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현대 ‘Living a Dream’ 전시
몽환적 색채·부유하는 인간 군상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태양은 둥글게 떠 있고, 붉은 치마를 입은 인물들은 빛과 어둠 사이를 천천히 부유한다. 현실의 풍경 같지만 동시에 꿈의 장면처럼 낯설다.
미국 화가 캐서린 브래드포드(Katherine Bradford·84)의 회화는 겹겹이 쌓인 반투명 색채와 부유하는 인물들을 통해 존재의 불안정성과 감정의 여백을 드러낸다. 어머니, 수영하는 인물, 슈퍼히어로 같은 존재들을 물과 우주, 밤의 공간 속에 떠다니듯 배치하며 인간 존재의 취약함과 고독, 관계의 감각을 탐구해왔다.
화가로 주목받기까지는 지난한 시간이 있었다. 1942년 뉴욕에서 태어난 브래드포드는 브린 모어 대학교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뒤 결혼과 육아를 거치며 오랜 시간 가정주부로 살아갔다. 이후 1979년 이혼 후 두 아이를 홀로 데리고 뉴욕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로 이주하며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당시 윌리엄스버그는 아직 산업지대의 거친 풍경이 남아 있던 지역이었다. 그는 생계를 위해 여러 일을 병행하면서도 꾸준히 그림을 그리며 자신만의 회화 언어를 구축했고, 동시대 예술가들과 함께 새로운 예술 공동체를 형성했다. 이후 1988년 사십 대 중반의 나이에 뉴욕주립대학교에서 순수미술 석사 학위를 받았다.
브래드포드는 조안 미첼(Joan Mitchell)과 헬렌 프랑켄탈러(Helen Frankenthaler)의 추상 회화 언어를 계승하면서도, 후기 필립 거스턴(Philip Guston)의 구상적 전환과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깊이 있는 색면 추상에서 영향을 받아 자신만의 조형 세계를 구축했다.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그의 회화는 2000년대 이후 국제 미술계에서 본격적으로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브래드포드는 구겐하임 펠로우십(2011), 조안 미첼 파운데이션 펠로우십(2012), 래퍼포트상(2021)을 수상했으며 미국 예술문학아카데미상을 두 차례(2005·2011) 받았다.
서울 삼청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리는 그의 한국 첫 개인전 ‘Living a Dream’은 신작 중심의 회화 2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처럼 화면 속 인물들은 현실과 비현실, 일상과 초월의 경계를 흐리며 몽환적인 감각을 만들어낸다.
특히 대표 모티프인 ‘수영하는 인물들’ 연작은 반복된 수정과 덧칠, 얇은 아크릴 레이어를 통해 그림 내부에서 빛이 스며 나오는 듯한 발광 효과를 만든다. 브래드포드는 사전 스케치 없이 즉흥성과 직관에 기반해 작업하지만 작품은 수개월, 때로는 수년에 걸쳐 천천히 완성된다. 화면 안에는 시간과 몸짓, 기억의 흔적이 켜켜이 스며 있다.
전시는 7월 12일까지. 관람은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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