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美 최대 해외기지 캠프 험프리스 조명
"한국, 다른 동맹이 못 가진 위치상 이점"
대만 유사시 미중 경쟁에 휘말릴 우려도
영국 가디언은 22일(현지시간) 주한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의 역할 변화를 조명하며, 한국 내에서 미국의 방위 공약과 동맹의 미래를 둘러싼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캠프 험프리스는 미국 본토에서 5000㎞ 넘게 떨어져 있지만, 기지 안 풍경은 미국의 한 도시를 옮겨놓은 듯하다. 가디언은 이곳이 면적 1372㏊, 건물 약 1000동, 미군 장병과 가족, 한국인 근무자 등을 포함해 약 4만1000명이 생활하는 미국 밖 최대 미군기지라고 전했다.
이곳은 주한미군사령부가 있는 곳이자, 1953년 정전협정 이후 한반도 안정을 떠받쳐온 한미동맹의 가장 뚜렷한 물리적 상징이다. 그러나 가디언은 무역 갈등부터 안보 보장 문제까지, 트럼프 대통령 아래 한미관계가 갈수록 거래적으로 변하면서 한국 정부와 안보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이슨 리치 한국외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가디언에 “신뢰성과 신용의 문제가 이전보다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군사 협력 자체는 여전히 탄탄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들어 동맹을 바라보는 정치적 신뢰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독일 주둔 미군 5000명을 철수하겠다고 밝히고 유럽 내 다른 지역 감축 가능성까지 언급하자, 한국 언론에서는 “다음은 한국인가”라는 의문이 다시 제기됐다. 국방부와 대통령실은 주한미군 감축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관측을 부인했고, 주한미군도 현재 2만8500명 규모는 “기준선이지 한계나 상한선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런 정치적 불안과 별개로, 캠프 험프리스의 군사적 기능은 계속 커지고 있다. 미군과 한국군은 이곳에서 헬기 추락 상황을 가정한 수상 생존훈련, 전장 후송 훈련, 가상현실 전투 시뮬레이션 등을 수행한다. 기지 관계자는 대비 태세의 기준을 “오늘 밤 싸울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이 훈련의 초점은 한반도 북쪽, 즉 북한에 맞춰져 있었다. 북한은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과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4년 말에는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병력 1만2000명 이상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위협은 여전히 한미동맹의 기본 전제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과의 전략 경쟁에 더 많은 역량을 쏟기 위해 한반도 방어에서 한국의 책임을 키우려 하고 있다. 가디언은 지난 1월 발표된 미 국방부 국가방위전략에 한국이 점점 제한되는 미국의 지원 속에서 북한 억제의 “주된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명시됐다고 전했다. 동시에 미국은 주한미군의 임무를 한반도 밖으로 넓히려 하고 있다.
캠프 험프리스에서 중국 상하이는 약 800㎞, 대만은 1400㎞가 채 되지 않는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가디언에 “한국은 지역 안보 구조의 중심에 있으며, 다른 어떤 미국 동맹도 복제할 수 없는 위치상 이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도 캠프 험프리스의 존재가 적대 세력의 모든 계산을 복잡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에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 주도 작전에 동참하라고 요구한 것도 한국 정부의 우려를 키웠다. 다만 캠프 험프리스의 주둔 규모가 단기간에 크게 줄어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기지 안에서는 새 병영 4동과 새 초등학교가 건설 중이고, 대규모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낮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주한미군사령부 앞에는 한미동맹을 기념하는 조형물이 서 있다. 그 한쪽에는 한국어로 “함께 갑시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가디언은 이 문구가 상징해온 한미동맹이 트럼프 시대를 맞아 이제 어디까지 함께 갈 것인지를 묻는 더 복잡한 계산 앞에 놓였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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