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까지 800㎞"…평택 미군기지서 中 겨눈다, 韓 미·중 충돌 딜레마

기사등록 2026/05/22 16:11:06

가디언, 美 최대 해외기지 캠프 험프리스 조명

"한국, 다른 동맹이 못 가진 위치상 이점"

대만 유사시 미중 경쟁에 휘말릴 우려도

[평택=뉴시스] 김종택 기자 = 한미연합훈련인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 연습 첫날인 9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미군 장병들이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2026.03.09. jtk@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미국의 해외 최대 미군기지인 평택 캠프 험프리스가 한반도 방어를 넘어 중국과 대만까지 겨냥하는 전략 거점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한미동맹의 역할이 넓어질수록 한국 내부에서는 “미중 충돌에 끌려가는 것 아니냐”는 불안도 커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22일(현지시간) 주한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의 역할 변화를 조명하며, 한국 내에서 미국의 방위 공약과 동맹의 미래를 둘러싼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캠프 험프리스는 미국 본토에서 5000㎞ 넘게 떨어져 있지만, 기지 안 풍경은 미국의 한 도시를 옮겨놓은 듯하다. 가디언은 이곳이 면적 1372㏊, 건물 약 1000동, 미군 장병과 가족, 한국인 근무자 등을 포함해 약 4만1000명이 생활하는 미국 밖 최대 미군기지라고 전했다.

이곳은 주한미군사령부가 있는 곳이자, 1953년 정전협정 이후 한반도 안정을 떠받쳐온 한미동맹의 가장 뚜렷한 물리적 상징이다. 그러나 가디언은 무역 갈등부터 안보 보장 문제까지, 트럼프 대통령 아래 한미관계가 갈수록 거래적으로 변하면서 한국 정부와 안보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이슨 리치 한국외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가디언에 “신뢰성과 신용의 문제가 이전보다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군사 협력 자체는 여전히 탄탄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들어 동맹을 바라보는 정치적 신뢰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독일 주둔 미군 5000명을 철수하겠다고 밝히고 유럽 내 다른 지역 감축 가능성까지 언급하자, 한국 언론에서는 “다음은 한국인가”라는 의문이 다시 제기됐다. 국방부와 대통령실은 주한미군 감축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관측을 부인했고, 주한미군도 현재 2만8500명 규모는 “기준선이지 한계나 상한선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평택=뉴시스] 김종택 기자 = 한미연합훈련인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 연습 첫날인 9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UH-60 블랙호크 헬기가 기동하고 있다. 2026.03.09. jtk@newsis.com
문제는 이 같은 갈등이 단순한 통상 마찰에 그치지 않고 안보 협력의 신뢰 문제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디언은 지난해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 배터리 공장 이민 단속과 한국산 제품에 대한 25% 관세 위협이 한미관계의 불안을 키웠다고 짚었다. 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 핵시설 의심 장소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뒤 미국이 대북 정보 공유를 일부 제한했다는 보도도 있었고, 미국 법인이 얽힌 데이터 유출 사태 여파로 핵추진 잠수함 개발 논의도 지연됐다고 전했다.

이런 정치적 불안과 별개로, 캠프 험프리스의 군사적 기능은 계속 커지고 있다. 미군과 한국군은 이곳에서 헬기 추락 상황을 가정한 수상 생존훈련, 전장 후송 훈련, 가상현실 전투 시뮬레이션 등을 수행한다. 기지 관계자는 대비 태세의 기준을 “오늘 밤 싸울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이 훈련의 초점은 한반도 북쪽, 즉 북한에 맞춰져 있었다. 북한은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과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4년 말에는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병력 1만2000명 이상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위협은 여전히 한미동맹의 기본 전제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과의 전략 경쟁에 더 많은 역량을 쏟기 위해 한반도 방어에서 한국의 책임을 키우려 하고 있다. 가디언은 지난 1월 발표된 미 국방부 국가방위전략에 한국이 점점 제한되는 미국의 지원 속에서 북한 억제의 “주된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명시됐다고 전했다. 동시에 미국은 주한미군의 임무를 한반도 밖으로 넓히려 하고 있다.

캠프 험프리스에서 중국 상하이는 약 800㎞, 대만은 1400㎞가 채 되지 않는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가디언에 “한국은 지역 안보 구조의 중심에 있으며, 다른 어떤 미국 동맹도 복제할 수 없는 위치상 이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도 캠프 험프리스의 존재가 적대 세력의 모든 계산을 복잡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앤드루스합동기지=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미 메릴랜드주 앤드루스합동기지에서 대통령전용기 에어포스원 탑승하고 있다. 2026.05.20.
문제는 이 같은 역할 확대가 한국을 원치 않는 충돌로 끌고 갈 수 있다는 점이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가디언에 “많은 한국인, 특히 진보 성향 유권자들은 주한미군이 중국 봉쇄 쪽으로 재편되는 것을 꺼린다”며 “미중 전략 경쟁, 특히 대만 유사시 상황에 한국이 끌려 들어가는 데 대한 강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에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 주도 작전에 동참하라고 요구한 것도 한국 정부의 우려를 키웠다. 다만 캠프 험프리스의 주둔 규모가 단기간에 크게 줄어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기지 안에서는 새 병영 4동과 새 초등학교가 건설 중이고, 대규모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낮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주한미군사령부 앞에는 한미동맹을 기념하는 조형물이 서 있다. 그 한쪽에는 한국어로 “함께 갑시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가디언은 이 문구가 상징해온 한미동맹이 트럼프 시대를 맞아 이제 어디까지 함께 갈 것인지를 묻는 더 복잡한 계산 앞에 놓였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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