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부, 성명서 외국 공관 철수 권고…미·러 외무, 20여일만에 통화
우크라 주재 EU 대사, 러 위협에도 "우리는 키이우 떠나지 않을 것"
키이우 인디펜던트 "러, 키이우 타격 가능했지만 그간 공격 자제"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5일(현지시간)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의사결정 중심부(decision‑making centers)’을 겨냥한 공격을 시작할 것이라면서 외교 인력 철수를 권고했다.
두 장관의 통화는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협상 관련 논의를 한 지난 5일 이후 20여일만이다. 미 국무부는 이번 통화에 대한 입장을 내지 않았고 어느 쪽이 먼저 통화를 제안했는지 현재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타스통신과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루비오 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는 키이우 내 시설에 대한 체계적인 타격을 시작한다고 통보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라브로프 장관이 우크라이나가 민간인과 기반 시설을 계속 공격하는 데 대한 대응으로 러시아군이 키이우의 군사 시설과 그에 상응하는 의사결정 중심부에 대해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공격을 시작한다고 미국 측에 공식 통보했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루비오 장관에게 키이우 주재 미국 외교관과 자국민의 대피를 보장할 것을 권고한 외무부의 권고도 상기시켰다.
러시아 외무부는 "러시아군은 키이우의 군수산업 시설,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부품 공급, 정보 제공, 지침 제공 등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드론의 설계, 생산, 프로그래밍 및 사용 준비 시설을 대상으로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고 공지했다.
그러면서 "이들 시설이 키이우 전역에 흩어져 있는 점을 고려해 외교 공관과 국제기구 대표 사무소 직원들을 포함한 외국인들은 가능한 한 빨리 도시를 떠날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와 유럽 엘리트들의 독단적 행태 때문에 이해관계 균형에 기초한 장기적·지속가능한 해결의 길을 열었던 미국과 러시아간 앵커리지 합의가 훼손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러시아는 자국 점령지인 루한스크주 스타로벨스크에 대한 지난 22일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을 명분 삼아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장거리 공격에 착수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 드론이 현지 대학 건물과 기숙사를 공격해 어린이들을 포함한 21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다쳤다는 입장이다.
러 외무부는 22일 "이번 사건은 (우크라이나의) 나치적이고 테러 본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는 분쟁 시 민간인 보호를 규정하는 1949년 제네바 협약 및 추가 의정서, 1989년 아동권리협약, 그리고 기타 여러 중요한 국제 협약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안드리이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25일 벨라루스 민주 야권 통합임시정부 수반인 스비아틀라나 치하놉스카야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서방 동맹국들은 러시아의 위협에 굴복하기보다는 지원을 확대 강화하는 방식으로 단호하고 비례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러시아가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그렇다면 국제사회의 대응도 그에 비례해야 한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추가 지원 패키지, 추가 미사일 지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동맹국들과 함께 유럽이 위협에 겁먹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가 이미 위협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구체적 조치들에 대해 논의했다"며 "이는 비례적이고 힘 있는 대응"이라고 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며 "푸틴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자기 나라를 구하는 것인데 그것조차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유럽은 러시아의 경고에도 키이우 잔류 입장을 밝혔다. 카타리나 마테르노바 우크라이나 주재 유럽연합(EU) 대사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는 키이우를 떠나지 않는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함께 한다"고 적었다.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러시아가 키이우 핵심 정부 청사를 타격할 능력이 있음에도 타격을 자제해왔다고 전했다. 우크린포름에 따르면 러시아의 24일 밤 대규모 공습으로 키이우 전 지역에서 피해가 보고됐다. 25일 현재 사망 2명, 부상 87명이 확인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공격으로 키이우내 대략 300개 시설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관공서와 경찰청 청사, 은행, 쇼핑센터, 교육시설, 문화시설 등은 물론 아파트와 단독주택 등 민간 기반시설도 포함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주요 문화시설 7곳도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앞선 스타로벨스크 공세에 대해 러시아 드론 부대 지휘시설을 겨냥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22일 "우크라이나는 국제인도법을 엄격히 준수하고 군사 기반 시설과 군사 목적으로 사용되는 시설을 공격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스타로벨스크 일대에서 러시아 정예 드론 부대이자 학교인 루비콘의 지휘 시설에 대한 공격이 이뤄졌다"고 했다.
한편, 라브로프 장관과 루비오 장관은 현존하는 이견에도 양국 외교공관 활동을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겠다는 상호 의지를 재확인했다. 호르무즈 해협 위기 극복을 위한 외교적 이니셔티브와 쿠바를 둘러싼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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