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만으로 파업이 가능?…'법적 쟁점' 남아 있어[삼성發 성과급 쇼크⑧]

기사등록 2026/05/26 06:00:00 최종수정 2026/05/26 07:05:51

삼성전자 노사, 총파업 직전 잠정합의로 파업 유보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 쟁의대상 여부가 쟁점

"성과급은 근로조건" vs "이익 배분은 경영 판단"

전문가 "사후 판단으론 늦어…정부 가이드라인 필요"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기가 펄럭이고 있다. 2026.05.20.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 잠정합의에 이르면서 파업은 유보됐지만, 영업이익과 연동된 성과급을 이유로 한 파업이 가능한지를 두고 법적 쟁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성과급이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보상인 만큼 임금·근로조건과 관련된 교섭 대상이라는 시각과,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나누자는 요구는 기업 이익 배분과 경영 판단의 영역이라는 시각이 맞서면서다.

특히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노동쟁의 대상 범위가 넓어지면서 성과급 요구를 쟁의행위의 목적으로 볼 수 있는지도 해석 쟁점으로 떠올랐다.

2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20일 경기 수원시 경기고용노동지청에서 김영훈 노동부 장관의 지원 아래 6시간여 동안 막판 교섭을 벌인 끝에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총파업을 유보했고, 잠정합의안은 27일 오전 10시까지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가장 큰 쟁점은 초과이익성과급(OPI) 배분 방식이었다. 노조는 성과급 산정 기준의 투명화와 상한 폐지, 영업이익 기준 배분 등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적자 사업부에도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할 경우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라는 경영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며 이를 반대해왔다.

노사는 결국 사업 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고, 이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내용의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적자사업부에 대한 성과급 배분 방식은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절차 갖춰도 목적은 별개…성과급 파업 해석 논란

이렇듯 삼성전자 노사가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총파업은 피했지만, 영업이익과 연동한 성과급 지급 요구가 단체교섭과 쟁의행위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두고 논쟁 거리를 남겼다.

현행 노조법상 파업이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정되려면 주체와 목적, 절차, 수단이 모두 정당해야 한다. 노조는 파업을 포함한 쟁의행위를 위해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와 조합원 찬반투표 등 절차를 거쳐야 하며 폭력·점거 등 위법한 방식으로 진행해서는 안 된다.

삼성전자 노조는 조합원 찬반투표와 노동위 조정 절차를 거쳤지만, 이러한 절차적 정당성을 갖췄다고 해서 곧바로 파업 목적의 정당성까지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노동위가 조정중지 또는 조정 불성립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개별 요구의 적법성까지 판단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핵심은 성과급 요구가 단체교섭과 노동쟁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다.

개정 전 노조법은 노동쟁의를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 간에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 분쟁상태'로 규정했다.

노란봉투법은 여기에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를 포함했다. 이에 따라 성과급처럼 보상체계와 경영성과 배분이 맞물린 사안을 노동쟁의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이미소 노무법인 HRS 대표 공인노무사는 "성과급 배분은 경영적인 의사결정의 일부분이라 교섭사항으로서는 조금 과할 수 있다"면서도 "개정 노조법상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이 포함된 만큼 충분히 해석상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삼성전자 사태처럼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 재원으로 달라는 요구는 일반적인 성과급 요구와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단순한 임금 인상 요구를 넘어 기업 이익 배분, 미래 투자, 주주권, 사업부별 경영성과 배분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노동법 전문가인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영성과급을 노동쟁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박 교수는 "그 자체로 파업의 목적이 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경영성과급이 노동쟁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가 문제인데, 임금이나 복지로 보기는 어렵고 기타 대우에 해당하는지도 애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타 대우'라는 것은 근로자라는 고용 내지 신분과 관련된 것으로 봐야지, 금전 보상과 관련된 넓은 의미의 보상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며 "경영성과급은 현재 법에서 노동쟁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경영성과급은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 경영 실적의 사후 배분에 가깝다"며 "경영 전략상 결정의 영역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재계 등 일각에서도 이번 삼성전자 사태에서 노조가 요구한 '영업이익의 N%' 성과급이 단순한 임금협상을 넘어 기업 이익 배분 문제와 연결돼있어,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영업이익은 연구개발(R&D), 설비투자, 주주 환원 등에 쓰이는 재원인 만큼, 이를 단체교섭으로 배분하는 것은 경영판단과 주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소액주주 단체인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지난 22일 "영업이익 등 회사 손익을 재원으로 주주가 아닌 이들에게 일률적으로 배분하는 것은 상법 제462조 위반"이라며 "주주총회 의결 없이 성과배분안이 확정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평택=뉴시스] 김근수 기자 =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 2026.04.23. photo@newsis.com

다만 삼성전자 사태를 곧바로 노란봉투법의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는 20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성과급 논쟁은 보상과 관련된 것이고 보상은 대표적인 노동조건 사항"이라며 "기존 노조법에서도 이런 노동조건 관련 사항은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영역에 포함돼있었기 때문에 새롭게 확대된 영역의 교섭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도 이번 사태를 노란봉투법 때문이라고 보는 데 대해 '형용모순'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노란봉투법의 핵심 취지가 하청 노동자가 자신의 근로조건에 실질적 영향력을 가진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는 만큼, 삼성전자 정규직 노조의 성과급 요구와 직접 연결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사후 판단으론 늦어…정부 가이드라인 필요"

성과급 요구, 특히 '영업이익의 N% 배분' 요구가 근로조건 개선에 해당하는지, 기업 이익 배분을 요구하는 경영사항인지를 가르는 기준은 아직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노동부는 개정법 시행에 맞춰 해석지침을 내놓으면서 사업경영상 결정이 노동쟁의 대상이 되는 일반 기준을 제시했지만, 성과급이나 영업이익 N% 배분 요구에 대한 직접 기준은 내놓지 않았다.

이미 'N% 성과급' 요구가 다른 산업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만큼, 기준 설정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성과급 요구가 근로조건 개선인지, 기업 이익 배분을 요구하는 경영사항인지에 따라 쟁의행위의 정당성 판단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교섭 대상인지 아닌지는 결국 사법부가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영역"이라면서도 "파업을 다 해놓고 산업적 피해가 발생한 뒤 불법 판단을 받으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올 사태에 대비해 정부가 명확한 유권해석이나 입장을 밝혀야 추가적인 소모적 논쟁을 막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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