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업가 바박 잔자니, 2년간 1.3조원 거래
이란군에 절반 흘러간 듯…1월도 계정 열려
[서울=뉴시스]고재은 기자 = 수십억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가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를 통해 이란 정권에 흘러갔다고 2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바이낸스 내부 준법감시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 사업가 바박 잔자니는 지난해 12월까지 약 2년간 바이낸스에서 약 8억5000만 달러(약 1조2900억원) 규모의 거래를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절반인 약 4억2500만 달러(약 6450억원)가 이란 군 자금으로 흘러갔다고 보고 있다.
잔자니는 이란혁명수비대(IRGC)에 자금을 보낸 혐의로 미국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인물로, 자신이 소유한 암호화폐 기업 '제드섹스(Zedcex)'와 측근 명의 계좌 등을 통해 제재를 우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낸스 내부에서는 여러 차례 의심 활동이 보고됐으나, 관련 계정은 최소 15개월 동안 운영됐으며 올해 1월까지도 열린 상태였다고 한다.
이란은 중국 바이어들이 지급한 원유 대금을 세탁하는 용도로 바이낸스를 활용했다.
중국 위안화나 암호화폐 형태로 받은 자금을 바이낸스를 통해 암호화폐로 바꾼 후, 이를 다시 자국 내 암호화폐 중개소로 보내 현지 리알화로 환전하는 식이다.
이란 정권은 암호화폐를 이용해 무기를 구매하거나 공급업체에 대금을 지급하기도 했다고 WSJ은 전했다.
바이낸스는 초기 수년간 신원 확인 없이 계좌 개설이 가능했고, 월간 거래량 역시 수조 달러에 달해 자금 추적이 상대적으로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란 자금 세탁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WSJ에 "해당 계좌들은 다양한 암호화폐를 사고파는 일반적인 투자 계정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며 "자금 이체 수단으로 쓰이며, 입금액과 거의 동일한 가치가 그대로 출금된다"고 전했다.
이란 중앙은행도 지난해 약 1억700만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를 바이낸스 계좌로 이체했으며, 2024~2025년 바이낸스 계좌와 이란 연계 단체 간 직접 거래 역시 약 2억6000만 달러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바이낸스는 "부정확한 정보"라며 "제재 대상 개인과의 거래를 허용하지 않았고, 제재 대상 지정 이후에는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전 세계 사법 당국과 긴밀히 협력해 금융 범죄를 예방,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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