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중심 기존 칩스법 한계 노출…수요 통합으로 역내 생산 유도
공급 부족 사태시 EU 강제 개입…정보 제공 불응시 벌금 30만 유로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유럽연합(EU)이 다음달 3일 이른바 '칩스법 2.0'을 발표할 예정이다. 초안에는 유럽산 반도체 생산의 수익성을 높이는 수요 통합 방안과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 발생시 기존 계약을 무효화시키는 등 기술 주권을 강화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28일(현지시간) 유로뉴스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다음달 3일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 방향을 공급 중심에서 수요 중심으로 전면 재편한 '칩스법 2.0'을 발표한다.
초안은 공공조달 조율과 소비 인센티브로 수요를 자극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한다. 흩어진 시장을 묶어 핵심 분야에서 유럽산 반도체 생산의 수익성을 높이는 '수요 통합'에 집중한다. 전략 분야에서 분산된 시장을 통합해 유럽 칩 생산의 상업적 타당성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초기 칩스법은 보조금으로 생산시설 유치에 주력했지만 인텔이 독일에 계획했던 메가팹 건설을 백지화하면서 한계가 드러났다고 유로뉴스는 전했다.
초안은 공급망 위기 관리 체계 개선 방안도 담고 있다. 초안은 기업의 선제적 정보 공유와 긴급 조치를 발동하는 보다 체계적인 절차를 요구한다. 위기시 EU 집행위는 공동 구매를 조직하고 공적 보조금을 받은 생산시설로부터 우선 주문을 요청할 수 있다.
이는 유럽 기술 주권 강화 전략의 일부라고 유로뉴스는 전했다. 초안과 함께 공개된 전략 문서는 산업 역량 확대, 공급망 다변화, 핵심 기반 시설 통제 강화를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이 문서는 "지정학적 분열이 심화되고 공급망이 점점 더 무기화되면서, 기술 의존은 전략적 취약점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기술 주권이 고립주의나 보호주의가 아니라 공정한 경쟁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가 반도체 부족 사태 때 유럽의 반도체 공급망에 개입할 수 있는 광범위한 비상 권한을 준비하고 있다고 입수한 '칩스 2.0' 초안을 토대로 같은 날 보도했다.
초안은 EU 집행위가 반도체 제조업체에 위기 핵심 제품에 대한 주문을 우선 처리하도록 강제하고 기존 계약을 무효화할 수 있도록 했다. 위기 상황에서 공급망 역량과 관련해 요청받은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기업에 EU 집행위가 최대 30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FT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간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유럽에서는 반도체가 경제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유럽이 고성능 반도체를 대만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불안을 키우고 있다.
EU는 현재 전 세계 반도체의 10% 미만을 생산하고 있다. 2030년까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EU의 점유율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초기 계획도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EU는 고성능 반도체 공급을 대만에 압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대만이 통일 요구를 거부하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반복적으로 위협해왔다. 대만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자동차, 의료 장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인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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