사고가 잦았던 건설업과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정부의 강경 대응이 산재사망 감소에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이 "노예도 아니고 일을 시키고 돈 떼먹으면 안 된다"며 '중대범죄'로 강조했던 임금체불도 산재사망과 함께 덩달아 감소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3월(1분기) 임금체불액은 476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0% 줄어든 수치다. 체불 피해 근로자 수도 6만739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8% 감소했다. 2023년 이후 이어지던 1분기 임금체불 증가세가 3년 만에 꺾인 것이다.
특히 정부가 고액·상습 체불 사업주에 대한 구속수사와 명단공개, 신용제재 등 제재 수위를 높이고 대지급금 회수 절차를 강화하면서 현장에 경고 효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대로라면 매해 '역대 최대'를 기록하던 임금체불액도 감소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현장의 불확실성 확대와 특고·플랫폼 및 5인 미만 사업장 등 법 사각지대 보호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우선 노동부는 3월 10일 노란봉투법 시행과 함께 사용자성 판단 지침과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하지만 원청의 교섭의무 범위, 쟁의행위 정당성,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면서 현장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노동부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지난달 22일까지 하청노조 1121곳이 원청 424곳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 개정법은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했지만, 구체적으로 원청이 어느 범위까지 교섭 의무를 지는지는 사안별로 판단하고 있다.
경영계는 정부의 가이드라인만으로는 원청의 교섭 의무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미 노동위원회 판단을 거친 기업 사건의 경우에도 구체적인 인정 기준이 공개되지 않아, 기업 입장에서는 사실상 모든 교섭 요구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노동쟁의 대상 확대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노조의 '영업이익의 N%' 성과급 배분 요구를 계기로 개정법상 합법적인 노동쟁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개정법은 노동쟁의 대상을 기존의 임금·근로시간 등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분쟁에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으로 넓혔다. 이 때문에 영업이익과 연동된 성과급 요구가 근로조건 개선에 해당하는지, 기업의 이익배분을 요구하는 경영상 판단 영역인지가 논란이 된 것이다.
특히 이 같은 요구가 삼성바이오로직스, HD현대중공업, 카카오 등 다른 산업에까지 확산하면서 현장 혼란을 막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나 특고·플랫폼·프리랜서 등 기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포섭되지 않는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 방안 마련도 미흡한 과제로 꼽힌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달 13일부터 21일까지 소속 노무사·변호사·활동가 스탭 105명을 대상으로 노동정책 기대와 평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3.3%는 5인 미만 사업장, 초단시간 노동자,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등 노동법 사각지대 해소 정책이 충분히 추진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가장 미흡한 정책으로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법 적용 확대(67.6%)와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보호(45.7%)가 꼽혔다. 이어 성별임금격차 해소(21.9%), 이주노동자 보호(19.5%), 인공지능(AI) 등 기술 변화에 따른 노동자 보호(19.5%) 순이었다.
정부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을 통해 기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포섭되지 않는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입법 논의는 본격화하지 못한 상태다.
직장갑질 119는 "정부가 노동법 사각지대 해소를 주요 과제로 제시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법 밖에 놓인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지 못하거나, 실효성 없고 오히려 차별적인 정책을 추진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또 청년 고용 문제와 현행 60세인 정년 연장 방안에 대한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정부는 청년 일경험 확대와 직업훈련 지원 등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기존 대책의 기간과 규모를 늘린 수준에 그쳤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정년 연장 논의 역시 노사 간 입장차가 커 뚜렷한 진전을 내지 못하고 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은 "노사 관계에서 부분적으로는 진전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속도는 더디다"라며 "고용 전략 전반에 있어서 큰 틀도 부재하고 세부적인 정책의 정밀도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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