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봉주르빵집' 제작진 "어르신들의 사랑방 만들고 싶었죠"

기사등록 2026/05/28 06:00:00

쿠팡플레이 '봉주르빵집' 박근형 PD·김란주 작가

어르신만 오는 디저트 카페…'무해한' 예능 주목

차승원·김희애·김선호 조합 화제…이기택 발굴도

시즌제 가능성…"다른 지역·메뉴 선보이고 싶어"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어르신들이 편하게 새로운 경험을 하시고 사랑방처럼 대화하면서 소회를 나누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얼마나 파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죠."

쿠팡플레이 예능 '봉주르빵집'을 연출한 박근형 PD는 2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프로그램 제작 과정을 돌아보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인터뷰는 박 PD와 함께 김란주 작가가 참석했다.

'봉주르빵집'은 조용한 시골 마을에 문을 연 국내 최초 시니어 디저트 카페를 배경으로 인생의 맛을 아는 어르신들과 행복의 맛을 아는 빵집 식구들이 달콤한 위로와 온기를 나누는 이야기를 그린 예능이다.

기존 장사 예능의 포맷을 따라가고 있지만 만 65세 이상 어르신들만 입장할 수 있는 특별한 콘셉트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또한 어르신들의 모습을 잔잔하게 분위기로 담아내 무해한 힐링 예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은 김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했다. 김 작가는 "아버지와 서울 병원을 오고 가다가 카페에서 디저트를 드셨는데 '이렇게 맛있는 걸 처음 먹어봤다'고 하셨다. 아버지가 처음 먹었다는 게 충격이었다"고 했다.

그는 "어르신들이 한 번도 드시지 않은 것을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카페에 90세 부부가 오셨는데 '보약을 먹은 것 같다'고 하시면서 '오래 살다 보니 이런 것도 먹는다'고 좋아하셨다. 어르신을 주인공으로 이런 모습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출연진 보다 어르신이 주인공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공을 들였다. 첫 화가 마지막 촬영 날을 배경으로 하는 이유다. 시청자들에게 작품의 정서를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인 장치를 마련했다.

김 작가는 "첫 화에 나오시는 어르신들이 모두 단골이다. 이 분들이 나오신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시청자들도 보시자마자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았다. 거대한 서사의 예고편이었다"고 했다.

박 PD는 "첫 장면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OTT를 통해 공개한 작품이라 음악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가 없었는데 촬영 전에 연락을 드려서 허가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제작진들은 촬영 전부터 현지에 머물며 어르신들의 마음을 열었다. 어르신들이 방문하시는 카페도 인테리어 단계부터 세세하게 신경을 썼다.

김 작가는 "우리가 익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제작진이 두 달 동안 살았다"며 "어르신들과 식사를 같이 하면서 친해질 수 있었다"고 했다. 

김 작가는 주요 촬영 공간인 카페에 대해선 "세트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며 "수소문을 해서 시골 카페 인테리어 경험이 많은 분을 찾았다. 그 분한테 실제로 개업하는 것처럼 만들어 달라고 부탁드렸다. 인테리어가 완성되면 촬영팀이 맞추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카페가 너무 반짝거리면 부담스러워하실 것 같아 인테리어 단계에서 고민이 많았다. 일부러 흙이 묻은 것 같은 타일을 고르기도 했다"며 "어르신들이 꽃을 좋아하셔서 매일 생화를 공수했다"고 부연했다.

박 PD는 "스태프들은 보이지 않는 카페 직원이 되는 것이 목표였다"며 "어르신들이 물어보시면 친절하게 응대하며 실제 직원처럼 행동했다"고 전했다.

장사 예능에선 정산하는 장면이 필수로 등장하지만, 이 작품에선 찾아볼 수 없다. 어르신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위해 편집 과정에서 과감히 덜어냈다. 김 작가는 "실제로 적자였다"며 "정산하는 장면을 넣었다가 굳이 중요한 정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봉주르빵집'은 출연진 조합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홀팀은 김희애과 김선호가, 셰프팀은 차승원과 이기택이 맡아 어르신들을 맞이했다.

김 작가는 "마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분들이 필요했다"며 “억지로 하려고 하면 밸런스가 깨진다. 원래 있었던 빵집처럼 보이고 싶었다"고 했다.

박 PD는 "어르신들이 새로운 것을 접할 때 어려워하실 수 있는데 너무 튀는 출연자가 있거나 진심을 다하지 못하면 어르신들이 편하게 들어오시지 못할 것 같았다"며 "모두 진심으로 임했다. 어르신들이 '여기 연예인이 어딨냐'고 말씀하실 정도"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김희애가 차분하게 현장을 이끌어줬다고 칭찬했다. 김 작가는 "어떻게 저렇게 긴장하지 않고 편하게 할까 했는데, 엄청난 노력이 있었다"며 "앞으로 '부부의 세계'보다 더 격양된 모습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차승원은 이번 작품을 통해 제빵에 도전했다. 김 작가는 "오전, 오후 나오는 빵이 바뀌는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는데 끝까지 해냈다"고 말했다. 박 PD도 "차승원 선배도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메뉴를 줄이겠다고 하니 '그러면 안 된다. 이왕 하는 거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김선호는 직접 나서 어르신들을 카페로 모셔오면서 현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박 PD는 "만나면 만날수록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의 홍반장 실사판 같았다. 친근하게 사람들의 문턱을 낮춰줬다"고 했다. 김 작가도 "평소 할머니들과 관계가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기대는 하고 있었는데 놀랄 정도였다"고 했다.
김선호가 스케줄로 첫 영업날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알바생으로 합류한 세븐틴 디노에겐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김 작가는 "원래는 스케줄이 맞았는데 주요 스태프들의 다른 프로그램 촬영으로 일정이 미뤄졌다. 처음부터 그렇게 계획한 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박 PD는 "그날 아침에 바로 투입됐는데 정말 잘해줬다"고 했다.

김 작가는 "나중에는 너무 지치고 넋이 나간 상태로 알바복을 입고 그대로 올라갈 정도였다. 김희애, 차승원 선배도 본명으로 안부를 물으면서 또 왔으면 좋겠다고 할 만큼 친해졌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이번 작품을 통해 이기택을 발굴했다. 김 작가는 "처음에는 차승원 선배를 든든하게 보조하는 역할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긴장하면서도 자기 할 말을 하는 게 밉지 않았다. 몰입해서 열심히 하는데 2% 부족한 지점이 재미있었다"고 했다.

시즌제 가능성도 열어뒀다. 김 작가는 "어르신들이 접해보지 못한 것이 많기 때문에 메뉴가 바뀔 수도 있고, 지역을 바꿀 수도 있다"며 "지역색이 다르고 리액션도 다르다. 다른 지역 특산물과 결합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제작진들은 시청자들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돌아볼 수 있는 작품으로 남기를 희망했다.

김 작가는 "어르신들의 행복은 작다. 작은 것으로도 큰 행복을 느끼신다"며 "우리는 행복하려고 너무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르신들은 지금 이 순간에서 행복을 느끼셨다. 그 모습을 보며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PD는 "윗세대는 아랫세대를 답답해하고, 아랫세대는 윗세대를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 엄마, 아빠가 저런 생각을 하는구나'라고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며 "조심스럽지만 지금은 대혐오의 시대가 아닌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예능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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