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고성능 칩 우위에도 전력망 부담에 발목
中은 싼 전기·재생에너지 앞세워 AI 인프라 추격
아랍권 언론 알자지라는 28일(현지시간) AI 칩을 움직이는 대형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중국이 미국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AI 모델을 훈련하고 구동하는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기를 필요로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일반 데이터센터 한 곳은 10만 가구가 쓰는 전기와 맞먹는 전력을 소비할 수 있으며, 차세대 초대형 데이터센터는 최대 200만 가구분의 전력을 빨아들일 수 있다.
중국은 이 같은 전력 수요를 감당할 기반에서 미국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의 전력 생산량은 이미 미국의 두 배를 넘고, 국가 주도의 전력망 투자가 이어지면서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AI 데이터센터를 재생에너지 확대 전략과 결합하고 있다. ‘동수서산’으로 불리는 정책에 따라 인구와 산업이 밀집한 동부 해안 대신 토지와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서부 내륙에 데이터센터를 집중 배치하는 방식이다.
중국은 이달 초 북서부 닝샤 지역에서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데이터센터를 직접 연결하는 첫 사업도 가동했다. 500㎿ 규모의 풍력·태양광 발전 프로젝트가 전용 송전선을 통해 중국 다탕이 운영하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싸고 안정적인 저탄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나라가 장기적으로 AI 인프라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본다. 중국은 태양광, 풍력, 초고압 송전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어 서부 지역 데이터센터 단지에 대규모 전력을 공급하는 데 유리하다는 평가다.
전력 소비 비중도 미국이 더 크다. IEA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소비한 전력 415TWh 가운데 미국이 45%를 차지했고, 중국은 25%, 유럽은 15%였다.
미국 빅테크의 투자 규모도 중국을 크게 앞선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알파벳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AI 관련 투자에 6300억달러를 쓸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중국 기술기업들의 투자 규모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의 추격 속도는 빠르다. 중국정보통신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데이터센터 랙 수는 2016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30%씩 늘었다. 랙은 서버와 저장장치, 네트워크 장비를 층층이 꽂아 넣는 표준 장비 보관대로, 데이터센터의 물리적 규모를 가늠하는 지표로 쓰인다. 미국의 고성능 엔비디아 칩 수출통제에 막힌 중국은 화웨이 등 자국 기업이 설계한 칩과 SMIC 같은 현지 반도체 기업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를 짓는 속도에서도 미국보다 빠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리아 파히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화웨이의 모듈형 데이터센터는 6개월 안에 지을 수 있는 반면, 미국의 비슷한 시설은 최소 1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미국에서는 AI 확산이 전력망 한계에 부딪히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매켄지는 미국 전력망의 한계 때문에 지난해 말 신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전분기보다 50% 줄었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가 지역 전력망에 부담을 준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2024년 5월부터 2025년 6월 사이 미국에서 최소 36개 데이터센터가 차단되거나 지연된 것으로도 집계됐다.
다만 중국의 전력 우위에도 한계는 있다. 중국은 서부 내륙의 풍력·태양광 자원을 AI 데이터센터와 연결하려 하지만, 상당수 데이터센터는 여전히 베이징, 톈진,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동부 대도시권에 몰려 있다. 이 지역들도 전력 공급난을 겪고 있어 신규 데이터센터 제한 조치를 도입한 곳이 있다.
중국 전력망이 지역별로 쪼개져 있어 전기가 지역 간에 원활하게 이동하지 못한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데이터센터 품질과 활용률 문제도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서로 다른 하드웨어 체계를 묶은 칩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AI 작업 운영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워드 유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미래준비센터장은 미중 AI 경쟁을 “미국은 칩은 있지만 전력이 부족하고, 중국은 전력은 있지만 칩이 부족한 구도”라고 정리했다. 양국 모두 자신들의 병목을 풀기 위해 전력 질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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