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전으로 수사·기소 분리 검찰개혁 기틀 마련
새로운 수사기관 탄생…검찰 수사역량 이식할까
보완수사 놓고 이견 여전…향후 대안 제시 주목
[서울=뉴시스]박선정 기자 =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그의 핵심 공약이었던 검찰개혁의 제도적 기틀이 마련됐다. 다만 수사·기소 분리 이후 사건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책임지고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핵심 설계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특히 검사의 보완수사를 놓고는 이견이 여전해 향후 대안 마련이 주목된다.
오는 10월 검찰청은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공소청으로 간판을 갈아 끼운다. 정부와 여당은 수사, 기소의 완전 분리를 통해 검찰에 집중됐던 수사 권한을 분산하고 권력기관 사이 상호 견제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10월 2일부터 시행되는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공소청 검사는 영장 청구와 기소, 공소유지 업무만 담당하게 된다. 수사 개시 권한과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한 지휘권은 폐지됐다. 검사에 대한 징계 규정도 달라지면서 검찰 권한이 전반적으로 축소되는 방향으로 재편됐다.
반면, 검찰의 수사 기능은 새로 출범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이관된다. 중수청은 경제·부패·방위산업·마약·내란 및 외환·사이버범죄 등 6대 중대범죄를 전담 수사하는 기관이다. 공소청·경찰·법원 소속 공무원이 저지른 범죄도 수사할 수 있다. 수사는 중수청·경찰·공수처가 나눠 맡고, 공소청은 기소와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구조다. 타 수사기관은 중대범죄 사건을 인지하면 중수청장에게 이를 알려야 하며, 중수청 수사관은 수사를 개시할 때 검사에게 따로 통보하지 않아도 된다.
검찰 권한 분산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는 이루었지만, 중수청으로 상당한 권한이 집중된다는 점에서 새로운 권력 기관 탄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중수청은 수사 대상이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 이첩을 요구할 수 있고, 이 경우 공수처를 제외한 수사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 타 수사기관의 범죄에 대해서는 중수청이 수사하지만, 중수청 수사관의 비위는 어디서 수사하는지 명확한 규정이 없어 혼란도 예상된다. 이에 따라 거대 수사기관에 대한 견제 장치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는 이처럼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는 상태다.
중수청 직제와 인력 구성, 검찰 수사 기능 이관 여부 등 세부적인 청사진도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다. 중수청의 전체 규모를 정하는 일부터, 검찰의 반부패·경제범죄 등 주요 사건 수사 역량을 어떤 방식으로 중수청에 이식할지, 경찰·공수처와의 사건 배분 및 이첩 기준을 어떻게 세울지 등 실무적으로 조율해야 할 쟁점들이 한가득이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는 조직 개편 이후 진로를 두고 고심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중수청의 조직 구성과 인사 체계, 수사관의 구체적인 업무 범위와 처우 등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섣불리 자리부터 옮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최대 쟁점은 형사소송법 개정 방향이다. 핵심은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로, 여당은 검사에게 수사권을 남겨두면 권한이 다시금 확대되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며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보완수사권이 경찰이 미처 확인하지 못한 사실관계 등 빈틈을 채울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기 때문에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건을 다시 경찰에 돌려보내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보완수사요구권'은 남길 것으로 보이지만, 강제력이 없는 보완수사 요구만으로는 책임수사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보완수사권 없이 요구권만 남는다면, 사건이 수사기관 사이를 반복적으로 오가는 이른바 '핑퐁'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추진단은 보완수사권 대신 제한적 '사실 확인' 또는 '보완 조사' 권한을 공소청 검사에게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명칭은 조금씩 다르지만, 기소 전 사건 관계인 면담 등 최소한으로 사실을 확인하는 절차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다만 검찰 내부에서는 실효성 논란도 적지 않다. 한 검찰 관계자는 "조사 권한의 범위와 절차가 불명확한 데다, 이 '사실 확인 절차'라는 것이 수사가 아닌 행정절차로 규정된다면,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없기 때문에 있으나 마나 한 제도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전건송치 제도를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수사·기소 분리의 본질을 고려한다면, 수사는 경찰이 하더라도 최종 처분은 검사가 맡아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이미 폐지된 제도를 되살려야 하는 만큼 현실적 장벽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은 조만간 복수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초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여러 안을 두고 논의를 거친 후 최종 정부안을 도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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